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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키드 류승완, 오우삼 형님을 만나 한 수 배우다(2)
2002-07-11

형님! 그 빛나는 연출력을 전수해주십시오

액션이 춤 같고 발레같습니다

류승완

얼마 전 더이상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도 액션영화에 열광하면서 성장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액션영화의 쾌감이 무얼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성룡이나 버스터 키튼의 슬랩스틱코미디,

진 켈리의 뮤지컬이 떠올랐어요. 혹시 감독님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도 뮤지컬? <종횡사해>에서 주윤발이 휠체어를

타고 화려하게 움직이는 장면처럼요.

오우삼

아, 맞아요. 정말 그래요. 나는 수많은 뮤지컬을 봤고 그로부터 영향도 받았습니다. 내 액션영화는 사실 댄싱과도 같죠. 음악의

리듬과 영혼을 액션 시퀀스에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발레 같다고 하는 사람이 특히 많고요. 액션을 연출할 때, 나는 마음속으로 음악을

떠올립니다. 액션의 성격에 따라 음악도 달라지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그리고 재즈예요.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은 배우의 감정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에, <페이스 오프>의 존 트래볼타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연기하기

전에 슬픈 음악을 듣도록 했어요. <윈드토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투장면을 찍을 땐, 먼저 스토리보드를 비디오 형식으로

찍은 다음, 한자리에 모인 배우와 스탭들에게 <지옥의 묵시록> 음악을 들려줬고요.

류승완

그렇다면 굉장히 오래 전부터 뮤지컬을 찍어오신 것 같아요. 그런 류의 장면 중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 <첩혈쌍웅>이거든요.

처음 엽청문이 노래하는 술집에서 주윤발이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 그런데 일부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평자들이 폭력을 미화한다고

비판했잖아요? (웃음)

오우삼

나는 굉장히 로맨틱한 사람인데…. (웃음) 폭력이든 사랑이든 내겐 모두 로맨티시즘의 변형이었습니다. 내가 변하기 시작한 건 사람들의

비판보다는 삶에 대한 철학이 변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인간성을 중심에 두고, 좀 다른 스타일을 가진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어진 거죠. 내 다음 영화는 주윤발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아일랜드 이민과 중국 이민이 함께 철도를 건설하는 이야기예요.

캐릭터가 끌고 가는 영화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 영화는 액션 뮤지컬이고요.

류승완

액션 뮤지컬, 그거 정말 기대되네요.

오우삼

1930년대 실존했던 미국 갱스터가 주인공이에요. 그는 댄스 챔피언이기도 했습니다. 밑바닥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못된

길을 걷게 된 그는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한 여자는 댄서이고 다른 한 여자는 마피아 보스의 애인이죠. 그는 결국 살해당하지만,

죽기 전에 두 여자와 춤을 춥니다. 노래는 없지만 <캬바레>처럼 아주 로맨틱한 댄스와 액션이 있을 거예요.

류승완

이소룡이 차차차 챔피언인 것과 같은 이치군요. (웃음) 아주 우아한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오우삼

아니, 이소룡은 찰스턴 챔피언이었는데…. (웃음) 사실 이 이야기는 1960년대에 그리 성공하지 못한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어요.

그래선지 아직 제작사를 잡지 못했어요. 다들 뮤지컬은 관객이 들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류승완

할리우드 징크스가 있어요! A급 영화를 리메이크하면 B급 영화가 되고, B급 영화를 리메이크하면 A급 영화 되는 거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틀림없이 성공할 거예요.

오우삼

그런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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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우삼의 새 영화 <윈드토커>

영웅에서 무수한 젊은이들로

오우삼은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남자들을 홀로 되새기는 감독이다. 그는 뒷골목 청년들의 슬픈 야심을 알고 차마 버리지 못한 정(情)에 등떠밀리는

밑바닥 인생들의 한심한 종말을 아껴준다. 화려한 액션이 증발해버렸다고는 해도 <윈드토커>는 그런 점에서 여전히 그의 전작들과 희미한

흔적을 공유하는 영화다. 잊혀진 나바호의 전사들과 이름없는 하사관들을, 오우삼은 아주 오래 스크린에 잡아두는 것이다.

<윈드토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채택한 나바호 인디언 암호에서 힌트를 얻은 영화다. 미군은 일본군이 암호 해독으로 정보를 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난해하다는 나바호 언어를 사용한 암호를 개발한다. 나바호 인디언 암호병 자체가 암호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매우 위험한 작전이기도 했다. 단 한명만 적군에 생포돼 고문에 굴복하면, 암호는 통째로 적군 수중에 들어간다.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작전. 부하를 모두 잃고 살아났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앤더슨 중사는 바로 이 작전의 중심에 투입된다. 상사는 그에게 나바호 병사 벤 야흐지를 보호할 것과 그가 생포될 위기에 처한다면 즉시 사살할 것을 명령한다. 처음에 앤더슨은 야흐지와 가까워질까 두려워하지만 차츰 그의 거짓없는 눈빛과 소박한 꿈에 끌려들어간다. 결국 앤더슨은 처참한 희생을 기록한 사이판 탈환 작전 중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두 시간이 넘는 <윈드토커>는 오우삼이 가장 많은 인원과 카메라, 예산을 사용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 남자 혹은 몇몇 남자의 아름다운 움직임과 핏방울처럼 맺히는 눈물에 매혹돼왔다. 그러나 스스로 반영웅적이라고 말하는 <윈드토커>는 대규모의 물량을 동원해 전쟁터에 던져진 젊은이들의 공포와 회한에 시선을 던진다.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진 채 죽어가는 소대원들. 전쟁은 천년이 지나도 기억되는데 그들은 먼지처럼 잊혀지고 말 것이다. 오우삼이 그 자신의 감성으로 만든 <윈드토커>는 8월 중순에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