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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 작품. 정전 50주년을 기념해 한 방송사가 방영했던 한국전쟁 유해발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뒤늦게 발견했고 이에 영감을 얻어 2001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SF 장르, 칭기즈칸 소재의 영화 등을 기획 중이던 강 감독은 “50년 동안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던 늙은 아내가 뼛조각으로 남은 남편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감동받아 전쟁영화로 마음을 굳혔다고.
강 감독은 그동안 여러차례 ‘전투가 아닌 전쟁’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말로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웅이 등장하거나 전우애를 그렸던” 전쟁영화 대신 전장에 내던져진 당시 보통 사람들의 절박함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 이를 위해 강 감독은 “어떤 하나의 색깔로 단정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의 연속”인 한국전쟁이라는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 두 형제를 밀어넣는다.
2년5개월의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2003년 2월 첫 촬영에 들어간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
한국전쟁을 재현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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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의 춤과 노래 대신 할리우드영화 <그리스>에 반했던 인도 소년 라무(지미 미스트리)는 존 트래볼타를 모방한 댄스 강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 뉴욕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배우 지망생이 널린 그곳에서 밑천도 없고 심지어 백인종도 아닌 라무가 성공하기란 요원하다. 멋모르고 오디션을 봤다가 포르노영화를 찍게 된 라무는 이 업계의 프로배우 샤로나(헤더 그레이엄)에게 “남들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섹스를 즐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이 ‘섹스 철학’은 뉴욕의 상류계층 사람들에게 종교로 오인되고, 이를 어설프게 발설했던 라무는 졸지에 ‘섹스 전도사’로 대접받는다. 인도의 댄스교습소 안에서 가죽바지를 입고 췄던 마카레나가 뉴욕의 고급 펜트하우스 안에서 신성한 종교인 복장을 하고도 똑같이 반복되면서 라무는 굉장한 신뢰를 얻는다.
뉴욕에 심겨진 이방인,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의 무지함 등을 깔고 있긴 해도 <구루>는 크로스컬처
소박한 만화적 상상력, <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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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질과 강철 액션, 슬래셔 수준의 피튀김과 하드보일드 뱀파이어 헌터, 선과 악의 경계가 어떻게든 헷갈리는 플롯, B급 생동력, 죤 카펜터가 <슬레이어>로 꽃피운 뱀파이어영화의 기본 공식이다. 거기다 펑크록 템포로 움직이는 <버피>식 여전사에, 반은 흡혈귀고 반은 인간인 <블레이드>식 설정까지 모자라 뱀파이어라는 단일 품목까지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고 보면 뱀파이어영화도 액션, 호러라는 양축만으로는 부족해 끊임없이 수혈을 받고 있는 지경인 듯 하다.
<블러디 말로리>는 어느 쪽이냐 하면 위의 모두 다에다가 ‘플러스 알파’를 보탠, 설정으로만 따지자면(!) 엄청난 야심작이다. 결혼식 당일에 마각을 드러낸 요괴 남편을 도끼로 쳐죽이고 그 헤어날 수 없는 상처를 통해 종합요괴헌터로 거듭난 말로리. 나름대로는 그날 몸에 섞여 들어간 남편의 사악한 피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그녀의 미션은 콘돔 사용마저 죄악이라고 부르짖으며
프랑스산 할리우드 아류작, <블러디 말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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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눈으로 뒤덮인 고장 츠키오카에 중년의 남자 시바노가 찾아든다. 선조 대대로 이어온 회사가 실패한 뒤 죽음을 결심했던 시바노는 인근 여관에서 일하는 젊고 아름다운 게이샤 모에코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희망을 찾게 된다. 그러나 밝기만 한 듯 보였던 모에코에게도 첫사랑의 죽음 앞에서 삶을 포기하려 했던 슬픈 과거가 있었다.
