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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는 레이 쿠니의 희곡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한국에서도 연극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었던 <라이어>는 적절하게 바꾸어놓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원제는 다) 거짓말만으로 전체를 이끌어나간다. 사소한 사고와 그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처한 한 남자의 삶, 그 삶을 구하기 위한 거짓말에 끌려든 몇몇 인물이 전부인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뼈대 위에 영화 한편을 올려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경형 감독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성공작으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이모티콘으로 얼버무리고 지나간 원작 인터넷 소설의 여백을 에너지로 채웠고, 그저 나열하기만 하는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흘러가는 드라마로 재구성했다. 김경형 감독은 또 한번 부딪힌, 집 한채를 뜯어고친다고 할 만한 어려운 각색을 어떻게 만들어왔을까. <라이어>는 구멍 하나없이 촘촘한 원작과 함께 그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에도 흥미로운 영화다.
설정과
거짓말에 휩싸여 자신마저 잃어버린 남자의 비애, <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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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청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일본영화의 위대한 작가들은 한결같이 절망에 굴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키즈 리턴>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배틀로얄>에서 후카사쿠 긴지는 시스템에서 탈주하는 소년 소녀들에게 외쳤다. “뛰자!” 여기 <밝은 미래>에서 구로사와 기요시가 덧붙인 것은 ‘가라’는 사인이다. “지금까지 난 뭘하고 있었던 걸까요. 가라는 신호는 벌써 떨어졌는데.” <밝은 미래>의 주인공 니무라(오다기리 조)가 극중에서 던지는 이 한마디는 그간 인간 본성의 지옥도를 주로 그렸던 구로사와가 품고 있는 젊은 세대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절망의 심연에서만 찾을 수 있는 희귀한 희망 한 조각을 건져올린다.
<밝은 미래>는 24살 젊은이 니무라가 자신의 꿈에 대해 독백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꿈에서 행복한 미래를 보는 이 청년은 그래서 꿈
절망의 심연에서 건져올린 희귀한 희망, <밝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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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영화에서 ‘유령들린 집’이라는 소재는 끊임없이 스크린에서 부활하는 흡혈귀만큼이나 자주 출몰하는 고전이며 전통이다. <샤이닝>은 인디언의 묘지 위에 지어진 휴양지에 한 가족을 초대하고, 원인 모를 광기로 미쳐가다 결국 죽음을 맞는 아버지를 통해 가족 단위를 붕괴시킨다. <싸이코>의 미친 아들을 조종하는 것은 죽었으나 존재하는 무서운 어머니의 육성이다. 유령들린 집의 매력은 근래의 할리우드 경향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윌리엄 캐슬의 <하우스 오브 헌티드 힐>은 조엘 실버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헌티드 힐>로 리메이크됐고, 로버트 와이즈의 <악마의 집>은 얀 드봉의 손에 의해 <더 헌팅>으로 다시 태어난 바 있다. 대개의 경우 이 저택에는 원혼이 스며든 미완의 과사들이 점철되어 있으며, 그 안에 발을 딛는 집단의 단위는 종종 가족이고, 그들은 처참하게 무너져간다. 아니라면, <디 아더스>의 어머
즐거운 놀이동산 유령의 집, <헌티드 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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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명이 몰려 살고 표준화된 정보관리를 받는 도시의 삶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다만 몇개의 숫자로 표현될지 모른다. 거기서 공포의 연원을 읽는 스릴러영화 <테이킹 라이브즈>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사실 공동체적 기반을 잃고 살아가는 도시의 독신자들만을 골라 살해하는 연쇄살인마의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범작에 그치긴 했지만 <왓쳐>의 경우도 피해자를 예고하는 데도 정작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속수무책인 도시 생활의 삭막한 익명성을 파고든 적이 있다. 그러나 <테이킹 라이브즈>의 연쇄살인범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사람을 살해하고 난 다음 그 사람의 이름과 신분증, 카드를 사용하며 아예 그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정체성 도둑인 것. 그리고 미모의 FBI 프로파일러 스콧(안젤리나 졸리)이 천재적 직관과 관찰력으로 결정적인 증인 코스타(에단 호크)와 함께 범인의 심리를 추적하며 수사망을 좁혀간다. <쎄븐
