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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드워드 양 / 출연 오념진, 금연령, 오가타 이세이, 조너선 창 / 제작연도 2000년
서른에 잔치는 끝난 줄 알았다. 변변한 잔치를 열어본 적도 없는 나의 30대에 최영미의 선언이 아프게 박혔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멍청한 30대가 되어 요절할 기회조차 사라진 허망함이랄까. 이미 잔치가 끝났으니 남은 세월을 가끔 <서른 즈음에>나 부르며 일상이나 대충 수습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기실 나는 잔치를 벌여본 기억조차 없었다. 2000년 당시 다큐 전문 채널에서 방송 마감에 허덕이는 나날 속에서 나만의 유사 잔치를 꿈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한달에 한두번 운 좋게 쉬는 주말에 간혹 ‘100만원의 날’을 정하고 하루 새 100만원을 쓰곤 했다. 아침에 현금으로 100만원을 뽑아서는 당일 운좋게 만난 이와 젊은 졸부처럼 탕진하거나, 홀로 맞는 날엔 한두곡외 별로인 음반이나 사도 안 사도 그만인 책들을 수십여만어치 사기도 했다. 공허와 권태에 대한 나름의 반동이었고,
이창재의 <하나 그리고 둘> 사표 유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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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많은 이국 감독들이 미국의 광활한 땅과 끝없는 도로, 한적한 노변 식당(diner)과 모텔의 풍경에 매료됐다. 빔 벤더스, 아키 카우리스마키, 왕가위, 월터 살레스로 이어지는 긴 명단에 영국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도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이하 <아메리칸 허니>)로 이름을 올린다. 삶의 전망을 찾기 힘든 소녀 스타(사샤 레인)는 월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샤이아 러버프)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가출팸’에 합류한다. <아메리칸 허니>는 모텔과 승합차의 영화다. 아이들은 일 나가는 미니밴 안에 흐르는 음악을 따라 부르고 밤이면 모텔 마당에서 춤을 춘다. “나는 미국의 모텔이 좋다. 방문을 열면 내 차가 보이고, 문 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낯선 이들과 대화가 시작된다.” 안드레아 아놀드의 표현이다.
06/28
어떻게 한 거지? 설마 체구를 줄인 건가?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인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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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품위있는 그녀>는 극에서 모사하는 교양과 품위가 마티스나 칸딘스키, 팝아트를 언급하는 수준으로 대단치 않다. ‘타로보살’의 말을 듣고 남편에게 외도 방지용 눈썹 문신을 시키는 강남 부유층의 모습이 딱히 부러울 것도 없이 그려지고, 진짜 저럴까 싶은 모습도 많지만 그야 우리로선 알 수 없다. 리얼리티를 구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아내의 자격>과 <밀회> 속 강남 부유층과 닮은 듯 결이 다른 세계에서 “대박”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휴지 회사 사주 집안의 작은며느리 우아진(김희선)를 만날 수 있다. 그녀를 선망하고, 그 집안을 집어삼키려 간병인으로 회장(김용건)에게 접근한 박복자(김선아)도.
고용주와 고용인으로 만난 둘은 이제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가 될 참이다. 나이 일흔의 회장을 ‘ 서게’ 만든 간병인이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는 그저 그런 통속극이 스릴러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순간은 복자의 저돌성에서 나온다. 누군가가 자신의 계략을 눈
[TVIEW] <품위있는 그녀> 그녀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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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박열> 내가 이 사건의 배후가 되어 주겠소!
[정훈이 만화] <박열> 내가 이 사건의 배후가 되어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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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후에 다시 만나요.”
로라 팔머가 말했다. <트윈 픽스>를 사랑했던 우리 모두는 그 붉은 방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사춘기는 여전히 그 붉은 방 안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FBI 요원 데일 쿠퍼는 그대로 붉은 방 안에 갇혔다. 시간이 흘렀다. 정확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밝혀두자면, 빼고 더할 것 없이 25년 11개월 11일 전의 일이다. 쿠퍼는 여전히 붉은 방에 갇혀 있다. 그런 그 앞에 로라 팔머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 여기서 나가도 돼요.” 이제, 데일 쿠퍼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 이렇게 쓸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벅차다. <트윈 픽스>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었다. 1991년 두 번째 시즌이 종영한 이후 정확히 25년 만의 일이다.
