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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8인 (3)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
2002-06-08

망설임 없이 유쾌한 수다

그는 왜 감독이 되었나

모지은 감독은 대학교 3학년 처음으로 단편영화를 찍었다. 배추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사는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단순하지만 힘들었던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는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던 것과는 뭔가 다른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영화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연극 대신 영화를 선택했다. 치열할 것도 없는 그 과정을 들어보면 이 여자, 너무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스물여덟 어린 나이에 촬영현장을 휘어잡은 모지은 감독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고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곧바로 뛰어드는 편을 택하는 저돌적인 젊은이다. “영화를 만들어야지 생각하니까, 바로 감독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따라오더라구요.” 그 이후로는 딴 길로 새지 않고 영화만 했다.

그의 늦은 결정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만은 아니다. 모지은 감독 역시 영화감독들이 흔히 거친 어린 시절을 고만고만하게 밟아왔다. 아버지가 사다준 8mm 영사기로 <재크와 콩나무>를 되풀이해보기도 했고, 밤늦게 <주말의 명화>를 보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혼나기도 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아이들에게 영화와 만화, 그 둘을 끌어안는 문화의 세계를 보여준 아버지는 모지은 감독이 살고 있는 현재의 뿌리가 돼주었다. 그저 영화가 좋다는 모지은 감독은 곧 단편 작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직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편과 단편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그는 “아직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만들” 영화 한편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는 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연출하는가

제작사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는 독립단편영화제에 갔다가 “그렇게 꾀죄죄할 수 없는” 조그만 여자애 하나를 만났다. 함께 단편영화를 찍는 스탭들에게 차를 끓여준다면서 작은 비닐봉투에 억지로 ‘부루스타’를 우겨넣고 다니던, 일 시키면 무조건 일만 할 것 같았던 그 여자애가 모지은 감독이었다. 처음엔 스토리보드만 맡길 생각이었다. <친구>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스토리보드를 그린 모지은 감독은 영화와 만화를 두루 섭렵한 탓에 연출의 감각이 배어 있는 스토리보드를 곧잘 내놓았다. 그러나 만나서 얘기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냥 네가 감독 해라”. 며칠 뒤 모지은 감독이 찾아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 며칠 동안 모지은 감독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반쯤은 말렸고 반쯤은 부추겼는데, 가장 좋아하는 선배 하나가 찬성하는 바람에 덥석 영화를 물어버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젊은 감독이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로 데뷔하고 싶었을까. 모지은 감독은 “내가 잘할 수 있는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쓸데없는 의문을 잘라냈다. “각색 기간 3일 중 이틀은 작가와 수다떨다 보낼 정도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좋은 사람…>은 8월2일 개봉할 예정. 마음을 열고 나니 나이가 어린 것도 여자라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더라는 모지은 감독처럼, 유쾌하고 망설임 없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는

모지은 감독은 모든 영화를 다 좋아한다. 나쁜 영화도 왜 저렇게 찍었을까, 고민하다보면 보탬이 된다. 그러므로 ‘내 인생의 영화’는 따로 없다고 주장하던 그가 마침내 내놓은 영화는 타르코프스키와 켄 로치의 영화들이다. 친구 레포트를 대신 써주기 위해 본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는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지만 두 번째는 너무 슬픈 마음으로 빠져들었다. 그뒤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졸릴 거라는 선입견만 버리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한다. 켄 로치는 “영화는 저렇게 찍어야 하는데”라는 욕심을 품게 만든 감독이었다. “정말 센 사람이에요. 세상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니까, 센 사람 보면 무릎 꿇고 싶어지잖아요.” 글 김현정 parad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Synopsis

효진은 타고난 커플 매니저. 그러나 자기 짝을 찾을 때는 서툴기 짝이 없다. 잘생기고 똑똑한 애인은 벌써 예전에 그녀를 차버렸지만, 시집 못 간 스트레스를 먹는 일로 푸는 친구들 앞에서 푸념 한마디 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 친구 준마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효진 앞에 평점 95점짜리 완벽한 고객 현수가 나타나 조금씩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신은경과 정준호, 공형진, 김여진 등이 출연하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로맨틱코미디. 모지은 감독은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의 틀을 벗어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신인감독 8인 (1) - <이중간첩>의 김현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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