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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드래곤>은 서구의 오래된 설화와 이를 집대성한 J. R. R. 톨킨의 <반지전쟁>, 그리고 70년대부터 미국 젊은이를 사로잡았던 카드 롤플레잉게임(RPG) <던전스 앤 드래곤스> 등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실제로 게리 가이객스의 작품인 원작 게임은 훗날 컴퓨터 시스템에 맞게 이식돼 <히어로스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을 비롯한 거의 모든 RPG의 원전이 됐다. 때문에 RPG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드래곤, 기사, 마법사는 물론이고 엘프, 드워프 등의 캐릭터에 친근함을 느낄 것이다. 영화의 전개 역시 롤플레잉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졸지에 정의의 기사가 된 리들리가 사브릴의 지팡이를 찾으러 가는 여정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과제를 해결해나가며, 이 과정에서 동료를 하나씩 얻어간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RPG의 문법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던전 드래곤>은 젊은 관객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전설 속의 과거를 시대
<던전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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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은 청춘남녀, 장소는 바깥 세계와 떨어진 외딴 곳, 섹스하면 죽는다, 살인마가 죽었다고 안심하지 마라. <컷>은 난도질 공포영화의 공식들을 정확히 지켜간다. <나이트메어>에서 <스크림>까지, 공포영화의 걸작들이 일궈낸 장면과 소품까지 일일이 ‘카피’하면서.공포영화를 만들다 살해당하는 스탭들이라는 설정은 <스크림3>에서 등장했다. <스크림>의 그림자는 <컷>을 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어른거린다. 주인공인 영화감독 라피의 실루엣은 <스크림>의 시드니와 겹쳐 보이며, <피의 축제>의 시작은 <스크림>의 오프닝과 똑같다. 살인마가 일격에 여자들을 죽이지 못하고 그들에게 가격당하는 것도 <스크림>의 가르침. 그밖에도 <컷>이 참조한 공포영화는 다양하다. 살인마의 무표정한 마스크는 <할로윈>이나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의 그것이고, 마스크를 벗은 살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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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인버스>는 플롯을 잘 짜놓은 영화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또 과거에서 대과거를 회상하는 이중 플레시백 구성으로, 세 시간대의 이야기가 바이올린과 인물들에 얽힌 관계의 올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바이올린 경매에서 만난 늙은 블라우 남작과 젊은 여인 콘스탄자가 한나절 마주 앉아 2년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함으로써 영화는 시작된다. 곧 ‘1968년 프라하’에서,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콘스탄자가 ‘캐논 인버스’ 연주를 듣고 그로부터 바이올린을 건네받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콘스탄자에게 들려준 예노와 데이빗, 소피의 이야기에까지 이른다.‘캐논 인버스’는 두 연주자가 악보의 처음과 끝에서 각각 연주하기 시작해 결국에는 서로 만나는 음악적 형식. 두 주인공의 애증에 관한 영화임을 제목에서부터 슬쩍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화자의 내레이션이 중간중간 삽입되며 현재로 왔다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전형적인 회고담이다. 독특한 점은
<캐논 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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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비정한 질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르영화지만 <친구>의 야심은 남다른 데가 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곽경택 감독은 난폭하고 잔인한 조직세계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다. 그가 재현하려는 것이 90년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제나이트클럽 살인사건의 진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독차의 뿌연 연기를 뒤쫓는 벌거숭이 동네꼬마들을 담은 첫 장면이 암시하듯 <친구>는 낯선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어떤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그 시절 들뜬 마음으로 여고축제를 찾았던 까까머리 친구들에게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무언가가 성인이 되고 난 어느 날 흔적 없이 증발해버렸다. <친구>는 이곳의 탁한 공기에 희석되어 사라진 언덕 저 너머의 청명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영화다.13살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대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감독의 분신인 상택의 눈을 거쳐 화면에 자리잡는다. 상택은 모범생이던 자신과 달랐던 두
네 갈래 길, 그 시절 맹세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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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등신 미녀들이 액션영화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우연일까, 유행일까, 현실 반영적인 하나의 현상일까. 지난 가을과 겨울을 <미녀 삼총사>가 습격한 데 이어, 올 봄에는 <미스 에이전트>다. <미스 에이전트>의 출발점은 조금 달라 보인다. ‘미녀 삼총사’들이 미인계를 치명적인 무기로 동원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던 반면, 이 ‘에이전트’는 미인과 거리가 멀고 심지어 친해질 수도 없는 부류다. 그녀는 생존과 정의를 위해 혐오해 마지않던 ‘미인 탄생’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두 영화가 취한 태도와 동기는 다르지만, 스크린 뒤에 숨은 의도는 같다. 주인공 여성들은 상당한 지력과 무공의 소유자들로, 남성 전용석인 사설탐정 또는 FBI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지만, 이들에게 여전히 뇌쇄적인 미모(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는 필수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상충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심각해지지는 말자. <미스 에이전트>는 ‘웃자고
팔등신 미녀의 액션영화, <미스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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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로 만나 생의 달고 쓴 굽이굽이를 함께 해온 남녀의 지난한 세월. 영화는 그것을 ‘우정세월’이라 이름하며 회고한다. <우정세월>을 이끄는 것은 우연히 산계를 만난 아지의 남동생 영오의 회상. 기억속 주인공들은 앞집 형 산계와 누이 아지이다. 허름한 홍콩 아파트 동네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번번이 피로 얼룩지며 성사되지 못한 결혼식까지, 이들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맺어낸다. <우정세월>은 이 사연을 다소 가볍게 훑어나간다. 영오라는 제3자의 시점을 통해, 그리고 시간의 간격을 둔 회상에 의지해 <우정세월>은 비장한 홍콩누아르를 로맨틱 코미디 터치로 그려낸다.어느덧 홍콩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린 다닥다닥 붙은 서민아파트는 이 영화에서도 중요한 배경으로 나온다. 이 아파트에서 문을 마주하며 자라난 소년소녀의 가난이라는 공통적인 태생은 커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의 밑바탕에 문신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소녀의 집안사정을 다 아는 소년은 클럽걸
우정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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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전설’이 있었다. 깊은 숲에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마녀의 전설. 그걸 이용하여 저예산의 ‘의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다시 인터넷으로 ‘사실’인 것처럼 네티즌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통해 3만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2억4500만달러를 벌어들인 <블레어윗치>의 흥행 전설. 그러나 거짓 전설로 진짜 전설을 일군 <블레어윗치> 팀은 영면을 취하지 않고 전설의 재림을 꿈꾸었다. ‘의사 다큐멘터리’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한 저예산 공포영화의 속편은 어떤 길을 갔을까? 제작진은 같은 공간, 그러나 보이는 공포라는 길을 택했다.