1991년에 방영된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 데일 쿠퍼의 인격은 둘로 나뉘었다. 본래의 쿠퍼 요원은 붉은 방에 갇혔다. 살인마 밥이 빙의된 악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25년 만에 돌아온 <트윈 픽스>를 격하게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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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개봉을 기다린 건 영화 속 한국 로케이션 촬영 장면에 대한 궁금증보다 줄리 델피가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당시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참석 배우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디즈니사는 그에 대해 잘못 표기된 정보가 아님을 밝혔다. 완성된 영화에서 줄리 델피는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로 인해 드러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과거 플래시백 장면에서 교육관 마담 B로 등장했다. 스파이 용병으로 훈련받던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가 등장하면서, 블랙 위도우만의 단독 시리즈를 기대하게끔 했다. 줄리 델피를 캐스팅하여 그렇게 끝내버리면 얼마나 황망한 일이란 말인가. 이후 블랙 위도우 단독 시리즈는 여전히 ‘검토 중’이란 소식만 전해왔고, 그런 가운데 스칼렛 요한슨 단독 주연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017)을 먼저 만난 셈이다. 이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특집을 꾸리며 가장 궁금한
[주성철 편집장]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그리고 창간 22주년 페스티벌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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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식당에 가면 별 고민 없이 즐겨 고르는 메뉴가 제육덮밥이다. 제육덮밥은 내게 미각의 정체성이고, 솔푸드이며, 완벽한 물질(?)이다. 나는 삶에서 아주 오랫동안 제육덮밥을 즐겨왔고, 다른 어떤 육류보다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십몇년 전의 언젠가, 무슨 얼어죽을 체육대회의 만찬 준비를 위해 암퇘지 한 마리를 통째로 굽는 작업을 감독한 적이 있다. 나는 한 마리 짐승을 밤새 골고루 익히고 그 해체를 지켜보면서 계속 술을 들이켰고, 부산물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부위를 맛보았다. 돼지는 정말로 버릴 게 없다. 근처 정육식당에서 초빙한 통구이 전문가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돼지에서 안 먹는 부위는 없어. 딱 두개만 빼고.” 그게 뭐냐고 내가 묻자 그는 “눈알”이라 답했다. 나는 윽 하는 리액션을 했을 뿐, 이후에도 고기를 멀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튼 올해 6월 29일, 0시가 되길 기다려 나는 TV에 연결된 엑스박스 원을 켜고 넷플릭스를 통해 기대해 마지않았던 <옥자>를 보
봉준호의 <옥자>를 보고 떠올린 리처드 플라이셔의 <소일렌트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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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든 해외든 대중음악 최후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수많은 걸작들이 발표되었으며, 이 걸작들이 거의 대부분 ‘엄청나게’ 팔린 마지막 호시절이란 의미다. 그 걸작의 목록 중에 바로 이 앨범,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를 최정상에 올려놓는 건 이제 일종의 상식 비슷한 게 되어버렸다.
얼마 전 몇몇 평론가와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OK Computer》 이후로 한정해서 이것보다 더 끝내주는 음반, 솔직히 있다고 생각해?” 그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고, 이 앨범에 대한 나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받은 것 같아 행복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마니아와 비평가들은 적어도 지난 20년간 이 음반보다 영향력 있는 작품은 없었다는 데 동의한다. 이 앨범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멀리 갈 필요도 없다. 70년대의 더브(dub)와 디제이 섀도(DJ Shadow)의 작법을 끌어들인 <Airbag>, 라디오헤드판 <Bohemian Rhapsody>라 할
[마감인간의 music] 라디오헤드 《OK Computer: OKNOTOK 1997 2017》, 오래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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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은 내게 언제나 서늘한 기억이다. 개인 홈페이지에 쓴 잡글 덕에 ‘<디 워> 사태’ 한복판에 끌려갔고 곧장 매국노로 단죄되었다. 충무로로부터 배척당한 코미디언이라는 피해자 서사에 빙의된 대중의 분노는 졸지에 일개 무명감독인 나를 충무로 대표 주류라고 몰아세웠다. 어쩌면 그때부터 민감해졌나 보다. 왜 대중은 피해자 서사에 열광할까. 반면 정작 다른 약자들 서사에는 왜 그토록 둔감해졌을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질문은 아직 유효한 것 같다.
작고한 지그문트 바우만은 “어떤 종류이든 사회의 시선을 끌려면 스타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신자유주의하에서 대중이 앞다투어 ‘피해자 되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가 더 피해자인지를 경쟁적으로 전시하는 인정투쟁의 세계.
누군가는 이것이 형식적 민주주의가 가져온 ‘평등’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형식적으론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불평등이 격화되면서 모든 권위와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우리는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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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보니 그의 이름을 안 지 꼭 30년이다. 그때 나는 어렸다.
얼굴을 본 건 오랜 시간이 흐르기 전이었다. 그때도 나는 어렸지만, 성인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 그를 거리에서 보았다. 처음 사진기를 들이댄 건 길어야 20년 짧다면 15년 전이리라.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의 인상은 편치 않았다. 사진기를 둘러멘 자들이 잠시 앞을 가릴라치면 “야, 이놈들아!”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불편했다. 나를 지칭한 나무람이 아니라 해도 모욕감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사진기를 든 양아치거나 훼방꾼인가. 나 자신이 싫었다. 동시에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됐다.
3년 전, 해고됐다 복직한 노동자 김수억이 다시 받은 첫 월급을 털어 ‘스승의 날’을 마련하고 싶다 말하고, 함께하자는 손들이 웅성댈 때 사진쟁이들에게 요청이 날아왔다. 그에 관한 사진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 기꺼이 도왔지만 그가 좋아서 한 일은 아니었다. 그날 밤, 주름진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그날 밤 노동
[노순택의 사진의 털] 나는 백기완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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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흥식 / 출연 문소리, 이재응, 윤진서 / 제작연도 2005년
나는 90년생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70, 80년대에 대한 향수가 짙었다. 그때의 노래들, 그때의 도시 풍경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고 뭉클해졌다. 게다가 난 엄마에 대한 사랑도 유독 짙다.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사람이라서 그냥 횡단보도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걷는 것만 봐도 너무 귀엽다. 이런 나에게 <사랑해, 말순씨>는 그야말로 제격인 영화가 아닐 수 없었다.
70년대 말. 주인공 광호(이재응)에겐 엄마 말순(문소리)과 4살 된 여동생 혜숙이 있다. 중학교 2학년인 광호는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다. 동생은 귀찮고 엄마는 더 귀찮다. 바보라 불리는 동네 형 재명 때문에 아침부터 창피를 겪는 광호. 같은 집에 하숙하는 누나 은숙(윤진서)은 그런 광호가 귀여운지 종종 말상대를 해준다. 광호는 은숙이 좋다. 광호의 시점에서 그 시절 자연스럽게 광호를 스쳐가는 소소한 일부터 소소하지
정가영 감독의 <사랑해, 말순씨> 엄마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