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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이진주 PD 인터뷰, "최종 선택 장면 찍고 알게 된 점은..."
임수연 2021-09-13

PD가 말하는 '환승연애' 비하인드 스토리

<환승연애> 이진주 PD. 사진제공 티빙

재결합이냐, 새로운 사랑이냐.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티빙에서 독점 공개되는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한집에 모여 자신의 ‘X’와 새로운 인연을 포함한 이들과 데이트를 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X 연인’과 함께 리얼리티 방송을 찍을 수 있느냐”라며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웬만한 로맨스 드라마보다 몰입도 높은 출연자들 사연에 ‘과몰입’해 각자 마음에 드는 커플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제작진조차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 파란만장한 현장을 이끈 이진주 PD를 만났다. 그는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여름방학> 등을 거치며 이른바 ‘나영석 사단’의 핵심 인물로 손꼽힌 연출자이기도 하다.

-<환승연애>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이직을 해도 레퍼런스 체크라는 걸 하는데, 연애는 상대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고 시작하지 못한다. 그 사람이 연인으로서 어떤지는 전 연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전 연애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출연자 섭외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작가님들이 5개월 동안 최소 1만5천명 이상에게 연락한 걸로 안다. 그중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 비밀유지계약서를 쓰고 컨셉을 오픈하면 1~2%만 관심을 보였다. 그분의 X까지 동의하고 출연을 고민하는 경우는 더 드물었다. 결과적으로 실제 미팅한 사람은 40~50명밖에 안됐다. 그 안에서 성격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한집에서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조합했다. 새로운 이성에게 관심을 가져야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출연자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있도록 구성하는 것도 신경 썼다. 그리고 지난 연애에 진심이었고 진정성 있게 방송에 임할 분이어야 했다. 가령 “솔직히 사귄 건 아니고 썸만 탔는데 연애한 걸로 치고 나오면 안되냐”고 한 분도 계셨다. 굉장히 매력적인 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포기했다.

-배경음악을 다양하게 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선곡은 어떻게 하나.

=14명의 PD가 함께 편집을 한다. PD들이 음악을 골라 편집해서 넣는데 각자 취향이 다 들어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할 때 가장 재밌을 때다. 편집자로서 가장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순간이랄까. 어떤 음악을 까느냐에 따라 우리 의도도 좀더 부각시킬 수 있다. <환승연애>에서 보면 약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라든지 특징적으로 나오는 스코어들이 있는데, 그건 다 제작한 음악들이다. 드라마 <결혼계약> <혼술남녀>를 한 노형우 음악감독님에게 의뢰를 드려서 <환승연애>에만 쓸 수 있는 연주곡을 스무 곡 정도 받았다.

-그럼 직접 고른 노래 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이 프로그램을 처음 생각할 때 오프닝으로 꼭 쓰고 싶다고 생각한 노래가 있었다. Paul Mauriat의 ‘Love is blue’. 출연자들의 각자 사연을 듣는 첫 오프닝 인터뷰 때 깔았다. 되게 오묘한 노래다. 슬프기도 아름답기도 하고 노래의 색깔을 하나로 정의할 수가 없다. 노래가 계속 순환하는 느낌이 있어서 연애를 시작하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보현과 호민의 테라스 신에서 온유의 ‘사랑이었을까’를 깔았는데,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보현 씨가 악수하는 순간과 후렴이 딱 맞아떨어져서 되게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여름방학>과는 다른 톤으로 화면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 장소인 한남동 유엔빌리지부터 소품 하나하나 공을 들였다. 출연진도 전부 예쁘고 멋있게 화면에 담기고.

=처음 보는 일반인들이 특별한 공간에 있어야 보는 사람도 이들이 특별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미술감독님이 자그마한 소품 하나까지 신경 썼다. 색에는 인간의 감정이 반영되어 있고, 그래서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환승연애>는 다양한 색을 많이 넣고 싶었다. 채팅룸이나 인터뷰룸을 약간 어둡게 세팅한 것도 그 안에서 인물의 감정이 더 잘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한남동 집은 벽 색깔까지는 바꿀 수 없어서 다른 소품으로 색을 최대한 다양하게 채워넣었다면, 제주도는 일부러 컬러감이 있는 장소로 섭외했다. 실제로 제주도에 가면 출연자들의 감정이 좀더 격해진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인 순간도 자주 포착되는데, 이런 예능 프로그램은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할 수 없지 않나. 그렇다고 많은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면 참가자들이 방송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출연자 눈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렇게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언제 그들 앞에 나타나 적절한 디렉션을 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한남동 촬영을 시작한 후 내가 그 집 안에 들어간 것은 열흘이 지나서다. 카메라 감독님은 시청자 눈에도 출연자 눈에도 보이지 않는, 집 안 어딘가에 있다. 미술감독님이 잘 숨겨주셨다.

