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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8인 (4) -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2002-06-08

거울의 반대편, 어둠 속으로

그는 왜 감독이 되었나?

벽과 기둥은, 그가 품은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세상에 전해주기에는 너무 무뚝뚝했다. 그것이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반 시절 대한민국 건축대전에 입선하고 설계사무소에 취직해 건축가의 길을 걷던 김성호(32) 감독이 익숙한 건물들의 거리를 떠나 영화라는 이방으로 용감하게 유턴한 사연이다. 표현매체로서 건축이 지닌 운신의 한계를 카메라로 뛰어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16mm 워크숍으로 간단한 자가 적성검사를 치른 다음 1996년 무작정 뉴욕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2001년까지 뉴욕시립대와 뉴스쿨대학원에서 영화와 비디오, 컴퓨터애니메이션 제작을 공부했다.

국내 독립단편영화제를 비롯해 영국, 미국의 여러 단편영화제에 초대받은 <아이 더 아이>(I the Eye), <케첩 스토리> 등 김성호 감독의 짧은 필름들은 뮤직비디오에서 클레이메이션에 이르는 다채로운 팔레트를 자랑하지만, 그 화사한 표면 아래에는 시간을 공간화하고 관객의 지각(知覺)을 현혹하는 영화의 마법을 파고드는 집중력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PPP(부산 프로모션 플랜)에 난생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 <거울 속으로>를 출품한 김성호 감독은, 한국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신설된 NDIF 부문에서 수상함으로써 단숨에 장편영화로 건너가는 가교를 놓았다. 본인은 수줍게 행운을 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를 정밀한 도면으로 그려놓은 <거울 속으로> 시나리오를 탐낸 제작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은 알려진 이야기다. 삼성영상사업단 한국영화 팀장으로 일했던 김은영 프로듀서가 차린 키플러스픽처스의 창립 작품으로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중이다.

그는 왜 <거울 속으로>를 연출하나?

오히려 왜 이 영화냐고 묻는 게 계면쩍다. 물증은 김 감독의 단편들. 시간을 하나의 리본처럼 잘라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꼬아붙인 <러브 바이러스>, 거울 안과 밖을 이웃한 두 세계로 설정한 <미러>, 한 호흡으로 이어진 롱테이크 화면에 배신한 애인의 살해범으로 몰린 여자의 독백을 포개, 말하는 이와 보는 이, 스토리의 주체를 거듭 반전시키는 <아이 더 아이>는 모두 <거울 속으로>의 파편이다. 도플갱어, 데칼코마니, 안팎이 하나인 클라인 씨의 병, 보는 행위의 미스터리를 일깨우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에셔의 판화에 매료되는 취향도 김성호 감독이 왜 거울을 둘러싼 모험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내가 보는 거울 속 반영은 과연 나인가?”라는 관념적 질문은 곧이곧대로 영상에 옮겨지는 순간 공포가 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거울 속으로>는 한마디로 “호러, 그 이상의 호러”를 지향한다. 잘 짜인 형사 추리물, 고어, 심령 공포의 자극과 재미로 관객을 유인해놓고는 시각적 관습을 전복하는 화면으로 역습한다는 설계. 김성호 감독이 내민 조밀한 시나리오와 혼자 보기 아까운 비주얼 컨셉 북은, 운 좋으면 우리에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화술과 르네 마그리트의 눈, 건축가의 손을 가진 감독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바람을 넣는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는?

“영화는 음모”라고 말하는 김성호 감독은 유혹적인 스토리와 명인의 테크닉을 겸비한 작품들에 맥을 못 춘다. “힘과 메시지, 스타일이 고루 뛰어난 스티븐 스필버그, 올리버 스톤, 스파이크 리의 영화를 좋아하고 이야기 만드는 방식이 감탄스런 코언 형제의 영화를 언제나 즐기며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의 영향도 받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영화를 동경한 대학 시절엔 스파이크 리, 휴즈 형제, 존 싱글턴의 영화에 반했던 경력이 있다. 글 김혜리 vermeer@hani.co.kr 사진 정진환

Synopsis

화재로 폐쇄됐다가 다시 개점을 준비중인 백화점에서 의문의 죽음이 발생한다. 실물과 반영을 혼동한 총기 오발로 동료를 죽게 만든 뒤 퇴직한 형사 출신의 보안책임자 우영민은 마치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사람을 살해한 것처럼 보이는 기괴한 연쇄살인사건의 미궁에 빠져든다. 우영민 앞에 다시 나타난 옛날의 라이벌 하현수 형사는 유족의 복수를 의심하는 한편 우영민을 견제하고, 현장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다 발각된 이지현은 화재 당시 석연치 않은 죽음을 당한 쌍둥이 언니가 아직 백화점 안에 남아 있다고 호소한다. ▶ 신인감독 8인 (1) - <이중간첩>의 김현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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