<신 설국>을 보는 내내 기시감이 작용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사사쿠라 아키라의 원작소설 <신 설국>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의 속편격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이 <설국>으로의 공명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의 완성을 위해 무려 13년 동안 끊임없는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설국’이라는 제목답게 세심하게 묘사되는 설경의 스펙터클과 지역 풍물은 등장인물들이 직접적으로 발화하지 않는 미묘한 내면에 조응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가와
원작으로의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진부한 시나리오, <신 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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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토이치>는 1962년부터 26편의 시리즈영화로 만들어졌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1997년 사망한 배우 가쓰 신타로가 그 시리즈의 주연이었고, 27년 동안 자토이치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가쓰만의 캐릭터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기타노 다케시는 그 완고한 영토를 허물어뜨렸다. 맹인이고, 도박의 명수고, 검술의 달인이라는, 단 세 가지 특징만 물려받은 기타노 다케시는 코믹하고도 단호한, 특유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금발의 검객 자토이치를 창조했다. 자토이치는 단 몇번의 움직임만으로 액션을 끝내버리지만, 눈감은 그의 지팡이는 그저 피를 뿌리는 검이 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팡이로 톡톡 두들기고 공기를 가르고 사건을 만들면서, 자토이치는 어느 곳에도 없는 재미있고 잔인한 세상을 여행한다.
자토이치(기타노 다케시)는 발검과 동시에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맹인 검객이다. 그가 잠시 머무르고 있던 마을에 관직을 박탈당한 사무라이 하토리(아사노 다다노부)와 떠돌
나무랄 데 없는 즐거운 오락, <자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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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트뤼포의 <야생의 아이>(1970)는 짐승처럼 자란 한 ‘야생의 아이’가 문명세계와 어떻게 만나는가를 그린 영화였다. 여기서 그 아이는 때론 거부하고 또 때론 힘겨워하면서도 결국에는 문명세계의 ‘교육’ 아래로 편입된다.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의 주인공 소년 역시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났으나 인간 아닌 존재에 의해 인간 아닌 존재로 키워졌다는 점에서 트뤼포 영화 속의 ‘야생의 아이’와 동일한 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문명세계와의 대면이란 측면에서 트뤼포 영화 속의 아이보다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완강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자기를 길러준 엄마와 같아지기를 원한다. <곰이 되고 싶어요>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난 대로 그런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에스키모 부부에게 사랑스런 아기가 태어나던 바로 그 날, 곰 부부는 갓 태어난 아기의 죽음이라는 슬픈 일을 겪는다. 그 곰의 슬픈 울음소리를 들
흥미롭고 신비한 이야기, <곰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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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아니다. 비슷한 제목, 비슷한 컨셉의 영화들과 혼동되는 감이 있지만, 이 영화는 인터넷의 스타 만들기 문화 ‘얼짱’에 얽힌 실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태생부터 달랐다. 대학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 얼짱이 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남상미가 자신의 이야기에 ‘삐딱한’ 주변인물로 합류한 것을 보면, 재치만발 현실 패러디가 이뤄질 듯도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본 <그녀를 모르면 간첩>의 노선은 명백한 판타지다.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리고 말장난처럼 얼짱 그녀가 ‘진짜’ 간첩이라는 황당무계한 설정이 기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점에 위장취업한 미모의 남파간첩 림계순은 온 동네 남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삼수생 최고봉이 얼짱 게시판에 올린 사진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게 된 계순은 사진 삭제 요구를 위해 고봉을 만나고, 예기치 않은 감정의
삼수생의 낭만적 판타지, <그녀를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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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담원이자 시각장애인인 경우(이은주)는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구파발의 한 동네에 세를 얻는다. 같은 동네엔 그녀가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 타고 오는 154번 막차버스의 운전기사 박상현(이범수)이 살고 있다. 상현이 우연히 경우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그 둘은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영화는 이후 행복한 순간들, 위기 그리고 화해와 결합이라는 수순을 착실히 밟아간다. 물론 다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여하간 이 익숙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안녕! 유에프오>는 몇 가지 부가적인 설정들을 덧붙이고 있다.
