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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캐릭터를 이루는 여러 요소를 고민하게 됐다.” 지난 1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있었던 ‘시네마테크 KOFA가 주목한 2015년 한국영화’ 기획전에서, <베테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류승완 감독은 한편의 글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연출자로서는 꽤 아픈 글일 수도 있는데 관객들에게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바로 한국영상자료원 KMDb ‘영화글’에 실린 홍지로 평론가의 ‘한국영화걸작선’ <베테랑> 비평이었다. 풀어서 요약하자면 이렇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 형사는 ‘싸나이’와 ‘가오’를 입에 달고 사는 가부장이고, 영화 속 여러 설정들로 볼 때 성차별주의자에 인종차별주의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며, 필요 이상으로 공권력을 휘두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폭력 경찰에 가까운데, 그런 인물이 악덕 재벌 2세와의 싸움에 나섰다고 하여 마냥 응원하고 그 승리를 선뜻 환영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우려였다.
이럴 때 떠오르는 니체의 유명한 이
[에디토리얼] <검사외전>의 흥행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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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년여 전부터 힙합그룹 가리온과 <모두의 마이크>를 주관•진행하고 있다. <모두의 마이크>란 재능 있는 신인 래퍼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랩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무대에서 재능을 발휘한 래퍼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 소개할 만수는 <모두의 마이크> 시즌2의 (압도적인) 우승자다. 약속한 대로 우리는 그에게 더 콰이엇과 작업할 기회를 마련해주었고 그 결과물이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만수는 ‘트렌드의 선봉에 서는’ 타입의 래퍼는 아니다. 그러려고 했다면 일단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만수는 가진 게 많은 래퍼다. 정공에 가까운 꽉 찬 랩 플로, 좋은 전달력, 듣는 이를 ‘빵’ 터지게 하는 재치, 무엇보다 <모두의 마이크>에서 드러났듯 강렬한 무대 장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래퍼로서의 장점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역시 ‘진솔함’이다. 자기고백적인 태도와 서
[마감인간의 music] 누군가를 알아가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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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쿵푸팬더3> 쿵후판다
[정훈이 만화] <쿵푸팬더3> 쿵후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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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점이 있지만 <로봇, 소리>는 특수효과가 어디까지나 이야기에 봉사하도록 통제한 드문 한국 SF다. 진화한 인공지능 무인 위성 ‘소리’는, 이 영화의 구경거리가 아니라 가장 사려 깊고 독창적인 캐릭터이며 극중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한다. 나아가 쿨레쇼프 효과(?)를 활용한 연기로 <아이언 자이언트>의 감동을 재현하는 돋보이는 배우이기도 하다. CG 대신 실물 로봇을 캐스팅한 효과는 훌륭하다. 소리의 흠집난 패널에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장면만으로도 수고가 아깝지 않다. “보호는 고마운 것입니까?” 감정을 덜어낸 간략한 명제로 구성된 소리의 화법은, 대화하는 법을 몰랐던 해관(이성민)을 한 발짝씩 각성으로 이끌어간다. 홀로 남은 소리가, 전동 휠체어를 굴려 도시의 밤거리를 돌돌 가로질러가는 대목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다. 질주하는 자동차, 지치고 취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 문득 멈춰 길고양이에게 고개를 돌리는 소리는 마치 지상을 여행하는 천사 같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폴링 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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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이라 정의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는 용어를 여러 번 들었지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Minimalism’이라는 트위터 계정의 이미지들이 내 시선을 끌었다. 애써 노력한 흔적마저 지워버린 순간에 도달한 그 안정감은 요사이 내가 절실히 원하는 바로 그 느낌이었다.
