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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 사이로

Zire darakhatan zeyton Through the Olive Trees

1994 프랑스,이란 12세 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103분

개봉일 : 2005-05-05

감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 호세인 레자(호세인) 테헤레 라다니아(테헤레) more

  • 네티즌7.27
멀어지는 카메라, 작아지는 그녀,
과연 호세인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저...여자 앞에선... 말을... 더듬어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무대가 되었던 이란의 코케 마을. 그곳에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된다. [내 친구...]에 출연한 배우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한 감독의 이야기를 다룬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찍고 있는 케샤바르쯔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젊은 신혼부부 역을 맡을 두 명의 아마추어 배우를 캐스팅한다. 마을에 살고 있는 아리따운 여학생 테헤레와 준수한 외모의 한 청년이 바로 그들. 그러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문제가 생긴다. 멀쩡하게 말을 잘하던 청년이 여자 앞에서는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는 것. 결국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촬영장에서 막일을 하던 호세인으로 남편 역을 교체하지만...

“어제 지진으로 모두들 집이 없어요. 다 똑같아 졌다구요. 난 좋은 남편이 될 자신이 있어요.”

교체된 호세인과 테헤레 커플. 그런데 이번엔 테헤레가 한마디로 말을 하지 않는다. 호세인도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눈치. 결국 감독은 촬영을 다음으로 미루고, 호세인을 넌지시 떠본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알고 보니 호세인은 테헤레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지진이 일어나기 전날 밤 테헤레 부모에게 청혼했지만 집도 없는 가난뱅이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거절당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지진으로 고인이 된 부모의 뜻을 어길 수 없는 테헤레는 호세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감출 수 없는 연정으로 슬픈 구애의 눈길을 보내는 착한 청년 호세인. 오로지 테헤레만을 바라보는 너무나 순수한 청년 호세인을 보다 못한 감독은 여배우를 교체하려는 생각도 해보지만 왠일인지 테헤레가 바라지 않는 눈치. 새침데기 처녀 테헤레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가슴을 끓이는 호세인. 그리고 그 둘을 지긋이 응시하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

“당신은 그저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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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About the Movie

<내 친구..>의 해맑은 우정에서 향기 가득한 사랑으로
우연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특별한 시작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하루 종일 산길을 헤매는 착한 소년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키아로스타미는 이란을 강타한 대지진 후 두 소년의 생사를 찾아 떠나는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발표한다. 키아로스타미의 명성을 또 한번 확인시킨 그 영화의 개봉 후 다음 영화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접한 <그리고..>의 스틸사진에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기발한 발상을 한다. <그리고..>에서 신혼부부로 출연했던 두 남녀배우 생각이 났던 것. 상대 여배우에 대한 짝사랑으로 가슴을 끓이던 그 남자배우를 떠올리고 키아로스타미는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를 탄생시킨다.

정겨운 재회의 기쁨
그리고 영화 속 영화의 매력


<내 친구의 집..>에서 보았던 배경과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재회의 기쁨과 함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두 주인공, 아마드와 네마자데의 훌쩍 큰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은 영화를 더욱 감칠 맛나게 하는 보너스) 이 영화는 전혀 새로운 구성과 접근방식으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찍고 있는 상황을 다시 연출하는 식으로 ‘영화 속 영화’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세 명의 감독이 있다. 즉 카메라 뒤에 서있는 키아로스타미 감독 외에 영화 안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찍고 있는 케샤바르쯔라는 감독, 그리고 그 케샤바르쯔의 지시에 따라 감독 역을 하고 있는 케라만드 감독이다. 인공세트는 물론 실내세트도 거의 없이 오직 자연광과 로케이션으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종종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영화 속에서 영화 바깥으로 스텝들에게 말을 걸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키아로스타미는 드라마 중간에 들어가서 등장인물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들을 지켜보며 관객은 영화가 담아내는 진실과 영화 속에 담겨진 세계들을 모두 관찰할 기회를 얻는다.

