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만화작가 겸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의도한 제목이 분명하니까. ‘수짱’ 시리즈로 (특히)우리나라에서도 20∼40대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가다. 일과 결혼에 대해, 삶의 목적과 질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수년 전 일본의 이야기이자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매우 닮아 있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등 그녀의 작품들은 이미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 그리고 마스다 미리의 대표작 중 하나의 제목이 바로 <주말엔 숲으로>다.
‘재미와 의미’를 채널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OtvN에서 <주말엔 숲으로>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개그맨 김용만, 배우 주상욱, 가수 손동운 이 세 남자가 지친 도시인들을 대표하여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들을 만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욜로족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제주도. 그곳에서
[김호상의 TVIEW] <주말엔 숲으로> 오늘을 행복하게
-
[정훈이 만화] <보안관> 당신 뭐야?! 기장마을 보안관입니다
[정훈이 만화] <보안관> 당신 뭐야?! 기장마을 보안관입니다
-
올해 전주도 풍성했다. <씨네21>은 공식 데일리 외에 영상 작업도 더했다. 늘 그렇듯 지속적인 ‘좋아요’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이번호 특집에서 언급되지 않은 두 작품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천안함 프로젝트>(2013)에 이은 백승우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국정교과서>는 ‘우리는 왜 21세기에 국정교과서를 강요받고 있는가’라는 질문 아래, 수구세력의 역사 쿠데타라 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를 중심에 두고 최근의 탄핵까지 세월호 이후 3년의 시간을 면밀하게 담고 있다. 2010년에 천안함 사건이 있었고 그로부터 시작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개봉까지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시점상 그로부터 시작한다 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도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말하자면 천안함 이전 극영화를 준비하던 백승우 감독은 무려 지난 8년 동안 숨 가쁘게 정치다큐멘터리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국정교과서>와 <버블 패밀리>, 이한빛 PD의 죽음과 박찬욱 감독의 소감
-
만화 속에 등장하는 마을이 주인공들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만화들이 있다. <내일의 죠>에서 떠돌이 불량소년 죠가 어슬렁거리며 찾아들었다가 권투 선수로 운명이 바뀌어버린 도쿄의 변두리 공장지대 빈민촌. 부자인 아카네의 대궐 같은 집과 극악의 빈민 진의 무덤 옆 판잣집까지 함께 모여서 사는 <괴짜가족>의 무대가 되는 마을. <원펀맨>의 대머리 슈퍼히어로 사이타마가 사는, 매일매일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 괴수가 나타나 파괴되는 Z시. 고등학생들이 전철역에서, 뚝방에서, 뒷골목에서, 공원에서 매일같이 피터지게 싸움질을 하는 <크로우즈>의 스즈란 고등학교 주변 마을. 슈퍼맨과 더티 해리를 닮은 이발사, 안녕이라 인사하며 순찰차를 박살내는 사이보그 소녀와 쓸데없는 물건만 발명해내는 박사님, 참새를 키우는 호랑이 신사가 사는 <닥터 슬럼프>의 펭귄 마을.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헌책방과 신간 서점이 한 블록 건너에 자리하고, 괴기 소설을 쓰는
[오승욱의 뒷골목 만화방] 츠바나 <제7여자회 방황>
-
-
턱시도는 보컬리스트 메이어호손과 프로듀서 제이크원으로 구성된 듀오다. 이 둘이 신인이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 있는 활동을 해 온 뮤지션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먼저, 메이어호손은 솔(Soul) 보컬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고, 몇장의 솔로 앨범이 있다. 디제이이자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제이크원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 알게 됐다. 시애틀 힙합신을 살펴보다 그가 프로듀싱한 음악을 들었다. 그렇다. 턱시도의 많은 팬이 모르고 있지만 제이크원은 원래 힙합 프로듀서였다. 때문에 턱시도의 첫 앨범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50센트, 릭로스, 스눕독, 티아이, 고스트페이스킬라의 앨범에 수록된 제이크원의 비트를 듣고 턱시도의 앨범을 연이어 들어보자. 누가 똑같은 사람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겠나.
턱시도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됐다. 여전히 펑크·디스코·댄스를 아우르며, 단번에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로 무장했다.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2nd Time A
[마감인간의 music] 코믹하게 활기차게 - 턱시도, <2nd Time Around>
-
몇해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아녜스 바르다의 <방랑자>를 본 기억이 난다. 겨울이었을 것이다. 종로의 그 극장 안에 앉아 있으면 여름이건 겨울이건 추웠다. 오들오들 떨며 영화를 보고 나오다 역시 혼자 영화를 보러 왔던 오래된 친구와 우연히 마주쳤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참 춥다, 날씨도. 영화도.