나는 왜 갑자기 그런 가르침이 예사롭지 않게 느끼는 것일까. 뒤늦게 철이 들어서일까. 아니,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니면 시대의 징후일까. 시대의 징후를 추적하려면 서점에 가야 한다. 나는 교보문고에 가서 도서검색용 컴퓨터를 두드린 끝에 <미니멀리스트>라는 책을 찾아냈다. 잘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던진 후, 편안한 소파와 책 몇권만 남긴 채 물질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살고 있다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예술이 아니라 삶 자체를 미니멀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이 시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간디, 이런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Wi-Fi 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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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가인 아서 C. 클라크나 팝 가수 엘튼 존, 그리고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모두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다시 말하면 엘튼 존 ‘경’이다. 후작이나 남작, 백작 등은 마치 <삼총사> 속 달타냥에게나 주어지는 중세시대의 명칭 같지만, 현대 영국에서는 예술인들에게도 폭넓게 이런 작위를 수여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영예는 중세시대의 그것 못지않다. 이 작위를 추리소설가로서 1971년에 받은 인물이 있다. 추리소설의 여제 애거사 크리스티다. 그녀의 수많은 명작 중에 으뜸이라고 꼽히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를 그녀의 탄생 125주년을 맞아 <BBC One>에서 3부작 특집 드라마로 방송했다. 번역본이 늘 그렇듯이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의 제목을 단 번역본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남지 않았다’의 오싹함이 더 깊숙이 와닿지만, 어쨌든 추리소설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손에 꼽을 정도의 명작
[김호상의 TVIEW] 125년을 건너온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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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욕망 때문이든, 아니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공포 때문이든 인간은 오래전부터 죽음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인간이 죽음에 집착하는 것은 그래서 필연적이다. 심지어 어느 지점부터 인간은 죽음을 동경했다. 고대 그리스의 염세주의에서부터 근대의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의 찬미’는 삶의 사악함, 허무함은 물론이고 초월, 속죄, 구원, 의지의 순결 등 모든 것을 담아왔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죽음을 그린 수많은 예술들 가운데서 나는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작품의 제목은 ‘현세의 노래’라고 불려야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이 곡의 독일어 제목인 ‘Das Lied vonder Erde’에서 ‘에르데’(Erde)는 땅, 지구라는 뜻도 있지만 현세, 이승이라는 뜻도 있다). 왜냐하면 전체 6악장의 이 교향곡에서 마지막 악장이자, 연주 시간 약 30분에 이르면서 전체 작품의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누가 죽음을 숭고하다 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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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둔 어느 술자리였다.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인 선배는 수심이 가득했다. 몇달을 쏟아부어 터뜨린 스캔들 기사가 당사자들의 무반응과 더불어 만인의 비웃음만 산 게 얼마 전이기 때문이었다. 선배는 억울했다. “내가 그 주변 인물을 100명은 취재했을 거다.” 우리 엄마도 내 주변 인물인데 내가 30년 넘게 연애 한번 못해본 줄 안다고. 설움에 겨워 먼저 취해버린 선배를 보내고 자리에 남은 누구도 그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을 믿지 않았다. 넌 그 둘이 말이 된다고 믿냐? 아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했지.
그리고 며칠이 지나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모두 경악했다. 어느 연예 매체가 그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을 데이트 현장 사진과 함께 공개했던 거다, 아아, 사랑은 위대한 거였구나, 그리고 사진도. 우리는 반성했다. 너는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 100명을 취재한 적이 있더냐.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기획사 장 대표(진경)는 기자면 소설을 쓰지 말고 기사를 쓰라고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10년 뒤를 생각해도 당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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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청취자와의 전화연결 시간에, 며칠 뒤 시댁으로 갈 예정이라는 한 여성이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시댁에 가는 것이 너무너무 싫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 극심한 명절 스트레스 때문인지 “맏며느리인가 봐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급기야 “아뇨, 맏며느리는 아니고요, 남편이 그냥 장남이에요”라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모든 지표가 그렇게 나를 향해 있을지라도, 결코 맏며느리라는 단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솔직히 나 또한 지난 한달 동안 그런 마음이었다. “편집장이세요?”라는 질문에 “아뇨, 편집장은 아니구요. 그냥 최종 데스크를 봅니다”라고 답했을지 모른다. 1월1일이 지났지만 설 연휴가 오지 않았기에 아직 2016년은 아니라는, 그래서 당당하게 공표할 만한 새해 계획은 아직 미뤄둬도 된다는 일종의 안심 말이다. 그런데 이제 진짜 2016년이 열린 것이다. 편집장이 된 지도
[에디토리얼] 이제 21주년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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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처러스 스리(Treacherous Three)는 1978년 결성된 힙합 크루다. 구성원 중 스페셜 케이를 제외한 쿨 모 디, 엘에이 선샤인, 디제이 이지 리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다. 1980년, 그들의 첫 싱글 <뉴 랩 랭귀지>(New Rap Language)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스푸니 지가 프로듀서인 삼촌 바비 로빈슨에게 소개하여 당시 메이저 힙합 레이블 인조이 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첫 싱글이 괜찮은 반응을 보인 이후 1981년, 힙합계 초거성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the Furious Five)가 있던 슈거힐 레코드(Sugar Hill Records)로 옮겨 지금 소개하는 《The Treacherous Three》를 발매한다. <Whip It> <Yes We Can-Can> 같은 수록곡은 초창기 힙합 신의 비트와 라임을 느낄 수 있는 명곡이다. 특히 1984년 발매한 이 음반
[마감인간의 music] 초창기 힙합 신의 비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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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로봇, 소리> 우주에서 떨어진 도청 로봇
[정훈이 만화] <로봇, 소리> 우주에서 떨어진 도청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