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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1호 [인터뷰] 정한석 프로그래머, 한국영화의 역공
김소미 2021-10-06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프로그래머

2019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장편 극영화 선정을 담당하고 있는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씨네21> 기자 출신에 오랫동안 영화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와 신인 감독의 진가를 알아보고 전파해 온 안목은 올해 출품된 약 150여 편의 한국영화 속에서 보배를 가려내는 작업 중에서도 빛났다. 마침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으로 2년 만에 한국영화인 <행복의 나라로>를 선정했고 배우 4인(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이 감독 데뷔를 꾀한 영화 <언프레임드>, OTT 작품을 상영하는 신설 섹션 온스크린의 한국 드라마 시리즈들 또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영화의 최신 조류를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도 언제나 그렇듯 날카롭고 풍성하다. 한국영화의 질적 도약, 그리고 외연적 확장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자리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약을 아이디어로 돌파해 고도의 형식미를 갖춘 한국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한 해 꼬박 팬데믹 상황을 통과하면서 영화 제작 환경이 위축되었는데 출품작에서 감지된 영향이 있나.

=코로나 상황이 영화의 질 자체도 얼마간 영향을 끼칠 거라 약간의 우려가 있었는데 출품작들을 보니 오히려 예상과 달랐다. 많은 독립영화들, 그리고 신인 감독들이 제약이 많은 환경을 형식과 아이디어로 돌파한 구석이 있더라. 낙후되고 어려운 환경을 오히려 영화적 기지로 돌파하는 역공을 펼치고 있구나, 느꼈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는 특히 고도의 형식미를 갖춘 영화들이 돋보인다.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파노라마’ 두 섹션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각 섹션의 제목 그대로에 충실하자는게 내 생각이다. 파노라마 섹션은 말 그대로 당해년도 한국 영화의 흐름과 경향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펼쳐 보이는 부문이다. 일반 관객들이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꾸리려고 하다 보니 대중성을 고려하고 있다. 미개봉작이 중심이지만 일부 개봉작도 있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과 뉴커런츠는 대체로 한국의 신인 감독과 독립영화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에 주목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월드 프리미어 영화로 채워진다. 올해도 역시 그 전통을 따랐다. 특히 비전 부문은 통상 10편 내외인데 올해는 고민 끝에 2편 늘려서 12편을 채웠다. 이유를 축약하자면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전 섹션은 관객분들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최신의, 그리고 가장 고도의 새로운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겠다는 예상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뉴커런츠 부문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굴하는 아시아 최전선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올해 뉴커런츠 부문에 속한 두 편의 한국영화들을 어떻게 봤나.

=두 편 모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단히 강렬하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모녀 사이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인데, 신인 감독 중에서 이 정도의 감정적 강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나가 결국에 관객을 설득시키는 작품이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러닝타임 2시간 20분인데으로 약간 부담될 수 있는 길이지만 한 명의 관객으로서 내가 겪은 강렬한 체험을 믿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많은 영화들이 여성 서사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가해자-피해자 프레임 또는 응원의 메시지로 요약될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이제 그 외연이 확장되면서 좀 더 내밀한 관계들, 동성 서사 같은 것들도 발동하고 점점 다면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탄생한 아주 특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세이레>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독창적인 장르영화다. 우리가 흔히 삼칠일(21일)이라고 알고 있는 ‘세이레’에 관해 다룬다. 얼핏 외국말같지만 한국 토속신앙과 얽혀있다. 공포영화에서 아이디어와 편집술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기발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올해 신설된 게스트 프로그램 중 추천할 만한 것이 있다면.

=‘액터스 하우스’는 단연 이벤트 역점 사업이었다. 엄정화, 조진웅, 변요한, 이제훈, 전종서, 한예리 6인의 배우를 모두 초청하게 된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분 좋은 행사다. 작년엔 코로나 상황으로 야외 행사를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는 영화제 준비 초입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개최되는 영화제를 기념하는 의미로 특별한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집행위원장의 의지가 확실했다. 6인의 배우들이 각자의 심도 깊은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들려줄거라 예상한다.

-올해 게스트 참석 상황은 어떤가.

=야외무대와 오픈토크 등 게스트 참석 여부가 조금씩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지난해 한국영화 게스트는 참석율이 100%였는데 올해는 더 많은 배우와 감독들이 부산을 찾는다. 한 작품 당 반드시 최소 인원이라도 참석을 하고 있다. 스타 배우들도 매우 많다.

-OTT 드라마 시리즈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온스크린 부문의 체험도 올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종의 극장판처럼 상영을 하는건가? =기존에 OTT를 이용하던 방식 그대로다.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사이에 크레딧도 그대로 뜬다. 상영 분량은 전체 서사의 흐름을 고려해 결정했다. 드라마 시리즈는 각 에피소드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있지 않나. <지옥>은 1부에서 시작해 3부까지 보고 나면, 하나의 단원을 보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이네임> 역시 3부까지 보고나면 나머지 흐름들을 충분하 예상하고 궁금해할 수 있는 하나의 소단원이 마무리된 인상이다. 나 자신이 전통적인 시네필에 가까웠기 때문에 질문을 던지듯 시작해 본 프로그램인데, 온스크린 부문에 대한 호기심과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워서 놀라고 있다. 이론적인 쟁점은 더 길게 이어가야 겠지만 우선 영화제가 축제와 대중적 놀이의 한 장이라고 보았을 때 앞으로도 주력할 만 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각각의 드라마 시리즈가 지닌 강점들, 이를 테면 어떤 세부와 중요한 흐름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극장 체험을 통해 더 자세히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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