그리고 며칠 전, 다시 같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봄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한기가 몰려왔다. 영화의 첫 장면은 들판에서 동사한 여성의 사체를 비추며 시작된다. 그리고 여성과 조금이라도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시몬이라는 고리타분한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모나라고 부르기를 선택한 주인공은 방랑자다. 지나가는 대사로 미루어볼 때, 그녀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으며 따라서 충분히 사회로 편입될 수 있었으나 “윗사람들”을 모시기 싫다는 이유로 야영 혹은 노숙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우리는 모나의 고된 여정이 어떻게 끝나는지 이미 알고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한기를 느끼다
-
감독 김선민 / 출연 이윤미, 정대용 / 제작연도 2005년
‘내 인생의 영화’ 원고 청탁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가리봉’이었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일하셨고, 내가 중학교를 다녔고, 첫사랑을 만났고, 서른 남짓까지 들락날락했던 동네가 가리봉이다. 성장기 동안 그곳에서 봤던 풍경과 기억들은 영화가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도구라는 믿음을 갖게 해준 이미지이자, 내가 영화를 하는 이유다. 원고 청탁을 받은 다음날 김선민 감독의 부고를 받았다. 내 기억 속의 가리봉과 <가리베가스>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있던 차라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단편영화 <가리베가스>는 새로운 것에 밀려 가리봉 쪽방을 떠나는 노동자 선화와 그 자리를 메우며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안에서 무력하게 사라지는 삶을 보여준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영화에 빚을 지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영화인으로 지향한 삶을 망각하고 생활인으로서 영화 일을 하
[내 인생의 영화] 박홍열의 <가리베가스> 김선민 감독을 추모하며
-
※<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 티모시 스폴을 돌아보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마이크 리 감독의 영화들을 복습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마이크 리 영화 최다 캐스팅 배우인 레슬리 맨빌의 위용에 압도당했다. <세상의 모든 계절>(2010)의 처절하게 외로운 메리 역으로 비로소 해외 관객의 머리에 이름을 새겼지만 그전에도, 후에도 맨빌의 연기는 예외없이 경탄스럽다. <비밀과 거짓말>의 사회복지사, <전부 아니면 무>의 슈퍼마켓 계산원, <미스터 터너>의 19세기 여성 과학자, <뒤죽박죽>의 극작가 부인 등 천차만별 비중과 성격의 역할 속에서 맨빌은 동일 배우임을 알아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스펙트럼이 외모의 굉장한 변형이나 기발한 매너의 발명 없이 완성된다. 조용히 눈부신 배우다.
04/22
토요일의 언론 시사회는 오랜만이고, 다같이 “트랜스포메이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빵과 장미
-
‘평범한 8년차 주부’가 보여주는 비범한 추리.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주인공 유설옥(최강희)이 마치 뭐에 홀린 듯, 진실에 다가가는 짜릿함으로 충만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 열기에 동화되는 나도 추리하는 이의 지성을 조금이나마 나눠 갖는 착각에 빠진다. 설옥 덕분에 추리 장르에서 얻는 쾌락을 곱씹다보니, 내 머리를 쓰며 동참하는 즐거움과 월등히 뛰어난 주인공에게 업혀가는 안락함 둘 다 충족되는 드라마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천재적이어야 하는 주인공의 딜레마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소소한 일상 사건을 통해 구축한 개성과 디테일이 드라마 후반부의 거대한 음모와 강렬한 감정 따위에 휩쓸리면서 애초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16부작 미니시리즈 추리물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리의 여왕>은 시작부터 설옥의 일상 추리와 마약이나 살인 등의 강력범죄 사건을 세트로
[유선주의 TVIEW] <추리의 여왕> 생기 넘치는 얼굴
-
[정훈이 만화] <특별시민> 차기 보스는 누가 될 것인가
[정훈이 만화] <특별시민> 차기 보스는 누가 될 것인가
-
이번호부터 국내뉴스 지면이 조금 달라졌다. 먼저 영화계의 첨예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두개의 ‘포커스’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지난 <씨네21> 1101호 국내뉴스 ‘포커스’ 기사, 전영문 스푼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기고한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라는 제목의 글, 그리고 그가 2주 연속 같은 지면에 기고한 1102호 기사,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직개편안’ 졸속 추진과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의 ‘의혹’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글에 대해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과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이 나란히 반론을 보내왔다.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이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 묻고(1101호), ‘영화진흥사업 지원체계 개선안’이 누구에 의한 ‘기안’이며 어떻게 ‘논의’된 개선안인지 묻는(1102호) 전영문 프로듀서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정권 교체기 요동치는 영화계 그리고 <필라델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