남의 인생을 훔치는 연쇄살인마와 섹시한 여형사의 매치업, <테이킹 라이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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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켈리는 19세기 호주의 전설적인 대강도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는 로빈후드, 윌리엄 텔 그리고 우리의 홍길동처럼 지배층에 맞서 싸우며 민초들을 도왔던 영웅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할리우드의 스타 공급지로 각광받는 호주 영화계가 이 흥미진진한 인물을 가만히 놔두고 있을 리는 없었다. <네드 켈리>는 자국산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획된 호주 영화계의 야심적인 웨스턴 프로젝트다. 네드 켈리에 대한 소설 <아워 선샤인>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은 그가 체포되기 직전의 5년간이다. 이 짧은 기간에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가 발을 딛고 있었던 대지에 대한 통찰력이다. 영화는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가 묘사하는 궁핍한 이민자들의 삶은 생생하다. 호주의 대지를 메마르고 척박하게 묘사하는 미술과 촬영은 가끔 너무 과장되어 있기는 해도 적절한 박진감이 있다.
영화는 자칫 ‘영웅담’으로 빠져들기 쉬웠
소영웅의 투박한 선전포고, <네드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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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바꾸지 않고도, 오래된 연인 사이로도, 그 사랑이 매일 새로울 수 있을까. 매일 사랑에 빠지고, 매일 첫 키스를 나누는 기쁨에 취할 수 있을까. <첫키스만 50번째>의 연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루만 지나면 전날 기억을 까맣게 잊는 여자, 수많은 여성들과 하루 동안의 ‘시한부 로맨스’ 만들기에 열중하던 남자가 만나 눈이 맞아버린 것이다.
아내의 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사진과 문신으로 기록하는 <메멘토>의 레너드, 동네 미아 찾기에 동참해 ‘내가 누구지?’를 연발하는 <니모를 찾아서>의 파란 물고기 도리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 루시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1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루시가 인지하는 시점은 사고 이전과 사고 당일에 머물러 있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헨리는 루시에게 접근하고 사랑을 예감하지만, 루시에겐 바로 전날 데이트한 헨리를, 다음날 소 닭 보듯 하는 망각의 일상이 반복된다. 헨리는 그런
매일 새로 시작하는 오래된 연인, <첫키스만 50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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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영화가 도시의 불안을 먹고 자란 장르라면 사기극은 자본주의의 허영심이 키운 장르일 것이다. 돈은 모든 사기극의 원점이요 귀결이며 인간은 화폐의 잔인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연기할 뿐이다. 적어도 이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선 그렇다. 김 선생(백윤식)이 어느 기업 연수원에서 이라크 화폐에 대해 일장연설을 할 때 그 말엔 정말 큰 사기는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큰 건이 있다면 패를 놓을 수가 없다. 그런 욕망이 아니라면 이 세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범죄의 재구성>은 간단히 말하면 한국은행을 속인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일군의 전문가 집단이 의기투합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한다. 짐작하겠지만 여기까지는 <오션스 일레븐>과 크게 다르지 않다. 11명이 필요했던 <오션스 일레븐>과 달리 <범죄의 재구성>은 5명으로 팀을 구성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 건 이 영화가
한국은행을 속인 사기꾼들의 이야기, <범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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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도 슈퍼맨이 있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들이 판을 치는 나라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어쨌든 다리를 짓고, 빌딩을 올리는 이 슈퍼맨은 오리지널보다 (어떤 의미에서) 훨씬 ‘슈퍼’했다. 물론, 이 슈퍼맨이 한국 현대사에서 ‘슈퍼’가 되기를 강요받고 동원되었던 우리 모두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뛰는 슈퍼맨이라니, 아무리 푸른 타이즈에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익살을 떤다 해도 좀 직설적인 은유다. 영화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굽힐 줄 모르고 ‘실화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것도 물론 그 때문이다.
