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뉴욕영화제 게스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미국 비자 발급 거부당해
박은영 2002-10-07

그대가 단지 이란인이라는 이유로

뉴욕영화제에 참석하려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비자 발급 신청이 거부돼, 국제영화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신작 <텐>을 들고 미국을 찾으려던 키아로스타미가 ‘단지 이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국 거부를 당하자, 역시 이 영화제의 게스트였던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불참을 선언하고, 뉴욕 영화계 인사들이 워싱턴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미 당국의 처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지금까지 모두 7차례 미국을 찾았지만,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계 외국인의 미국 비자 발급에 3개월 이상의 세밀한 신상 조사가 실시됐는데, 키아로스타미에게도 예외는 없었던 것. 이란에는 미국 비자를 발급하는 기관이 없는 관계로 프랑스 파리 주재 미국대사관까지 찾아간 키아로스타미는 최소 12월까지는 기다려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자신이 뉴욕영화제 초청 게스트임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행을 포기(또는 거부)했다고 알려졌다.<과거가 없는 남자>로 뉴욕영화제에 초청된 핀란드 출신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이 소식을 접하고, 뉴욕영화제 집행위원장 리처드 페냐에게 이메일을 보내,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나의 친구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평화주의자인 키아로스타미가 이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비자를 못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보다는 비통함을 느낀다. 미국 당국이 이란인을 거부한다면 핀란드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핀란드엔 심지어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으니까.”이렇듯 9·11의 불똥은 엉뚱하게도 중동과 남미 예술인에게 튀고 있다. 지난 여름 링컨센터페스티벌에 참석하려던 이란의 영화·연극 예술인들, 그리고 지난 9월 LA 라틴그래미어워드에 참석하려던 쿠바의 뮤지션들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국제 문화 교류도 금지한다면, 대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무기의 교류?” 카우리스마키의 이러한 독설이 여러 외신을 타고 있지만, 과연 미 당국까지 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