먼저 시각장애인인 경우는 어린 시절 딱 한번 자신의 두눈으로 세상을 본 적이 있다(혹은 그런 적이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그것이 돌연 자신의 앞에 나타났던 UFO 덕택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29살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간직된다. UFO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경우의 믿음은 급기야 동네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전염
기이한 로맨틱코미디, <안녕! 유에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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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 ‘남친’에게 차인 고3 하영(하지원)은 꿀꿀한 기분에 길 위의 콜라캔을 차버린다. 캔이 귀족 대학생 형준(김재원)이 몰던 외제차를 가격하리라곤 물론 예상 못한 일. 싸가지 없는 형준은 차 수리비로 300만원어치의 노동력을 요구한다. 이렇게 해서 전대미문의 노비계약이 체결된다. 그 이후는 ‘싸가지’가 ‘내 사랑’이 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황당무계한 설정은 원작의 것이 아니다. 인터넷 소설 영화화 1호인 <내 사랑 싸가지>는 여고생과 대학생의 로맨스라는 뼈대 외엔 원작에서 빌린 살이 많지 않다. 사실 인터넷 하이틴로맨스의 참맛은 할리퀸 문고풍 소녀취향과 결별한 요즘 여고생들의 입담에 있다. 남자애들 비속어를 한아름의 이모티콘으로 귀엽게 버무리는 탈문법적 구어체는 순수문학의 작가적 ‘문체’에 아랑곳않는 넷세대의 ‘말맛’이다. 한데 바로 이 말맛이야말로 참으로 비영화적인 법. 그래서 영화는 대사를 가지치고, 한정된 시간 내의 드라마와 장르문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평균을 밑도는 상투적 신데렐라 서사, <내 사랑 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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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어른이야”라고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부모의 곁을 떠나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했던 날? 내 값진 노동의 대가를 두둑한 지갑으로 치환받던 감격적인 순간? 그를, 그녀를 영원히 책임지고 싶었던 운명적인 모멘트? 혹은 숨도 같이 쉬기 싫었던 동료나 상사를 무던히 참아내게 된 인내력 업그레이드의 그날? 아니면 더이상 소시지부침이 아니라 버섯구이나, 더덕무침에 젓가락이 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쩌면, 정말 그때 당신은 어른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스스로가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희열이란 동시에 우리가 한때 모두 거쳐왔던 소년, 소녀로서의 즐거움을 망각시키는 치명적인 독소를 품고 있다. 마치 피터팬과 뛰놀던 네버랜드에서의 기억을 접고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했던 웬디처럼.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책과 연극과 영화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피터팬>은 성장을 거부한 채 네버랜드에서 살아가는 소년 피터팬과 도시에서
모든 어른들을 위한 슬픈 동화,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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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의 북미 대륙. 부족 무당 타나나는 소년 키나이에게 토템 의식을 치러주며 삶의 징표로 ‘사랑’을 의미하는 곰의 토템을 건네준다. 내심 형들처럼 용감한 독수리나 늑대 같은 토템을 바라고 있던 키나이는 실망한다. 얼마 뒤 물고기 바구니를 훔쳐간 곰을 뒤쫓던 키나이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그뒤를 쫓던 큰형 시트카는 동생 대신 곰과 맞서다 죽음을 맞는다. 죄책감과 분노에 북받친 키나이는 곰의 토템을 내팽개친 채 끝끝내 형을 죽인 곰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 그 순간 오로라의 형태를 한 정령들이 키나이를 곰으로 바꿔버린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둘째형 데나히는 동생마저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곰에게 복수를 맹세한다. 자신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는 키나이는 길 잃은 아기 곰 코다와 함께 정령들을 만날 수 있는 산을 찾아 떠난다.
거의 확실하게 디즈니의 마지막 셀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될 <브라더 베어>는 스타일상의 놀라움과 내용상의 낯익은 진부함이라는, 디즈니가 최근 처한
참신함과 전통의 그늘 사이, <브라더 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