-‘나영석 사단’의 일원으로 거쳐 갔던 프로그램 경험이 <환승연애>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않았나.

=완전. 완전 맞다. 제작진이 출연자 눈에 보이면 안되고 어떻게 수위 조절을 한 것인가는 내가 그 팀에서 배워왔던 것이다. <윤식당> 같은 경우는 손님 눈에도 스탭이 보이지 않게 세팅했다. 그렇게 함께 일한 스탭들의 노하우가 <환승연애>에 이식됐다고 생각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자연스러운 환경에 그 사람을 위치시키고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고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문법은 같고, 어쩌면 <환승연애>가 좀더 심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방송 초반에는 누가 누구의 X인지 알려주지 않고, 회가 지날수록 한 커플씩 정체를 공개하는 구성을 선택했다.

=마피아 게임 같은 요소를 넣고 싶었다. 출연자들끼리는 제주도에 가서야 그들의 전 연인이 누군지 공식적으로 알게 되지 않나. 마피아 게임은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보다 먼저 죽고 게임에서 낙오된 참가자(영혼)들이 “저 사람들 저렇게 연기하고 있네~”라고 보는 재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겐 빨리 X 커플을 오픈하고 싶었다.

-지금 <환승연애>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X 커플의 재결합 여부로 보인다. 이런 방향으로 방송이 흘러갈 거라고 예상했나.

=난 재결합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게 아니다. (웃음)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미련을 보이는 모습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이 되게 의외이긴 했다. 가령 호민씨와 보현씨도 사전 인터뷰를 할 땐 서로에게 감정을 보일 거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들도 촬영 이전과 이후 마음이 달라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제작진과 인터뷰할 때는 전화로 싸우고 이별한 후 한번도 보지 않은 상태였으니 프로그램 시작 이후에야 그런 감정이 나온 게 아닐까. 사실 호민씨는 직장이 너무 멀어 방송에 잘 참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 가장 마지막까지 제작진이 고민했던 출연자다. 그런데 지금 보면 <환승연애>의 주축이지 않나. 이런 걸 예상했으면 우리도 제일 먼저 픽스를 했겠지. (웃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예상 범주 안에 있는 상황도, 이를 완전히 벗어난 전개도 있었을 것 같다.

=각자의 X가 대신 쓴 자기소개서를 읽을 때 누군가 한명 울지 않을까 정도는 예상했다. 그때 첫 번째 커플을 공개하려고 했다. 실제로 혜선씨가 울어서 이 순간이 1회의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주도 이후의 전개는 진짜 예측이 안되더라. 너무 친해지는 바람에 서로의 감정을 신경 쓰느라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일은 최종 선택까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제주도로 배경을 옮기면서 벌어진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를 티빙 공식 SNS는 ‘파국’이라고 묘사했더라. (웃음) 앞으로 어떤 내용을 기대할 수 있나.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내가 진짜로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출연자들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다. 서운한 일이 있으면 불안해하고 그 불안감 때문에 다른 선택지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가령 새로운 사람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면 X에게 위로를 얻고 지금까지 쌓아왔던 돈독한 관계들이 틀어지기도 하다 오해가 풀리는 순간도 생긴다. 우리가 겪는 실제 생활이었다면 자연스러운데 이게 TV로 보여져서 스토리텔링이 되니까 일부 출연자들을 나무라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조금 걱정도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의 진솔한 감정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건이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 삭제를 할 순 없다. 앞으로는 출연자가 저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말 혼란스러워했다.

-최종 선택의 순간까지 누구의 감정도 확신할 수가 없겠다.

=스스로도 모르는 마음은 그 상황이 닥쳐봐야 안다는 것을 마지막 최종 선택을 찍으면서 알았다. 몸이 두개가 아니니까 두개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선택의 순간에 내몰려야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출연자들이 너무 갈팡질팡한다고 답답해하거나 싫어하지 말고 애정을 갖고 그들의 혼란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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