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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8인 (1) - <이중간첩>의 김현정 감독
2002-06-08

두겹의 덫, 그속의 인간

신인감독 8인방의 출사표, 그들의 첫 영화 미리보기

영화의 역사는 늘 새로운 물결로 다음 장을 열어젖힌다. 프랑스의 누벨바그, 할리우드의 아메리칸뉴시네마, 영국의 앵그리영맨, 독일의 뉴저먼시네마, 일본의 쇼치쿠누벨바그…. 영화사의 어떤 대목을 펼치던 주류의 흐름을 바꿔놓은 신인들의 데뷔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연 90년대 중반 이후 급물살을 탄 한국영화의 변화엔 어떤 이름이 붙을 것인가? 그 흐름은 올해도 변함없다. 낯선 영화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올 새로운 감독들, 그들을 미리 만나보는 자리는 언제나 조금 흥분된다.

<씨네21>이 미리 만난 8명의 신인감독은 이미 촬영을 했거나 곧 크랭크인할 영화의 연출자들이다. 전혀 다른 경로를 거쳐 입봉을 눈앞에 둔 그들의 출사표, 거기엔 장강의 앞물결을 밀고 앞으로 나가려는 패기가 깃들어 있다. 신은경·정준호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이병헌·이미연 주연의 멜로드라마 <중독>, 한석규·고소영 주연의 첩보액션 <이중간첩> 등 스타캐스팅으로 주목받는 영화를 비롯, 호러스릴러 <거울 속으로>, 산악멜로 <빙우>, 멜로드라마 <첫눈>, 청춘영화 <동정없는 세상>, 스릴러 <크랙>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젊은 감독들을 만나보자. 편집자

그는 왜 감독이 되었나

99년 여름. 쿠앤필름의 구본한 대표는 제작사 직원들에게 ‘수배령’을 내렸다. <저수지의 개자식들>이라는, 괴이하고 황당한 작품을 만든 김현정이라는 여자(?) 감독을 찾아오라는 것. 우연히 권총 한정을 얻게 된 강남의 아이들이 한강 고수부지에서 러시안 룰렛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에다 대사의 대부분을 살벌한 욕지거리로 채운 이 영화를 여자가 연출했다니. 만든 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부터가 궁금해졌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제작사를 찾은 김현정(30) 감독은 키가 190cm나 되는(그의 별명은 ‘슈렉’이다), 거구의 남자였다. 제작사의 호기심은 그렇게 꺾였지만,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분명한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그에게서 또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혹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김현정 감독은 실제로도 지독한 할리우드 키드다. 유년 시절, <백 투더 퓨처>를 100번씩이나 돌려봤다는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존 맥티어넌과 제임스 카메론을 경전으로 끼고 다닌 탓에 서울예대 영화과에 들어가서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라는 생소한(?) 감독의 이름을 들었을 정도다. 영화아카데미 14기 졸업작품인 <저수지의 개자식들>을 계기로 그동안 <제노사이드> <공공의 적>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왔다.

그는 왜 <이중간첩>을 연출하는가

애초 <이중간첩>은 그에게 맡겨질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연출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라고 할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제작사도 큰 작품에 대해 그가 부담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연출을 제안하지 않았다. 한석규가 출연을 결정한 뒤에 한동안 중견감독을 물색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김현정 감독이 풀어놓는 부담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지금까지 시나리오 작업한 영화들이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였거든요. 근데 <이중간첩>은 첩보, 액션, 멜로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딱히 무슨 장르라고 못박고서 끌고가는 영화가 아니에요. 그러니 캐릭터를 드러내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죠.”

<이중간첩>은 제목 그대로 1980년대 초반, 위장귀순한 림병호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림병호가 남과 북, 양쪽이 만들어놓은 이중 덫에 의해 희생될 위기에 처하기까지 이야기 전개는 내리 한번에 읽어내릴 정도로 숨막히다. 촬영장에서 “플롯보다는 좀더 풍부한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 치중할 계획”이라는 김현정 감독의 말은 시나리오 구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얼마 전 김성복 촬영감독 등과 함께 촬영장소 물색차 체코의 프라하에 다녀온 그는 현재 콘티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7월쯤이면 양평동에서 비밀리에 무술 개인지도를 받고 있는 한석규, 리딩 연습에 열심인 고소영 등 배우들과 촬영현장에서 뒹구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가 좋아하는 영화는

‘내 인생의 영화’를 굳이 꼽자면,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 데이비드 린과 구로자와 아끼라가 차지한 제왕의 자리 양쪽으로 오우삼, 레니 할린, 브라이언 드 팔마 등이 포진하고 있다. 아버지 직업 때문에 미국을 자주 오갔던 초등학교 시절,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보면서 “웃고 울었던”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도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면 쏟아지는 보물들이다. “나의 꿈은 영화감독”이라고 일찌감치 호언했던 것도 그 무렵. 그의 할리우드 주류 영화들에 대한 예찬은, 사실 감독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대중에게 친절한 화법은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독 스스로가 애초 계산에 넣지 않으면 얻기 힘든 것이다. 물론, 완성도에 대한 전제는 기본이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 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

Synopsis

북한의 동베를린 주재 정보요원이었던 림병호(한석규)는 1급 기밀을 빼돌려 남한으로 귀순한 뒤, 남한의 안기부에서 대공정보 분석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림병호(한석규)는 남조선 혁명과업을 부여받고 남파된 공작원, 즉 이중간첩이다. 위장귀순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동안 연락을 두절해왔던 북쪽 지도부는 3년이 지난 어느 날, 림병호에게 첫 번째 지령을 내린다. 남쪽에서 준비중이던 북파간첩단의 정보를 빼내라는 것. 림병호는 라디오 DJ로 활동하는 고정간첩 윤수미(고소영)를 통해 북에 정보를 넘기게 되고, 이로 인해 강제납북된 어선으로 위장침투하려 했던 북파간첩단 16명은 전원 몰살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자신이 빠져나갈 퇴로를 미리 마련해둔 탓에 림병호를 정보유출자로 지목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이후 윤수미가 접선해왔던 거물급 간첩 송경만이 안기부에 의해 잡히게 되면서, 림병호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 윤수미와 함께 남과 북, 양쪽으로부터 제거대상이 되는 위기에 처한다.▶ 신인감독 8인 (1) - <이중간첩>의 김현정 감독

▶ 신인감독 8인 (2) - <중독>의 박영훈 감독

▶ 신인감독 8인 (3)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

▶ 신인감독 8인 (4) -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 신인감독 8인 (5) - <빙우>의 김은숙 감독

▶ 신인감독 8인 (6) - <동정없는 세상>의 김종현 감독

▶ 신인감독 8인 (7) - <첫눈>의 이혜영 감독

▶ 신인감독 8인 (8) - <크랙>의 김태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