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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틱 에러' 박서함, 색다른 멋있음
조현나 사진 백종헌 2022-03-16

재영은 더 바랄 게 없었다. 조별 과제에 참가하지 않았단 이유로 상우(박재찬)가 재영을 제출자 명단에서 빼버려 F학점을 받는 바람에 졸업과 유학이 모두 취소되기 전까진 말이다. 그 뒤로 재영은 상우가 싫어하는 빨간색 의상을 입은 채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집요하게 쫓는다. 배우 박서함은 “현실에선 재영과 친해지지 못했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상우와의 불화에 애정이 섞여드는 미묘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시맨틱 에러>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박서함은 아이돌 그룹 크나큰을 탈퇴하고 은퇴까지 고려하던 중이었다. 고민 끝에 배우라는 목표를 다잡으며, 박서함은 <시맨틱 에러>와 함께 새롭게 30대를 맞이했다.

- <시맨틱 에러>가 왓챠 시청순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 박서함 배우가 1위, 박재찬 배우가 3위에 내기를 걸었다던데.

= 내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재찬이에게 소고기를 사줬다. 그러고 아이스크림 먹고 같이 영화를 봤다. 사실 마냥 기쁘다기보다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연습생 때도, 데뷔하고 나서도 항상 1위를 하는 게 꿈이었다. 몇 차례 시련을 겪으면서 ‘내 인생에 1위는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시맨틱 에러>가 그 꿈을 이뤄줬다. 재찬이랑 새벽까지 전화 통화하면서 서로 축하했다.

- <씨네21> 커버 촬영을 같이하는 것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 우리가 표지? 말이 되나 싶더라. 잡지 나오면 같이 구매하러 가기로 했다. 재찬이가 6부 산다기에 그럼 나는 10부 사겠다고 했다. (웃음)

-평소 박재찬 배우와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매일 한다. 최근 통화 목록을 보면 다 재찬이다. 어제도 중형 필름 카메라 기종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내일 표지 촬영해야 한다"면서 새벽 5시에 잤다. (웃음) 사소한 것까지 재찬이와 공감대가 비슷하다. 옷 욕심은 별로 없는데 전자기기를 좋아하고 요즘엔 둘 다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많다. 신기한 게 재찬이가 얼마 전에 구매한 카메라가 내가 사고 싶었던 모델인 거다. 또 재찬이가 사고 싶어 했던 모델은 내가 갖고 있고. 이런 게 신기하다. 그래서 둘이 바꿔 쓰기도 한다. 오늘 촬영장에는 재찬이의 필름 카메라를 가져왔다.

- 드라마 출연 제의를 두번이나 거절했다고 들었다. 어떤 심경의 변화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아이돌로 활동하던 때라 소속사 차원에서 거절한 것으로 안다. 그러다 탈퇴하고 혼자가 됐을 때 다시 제안을 받았다. 촬영이 2주 남은 상태에서 재영 역할을 찾고 있다고, 가능하겠느냐고. 당시 은퇴까지 생각하던 때라 처음엔 거절했다. 그러다 고민 끝에 마음을 바꾸고 찾아갔는데 감독님이 ‘같이하게 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웃음) 그 뒤로 감독님과 리딩만 몇 시간 동안 했던 기억이 난다.

- 혹시 <시맨틱 에러> 원작도 봤나.

= 캐스팅 연락을 받은 날 급하게 봤다. 쪽대본으로 보니 재영이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르겠더라. BL 소설을 처음 봐서 ‘<시맨틱 에러> 보는 법’을 검색해서 봤다.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아 걱정이 됐다. 나도 <디지몬 어드벤처>를 좋아하기 때문에 2D 원작 팬들의 마음을 잘 안다. 상상하던 모습과 다른 느낌의 배우가 캐스팅되면 나라도 싫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재영 역할을 해도 될지 부담감이 컸다.

- 그런 와중에 박재찬 배우가 도움을 많이 줬다고.

= 대사를 연습하거나 촬영을 준비할 때 정말 많이 도와줬다. 촬영 5회차까지도 긴장되고 자신이 없었는데 옆에서 계속 재영이 같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게 큰 힘이 됐다.

- 빨간색 의상이 재영이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래서인지 SNS에 ‘빨간 옷은 5년간 입지 않겠다’고 올렸다.

= 원작을 봐서 빨간색 의상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내 예상치를 넘어서긴 했다. (웃음) 감독님이 재영이는 ‘까리함과 날티’가 생명이라 하셨고 귀걸이도 여러 개 해야 했는데, 나는 날티와 거리가 멀고 액세서리도 잘 안 어울려서 괜찮을까 싶었다. 그래도 작품 공개되고 다들 재밌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다.

- 재영이가 상우를 괴롭히는 신을 보면서 너무하다 싶기도 했는데, 그런 재영이의 감정선은 이해가 되던가.

= 이해되지 않았다. (웃음) 다만 처음부터 상우에게 반했다는 건 인지했다. 관심이 없으면 굳이 그렇게 빨간 옷을 사들이고 옆집으로 이사 오고, 커피를 다 뽑아가면서까지 괴롭히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해석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조금 과하다고 하셨다. 요만큼 이뻐해야 하는 걸 저만큼까지 갔다고, 내가 재찬이를 귀여워하는 게 너무 보이는데 아직 귀여워할 때가 아니라고 하셨다. 초반에는 재영이가 상우한테 '인마, 인마' 거리다가 갈수록 '인마'가 사라지면서 다정해졌으면 좋겠다고 포인트를 짚어주셨다.

- 애드리브가 많았다던데 어떤 부분이 애드리브였나.

= 4회 소품실 신에서 상우의 볼을 콕콕 찌르며 대화하는 건 전부 애드리브였다. 마지막 대사는 후보가 있었다. ‘우리도 영화 보러 갈까?’와 ‘진짜 떨린다 그치’ . 그중 내가 ‘우리도 영화 보러 갈까?’를 택했다. 후반부에도 원래 키스 신이 없었다. 그런데 재찬이가 ‘이 상황에서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고 말하더라. 완전 프로지 않나. 감독님도 그 대답을 바랐다고 하셨고 그렇게 키스 신이 추가됐다.

- 왓챠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장재영 브이로그’를 재밌게 봤다. 턴테이블, 향수 같은 소품들이 눈에 띄던데 본인 취향도 반영된 설정인가.

=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내 집이다. 향수를 정말 좋아한다. 마크제이콥스 레인이나 딥티크 탐다오를 자주 쓰고 선물하는 것도 좋아해서 촬영날 생일을 맞이한 재찬이에게도 선물로 줬다. 재찬이 하면 비누 향이 떠올라서 딥티크 도손을 선물했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상속자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의 김탄 같은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민용 같은 코믹한 캐릭터도 욕심이 난다. <펜트하우스>의 주단태 같은 악역도 해보고 싶다.

- 3월10일에 입대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 뭘 대단한 걸 한다기보다 남은 스케줄을 잘 마치고 싶고, 요즘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오랜 시간 응원해주신 분도 있고 <시맨틱 에러>로 나를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있는데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요즘 고독방(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공유하는 채팅방.-편집자)에 들어가서 사진도 남기고 그런다. 그래도 슬퍼서 9일엔 술을 마실 것 같다. (웃음) 드라마를 보면서 아쉬운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연기를 각 잡고 배워본 적도 없고 원래 실력이 더디게 느는 편이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임한 작품이었는데 큰 사랑을 주시는 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공백기 동안 잘 준비해서 멋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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