<북 오브 섀도우>는 1편의 다큐 전략을 따라 TV의 토크쇼, 뉴스 릴 등을 현란하게 교차편집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마녀의 숲으로 들어간 다섯 사람의 뒤를 쫓는다. 물론 도구는 비디오카메라. 거기까지는 전작과 유사하다. 제프 일행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찾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조사한다. 그러나 카메라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할까?
북 오브 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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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오브 더 건>은 자칫 방심하면, 따라잡기 쉽지 않은 영화다. 밤거리를 떠돌며 심심풀이 카드 놀이나 하는 한심한 두 청년. 이들이 재계 거물의 아이를 임신한 대리모를 납치한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그런데 그들을 뒤쫓는 패거리들이 돌변해서 달려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로빈을 구해야 하는 흑인 경호원은 거물의 정부와 연인 사이고, 로빈이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또다른 인물이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한물간 늙은이들까지 총을 드는 사태를 맞닥뜨리고 나면 이 복잡한 이야기의 본말을 꿰어맞출 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한방을 남겨둘 여유가 없어 최후를 맞았던 롱바우처럼.잠깐 내비쳤다가 감춰둔 패들을 연이어 던져대는 감독의 못된(?) 심보는 전력을 들추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탐정 일을 하다 친구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만나 1995년 <유주얼 서스펙트>로 오스카 각본상을 거머쥔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장본인. 그는 데뷔작에서 ‘친구 덕을 본 행운아’라는 오해를 씻고자
웨이 오브 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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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포장을 두른 <하루>나 판타지의 힘을 빌린 <번지점프를 하다>와 달리 <선물>은 고전적인 멜로드라마다. 아내의 병을 알아차렸을 때 영화의 운명은 일찌감치 정해진다. 아무리 슬퍼도 남들 웃기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개그맨, 그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에게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병원 응급실에서 초를 다투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무대에 서 있는 그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남편이 웃기는 모습을 보는 여자는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인가? 답이 예고된 질문들이지만 멜로드라마는 눈물을 감추지 않는다. 관객은 <하루>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다시 한번 불행한 연인들과 마주한다.출신의 비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선물>은 스스로 내건 목표에 대해 솔직하다. 더불어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를 위해 남자는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주려 한다. 아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바보 같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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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전설>은 중국의 전통 인형극 포대희(布袋戱)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형의 정지동작을 연속 촬영해 섬세한 동작을 보여주는 스톱모션 인형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손으로 인형을 움직이고 이를 다양한 앵글과 카메라 액션을 이용해 보여주는, 굳이 말하자면 ‘인형 실사영화’다. 인형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따분하거나 유치하지만은 않다. 햇수로 3년 동안 125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1천여평의 공간에 꾸며진 정교한 대형세트를 배경으로 타이트하게 촬영한 실사화면과 컴퓨터그래픽의 다양한 특수효과를 곁들인 덕에 이 작품은 박진감 넘치고 환상적인 대작무협영화로 태어날 수 있었다. 인형들이 펼치는 액션은 정교한 맛은 덜하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다. 인형들은 빙빙 돌며 공중으로 차오르거나 발을 이용해 상대방의 검을 차내는 등 홍콩 무협영화의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스케일면에서는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보다 한수 위의 세계를 만끽하게 해준다. 칼을 휘두르는 기세에
성석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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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겠지만 <무사>에는 정우성이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국내에도 개봉된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나라야마 부시코>의 오카다 겐과 서구에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액션배우 소니 치바가 나온다. <춤추는 대수사선>과 <화이트아웃>으로 일본 최고의 흥행배우가 된 오다 유지도 조역으로 출연했다. 감독은 <철도원>으로 한국에서도 흥행성공을 거둔 후루하타 야스오다. <무사>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89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사무라이 액션영화다.<무사>를 최첨단의 특수효과가 잔뜩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줄 하나에 의지하고 절벽을 건너가는 장면에서 매트 페인팅인 것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무사>는 구식영화다.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80년대풍 록음악의 주제가가 연주된다. 액션은 때로 휘황하지만 너무 수공업적이다. 21세기에 만나는 <무사>
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