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화주간이 소개하는 여섯편의 단편영화는 흑백과 컬러, 실사와 다양한 매체를 쓴 애니메이션을 망라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우주와 미래, 가상현실을 꿈꾸는 작은 SF판타지들이다. 엔다 휴즈 감독의 (Flying Saucer Rock’n Roll 흑백, 12분)은 로커의 포즈를 취하고 살지만 동네 패거리들에게 무시당하는 한 시골 청년 조니가 비행접시(화면상으로도 진짜 접시처럼 보인다)를 목격하고 겪는 모험담. 조니는 경운기를 개조한 듯한 자가용으로 <이유 없는 반항>의 경주를 벌이고 급기야 UFO를 들이받는다. 스크린 프로세스와 엉성한 우주선 세트, 진지하기 짝이 없는 연기가 부모님 세대의 영화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관객의 애정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애니메이션 <지구침공>(The Invasion 컬러, 15분)은 ‘조그’라는 사악한 외계인들이 지구인의 머리를 갈아끼우고 올림픽 개막식의 스카이다이버로 위장해 당당히 지구에 침투하면서 시작된다. 중반부터는 이들의 존재를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려다가 광인 취급을 받는 사나이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펼쳐진다. 영웅설화 같기도 하고 연쇄살인자의 망상 같기도 한 스토리와 카랑카랑한 위트, 바스키아풍의 그림체가 매력적이다. <인페르노>(28분, 컬러)는 게임 속에 끌려들어간 두 친구들의 이야기. 2001년 런던. 악의 제국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겠다는 꿈으로 살아온 SF마니아 자즈와 나즈는 소설과 다른 21세기 사회의 시시함에 실망해 범죄조직에 가담한다. 그런데 그들이 훔친 차에서 권총을 발견한 겁나는 순간(영국은 총기휴대가 불법이다) 차주인의 휴대폰이 <스타워즈> 악당의 테마 멜로디로 울리기 시작한다. 결국 투옥된 두 친구는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꿈꾸던 전사 노릇을 한다. <타임머신 스웨터>(Knit Your Own Karma)는 햇볕도 들지 않는 벽돌 건물 안에서 신호등이 들어올 때마다 다람쥐처럼 거대한 쳇바퀴를 굴리며 사는 한 사나이의 탈출기. 그에게 “당신의 삶을 개선하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소포가 배달되면서 시간과 카르마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개구리 로켓, 달나라에 가다>(컬러, 6분)은 장난감 인형이 열연하는 오브제애니메이션이며, 닉 파크의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 작품 1호인 클레이애니메이션 <화려한 외출>(A Grand Day Out, 컬러, 23분)도 이번 기회에 다시 스크린으로 나들이한다. 한 꾸러미로 묶여 상영될 단편 여섯의 러닝타임은 통틀어 약 94분이다.▶ 영국영화주간 - 8월2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