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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 (Abbas Kiarostami)

1940-06-22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7.5

/

네티즌7.7

| 수상내역 1

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40-06-22
  • 사망2016-07-04
  • 성별

소개

대학에서 미술 전공 후 영화 타이틀 디자인, 영화 광고 등의 그래픽 작업을 하였다. 1969년에 어린이 청소년 지능개발연구소에 영화부를 설립, 그 곳에서 많은 이란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데 주로 A. Naderi, J. Panahi 등과 함께 작업한다. 1970년부터는 단편작업에 몰두하며 1991년까지 그의 영화의 주요 주제인 ‘어린아이’의 컨셉으로 작품활동을 해온다.

주로 로케이션 촬영과 비전문 배우와 함께 작업하기를 즐긴 그는 1974년에 첫 장편 <여행자>를 발표하게 된다. 국내에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로 이란영화의 신선함과, 동화속에 담겨져 있는 삶의 근원적인 성찰을 볼 수 있게 했고 동시에 매니아층을 형성시킬만큼의 신드롬 불러일으켰으며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 <체리향기>(1997) 등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며 전세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게된다. 특히 <체리향기>는 그 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로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이란영화 뿐만이 아닌,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역시 마흐말바프 감독이 2001년에 받은 유네스코에서 증정하는 펠리니 메달을 1997년 12월에 헌정 받은 바 있다.

80년대 후반, 영화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던 이란에서 중년의 감독이 난데없이 ‘발견’됐다. 그의 이름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01년의 나이를 먹으며 조금씩 늙어가던 영화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출현으로 다시 젊어졌다. 아마추어 배우를 주로 쓰는 그의 영화는 기록영화와 극영화의 중간 경계쯤에 위치해 누추하고 고단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희망에 찬 눈으로 조망했다. 리얼리즘 영화도 아니고 할리우드의 장르영화도 아니며 영화의 각종 기존 범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40년 테헤란에서 태어난 키아로스타미는 80년대 말 이미 40대 후반의 장년감독으로 서구 영화계에 나타났다. 그때까지 그는 60년대 말부터 카눈 청소년 지능개발 산하의 영화제작소에서 아이들을 위한 수십편의 기록영화를 만들었다. 77년에 처음으로 극영화 <리포트 The Report>를 만들긴 했지만 사실 키아로스타미가 아이들 영화의 감독에서 더 중요한 감독의 위치로 급부상한 것은 <클로즈업 Close up>을 만든 90년 무렵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세계 영화평단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우연히 성공한 작품이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키아로스타미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the Friend’s Home?>(1987)에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And Life Goes On> (1992)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 Through the Olive Trees>(1994)로 이어지는 ‘이란 북부 3부작’을 찍었으며 이 영화들은 키아로스타미 미학의 결정체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가 거의 기록영화에 가까운 담백함과 설득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꼭 사실주의 영화로 묶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영화 속에서 추구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실 뒤에 가려진 현실이다. 카메라 뒤에서는 영화의 주제와 별 관련이 없는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다양한 관계가 이뤄진다. 그것들이 영화의 주제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다. 그래서 때때로 그 사건들을 찍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카메라 앞에서 연출되는 사건보다 카메라 뒤의 현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키아로스타미의 태도가 바로 그의 영화가 갖춘 생생한 진실의 힘이다. 이런 자세로 영화를 찍기 때문에 키아로스타미는 조작된 형식에 별 관심이 없다. 배우가 고개를 돌려서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촬영감독이 불평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때로는 배우의 뒷모습이 아니라 발이 나와도 그의 영혼상태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키아로스타미는 길게 찍은 화면으로 연출했는데 참을성 있게 기다려서 관객이 관찰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조작된 영화를 싫어하는 성향 탓으로 다른 사람의 영화도 거의 보지 않는다.

키아로스타미는 최근작으로 올수록 현실과 허구의 차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미묘한 영역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형식을 추구하지만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형식은 사실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90년 이란 북부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나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아역배우들의 생사가 궁금해 아이들의 행방을 찾아나서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다. 언뜻 보면 키아로스타미 자신의 체험담을 담은 기록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지진이 지나간 몇달 후에 ‘연출’한 영화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도 한 마을에서 영화를 찍는 과정을 겉에서 관찰한 기록영화풍의 분위기를 띠지만 역시 완전히 연출한 영화였다. 키아로스타미는 극영화와 기록영화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꾸준히 허물고 있다.

사실과 기록의 경계를 허무는 키아로스타미의 미학은 97년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체리 향기 Taste of Cherry>(1997)를 기점으로 조금씩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도 보이지만 서구 모더니즘영화의 유려한 형식미와 기록영화작가의 눈을 결합한 그가 개척한 영화스타일의 영역은 이란영화의 보편적인 어법이자, 더이상 새로운 기법과 정신을 기대할 수 없는 세계영화계에 귀중한 모범이 됐다.
[씨네21 영화감독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