슈퍼맨이 정체성 위기에 빠지고, 다시 ‘짝퉁’ 루이 뷔통을 맨 ‘짝퉁’ 루이스를 만나 자기 신뢰를 회복하기까지의 이야기인 <신동양 수-퍼맨>은, 말하자면 대한민국 근대화에 관한 풍자적 보고서다. 저마다 ‘난 특별하다’는 슈퍼맨 신드롬에 빠져 몸이 부서져라 일한 것이, 조국 근대화의 동력이었다는 (사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대한민국 근대화에 관한 풍자적 보고서, <신동양 수-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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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의식에 미제 영웅들이 끼친 영향은 크다. 이번엔 <헐크>, 그리고 수용자는 겁 많은 초등학생 풍이다. 동네 강아지에게도 쩔쩔매고 힘센 학교 덩치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 순정을 가져간 야채가게 딸 랑에게까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는 일. TV 속 헐크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구름다리에서 떨어진 뒤 풍이는 정말 강한 힘을 얻게 된다.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소리도 없이 쫓아다니는 엄마가 발없는 귀신처럼 묘사되고 TV가 삶의 모든 유효한 가르침을 주는 이 나이 또래의 세계가 만화경처럼 그려지면, 이 아이들의 세계만큼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용기와 힘이 대접받는 곳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을 얻게 된 뒤 강아지도, 덩치들도, 사랑도 더이상 문제될 것 없게 된 풍이가 더 큰 힘을 가지려 시도하는 것도, 때문에 자연스레 이해된다. 그러니까 이 소년 헐크의 이야기는 ‘억압된 무의식의 폭주’라는 헐크 자체의 이미지와는 어
초등학교 버전 ‘인간과 권력’, <두 얼굴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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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 살아남기 위해 죽여야 하는 무자비한 서바이벌 게임 배틀로얄 최후의 우승자 나나하라 슈야. 그는 “필사적으로 싸워 가치있는 어른이 되라”던 기타노 선생의 살인 혐의로 수배됐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무기력한 피해자에 불과했던 슈야는 배틀로얄법을 시행한 어른들에게 선전 포고를 하고 테러단체 와일드세븐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어른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서, 또 다른 아이들에게 테러집단 소탕의 미션을 내리고 전쟁터로 내몬다. “사람 목숨은 평등하지 않다. 세상엔 승자와 패자뿐이다. 패배는 악이다.” 저격수도 타깃도 돼야 하는 아이들끼리의 싸움.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죽음인지, 아이들은 회의한다.
<배틀로얄 2: 레퀴엠>은 <배틀로얄>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잇고는 있지만, 번지수가 한참 다르다. 크랭크인 직후 쓰러진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결국 운명을 달리했고, 그의 장남이자, 각본가 겸 프로듀서인 후카사쿠 겐타가 속편의 운전대를 잡았
비디오게임 스타일의 전쟁영화, <배틀로얄2: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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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작가 마코토 세가와(마쓰다 류헤이)는 3년 전 헤어져 뉴욕으로 떠난 여자친구 시즈루 사토나카(히로스에 료코)에게서 어느 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그녀가 곧 사진 전시회를 연다고 쓰여져 있다. 그러나 동창회에서 만난 한 친구는 그녀가 이미 1년 전 뉴욕에서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마코토는 시즈루가 보내준 사진 한장만을 들고 무작정 뉴욕으로 향한다. <연애사진>은 향수가 가득 담긴 로맨스로 영화의 길을 연다. 마코토의 보이스 오버가 안내하는 회상장면은 시즈루와의 만남, 동거, 그리고 이별의 과정을 보여주며 신기루 같은 그녀의 존재를 궁금하게 만든다. 천재 같았던, 또는 백치 같았던 시즈루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러나 뉴욕에 도착한 마코토는 쉽사리 시즈루를 만나지 못한다. 그녀의 현재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정말 그녀는 소문처럼 뉴욕 귀퉁이 어딘가에서 죽어간 것일까? <연애사진>은 미스터리의 구조를 선택한다.
아름다운 현대판 괴담, <연애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