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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8인 (7) - <첫눈>의 이혜영
2002-06-08

비주류 인간들에게 내려앉은 행복

그는 왜 감독이 되었나

그림을 그리는 것, 사진 찍는 것,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이혜영 감독은 “세상만물에 관심은 넘쳐나지만 뭐 하나 꼬집어 잘하는 게 없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종합예술’ 하는 게 맞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 만들기는 그 많은 것을 녹여낼 수 있는 일이다. 다행스럽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온 것이고.” 정지우, 김용균 감독 등과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기였던 이혜영 감독은 졸업 직후엔 영화기획실에 들어갔다. “기획실 일은 내부작업이 많았는데 역시 나는 바깥에 나가야 되는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국 학교선배였던(당시 강우석 감독의 조감독으로 있었던) 김상진 감독에게 부탁해서 <투캅스>의 스크립터로 처음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너에게 나를 보낸다>부터 <나쁜 영화>까지 장선우 감독의 조감독으로 감독으로 향하는 계단을 천천히 밟아나갔다.

그는 왜 <첫눈>을 연출하는가

지난해 봄. “글을 써야지” 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창 밖에 눈이 내렸다. “굉장히 슬펐던 날이라고 기억하는데, 3월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참 묘해지더라. 그렇게 마지막 눈을 보며 <첫눈>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던 것 같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사람과 ‘첫눈’이 오는 날 특별한 친구로 맺어진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이혜영 감독이 데뷔작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몇편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처음에 준비했던 시나리오가 <미워도 다시 한번에 대한 연구>였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자와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영화에 대해 생각할 때는 매일매일이 힘겹고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첫눈>을 준비하고 있으니 제 자신이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영화배우를 사랑한 미용실 보조가 그와 인간적인 소통을 시작하는것으로 끝맺는 이 영화는 이제 갓 첫사랑의 설렘을 느끼는 스무살 소녀의 풋풋한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초고는 유성의 사랑이 훨씬 더 공격적으로 표현되었는데 많은 부분이 완화되어가고 있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뭐니뭐니해도 ‘판타지’다.” 미용실에 온 유성을 처음 본 세희의 심장에 화살이 꽂히고 꿈에 그리던 유성과 주고받는 문자메시지가 서울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희의 판타지는 <첫눈>이 꿈꾸는 “행복의 절정”을 가시화시킨다. 그리고 미혼모였던 세희 엄마, 미용실 보조로 일하는 세희, 말 못하는 사랑을 간직한 유성, 어떻게 보면 모두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들도 생각보다는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가 좋아하는 영화는

“를 보며 처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까지는 영화란 것이 뭔지도 몰랐던 이 소녀는 가 보여주는 꿈의 실현에 매료되었고 이후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과 <시티라이프>를 비롯한 채플린의 영화들을 끼고 살았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도 <우묵배미의 사랑>의 감동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런 리얼리즘영화에 대한 ‘동감’이 장선우 감독님 아래서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된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데뷔작은 현실적이지만 색다른 꿈을 품은 영화가 될 거라고 이혜영 감독은 귀띔한다. “저 나름대로 이렇게 이름 붙여 봤어요. 몽환적 사실주의, ‘매직리얼리즘’이라고.” 글 백은하 lucie@hani.co.kr · 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Synopsis

고등학교 때 자신을 낳은 서른일곱의 ‘철 없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세희는 “첫눈에 팍!” 화살처럼 꼿히는 사랑을 기대하는 꿈 많은 스무살. 고급미용실 스탭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미용실에 출입하는 영화배우 유성에게 첫눈에 사랑을 느낀다. 그의 머리를 감기고 드라이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시작된 ‘곁눈질 짝사랑’은 급기야 안 쓰던 일기를 쓰게 만들고 밤잠도 방해하면서 조금씩 청춘의 열병으로 번져나간다. 한편 늘 팬들에 둘러싸인 스타로서의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는 유성에겐 말 못할 실연의 아픔이 있다. 어느 날 옛애인과의 다툼 끝에 미용실을 찾은 유성은 세희에게 마음의 위안을 얻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특별한 친구가 된다.▶ 신인감독 8인 (1) - <이중간첩>의 김현정 감독

▶ 신인감독 8인 (2) - <중독>의 박영훈 감독

▶ 신인감독 8인 (3)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

▶ 신인감독 8인 (4) -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 신인감독 8인 (5) - <빙우>의 김은숙 감독

▶ 신인감독 8인 (6) - <동정없는 세상>의 김종현 감독

▶ 신인감독 8인 (7) - <첫눈>의 이혜영 감독

▶ 신인감독 8인 (8) - <크랙>의 김태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