"영화를 찍고 있을 때조차도 촬영장 주변의 일들이 나를 매혹시킨다. 현실은 영화를 넘어선 곳에 있다." - 키아로스타미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캐스팅을 위해 현지 사람들을 모르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의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곳 사람들의 속내가 은근히 드러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다양한 상황에 처해있는 이란 사람들의 현실이 어떻고 또 그런 현실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질문하게 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극중 신혼부부와 연기자들의 실제상황을 대치시키고 또 한편 영화의 내러티브와 실제적인 일을 대치시킨다. 가령 감독이 호세인에게 대사를 고치라고 하는 장면 (호세인의 친지들은 지진으로 2명 정도가 사망했는데 감독은 65명으로 강요한다)이나, 요즘 이란의 남자들은 극중 남편처럼 권위적이지 않다고 감독에게 정정을 요구하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장면들은 영화에서 보여 지는 것과 실제 일어나는 일의 괴리를 그대로 나타낸다. 실제로 이런 일이 영화 촬영 중에는 빈번하다. 하지만 많은 감독들이 간과한다. 그러나 키아로스타미는 영화보다는 영화주변에서 파노라마를 중요시한다. 그건 실제의 삶이고, 사람과 사람, 상황과 상황은 실제의 삶에서 이어지고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화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 호세인, 테헤레 그리고 케샤바르쯔

이 영화에서 키아로스타미가 전달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희망이다. 문맹이고 집도 없는 가난뱅이지만 자신의 자식만큼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하는 착한 청년 호세인. 그런 희망 속에서 자신을 거들떠 보지조차 않는 테헤레에게 줄기차게 구혼하는 그는 바로 오늘날의 ‘이란’ 그 자체인 것이다. 지진을 뚫고, 그리고 빈곤과 무지를 뚫고 솟아나는 희망과 사랑의 싹. 우리는 그 안에서 ‘이란’의 미래를 볼 수 있다. 그 미래는 어쩌면 우리의 60년대나 70년대가 그러했듯 끈질긴 희망으로 일구어지는 것이리라.
반면 ‘배운 者’의 입장인 테헤레. 그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호세인에게 차갑다. 인사 한번 하는 일이 없고 묻는 말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진으로 죽은 그녀의 부모가 죽기 전 호세인과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호세인에게 희망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농부의 의상을 입고 싶어 하지 않는, 촬영장에서도 내내 책을 읽고 있는 테헤레는 어쩌면 호세인에게는 다가서기 어려운, 아련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이런 두 사람을 영화 내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케샤바르쯔 감독. 그는 키아로스타미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난한 청년 호세인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내내 주변의 주민들과 풍경들에 애정을 잃지 않는 휴머니스트인 그는 바람의 메아리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런 그의 시선이 관객의 시선과 일치되면서 관객들은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의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세계 비평가들이 격찬한 90년대 최고의 라스트 씬
그리고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계속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야마드가 뛰어 올라갔던 바로 그 언덕길에서 맺음된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히어로, 야마드가 짝꿍의 노트를 들고 뛰어가던 언덕길을 천국처럼 아름다운 올리브 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테헤레,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호세인을 롱테이크로 잡아낸 라스트 씬은 <내 친구..>와 <그리고..>의 라스트 씬에서 보여준 지그재그길의 감동을 뛰어넘는 신비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 한 장면의 촬영을 위해 키아로스타미는 20일을 소요했으며 전 세계 비평가들로부터 ‘90년대 최고의 라스트 씬이라는 격찬을 얻어냈다. 일몰직전의 4분을 너무나 매혹적으로 담아낸 이 장면만으로도 <올리브..>를 선택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장면은 모두 롱 쇼트(피사체를 멀리 잡은 장면)로 처리되었다. 키아로스타미는 이 장면에 클로즈업을 끼워 넣자는 촬영감독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그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미래와 삶 전체를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며 영화 전체의 깊이 있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삶은 영화가 끝나더라도 행복하게 이어질 것 같은 암시를 준다. 바로 희망이다. 올리브 나무 사이에는 그게 있었던 것이다. 이제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영화인 허구의 세계는 끝나고, 테헤레와 호세인의 두 젊은이의 행복한 삶이 시작될 것이다. 즉 그들의 현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또 다시 그들의 삶을 상상하면서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함께 마음속에 있는 상상의 세계의 문은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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