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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리브스덴 스튜디오 세트 방문기(1)
2002-10-25

문이 열리고,환상이 시작된다

“대체 뭘 바랐던 거야” 스스로 면박을 주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철딱서니 없는 어린아이는 들릴락 말락 실망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해리 포터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진홍색 급행열차도, 해그리드의 오토바이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점 외에는 흠잡을 데 없는 워너브러더스사의 미니 버스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세트를 방문하기 위해 남미와 아시아에서 날아온 여남은 명의 기자를 싣고, 셜록 홈스의 주소지 베이커가를 거쳐 런던 북쪽 외곽으로 달렸다.

버스가 하트포드셔 초입에 들어서자 널따란 초록 부지 위의 격납고 같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리브스덴 스튜디오의 전신은 롤스로이스 제트 엔진과 항공기를 생산하던 공장. 내부 공간이 50만평방피트에 달하는 유럽 최대의 실내 스튜디오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활주로까지 수용할 수 있는 뒤뜰은 세계 최대다. 그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기기묘묘한 거목의 뿌리 모형들이, 몇해 전 제다이와 제임스 본드의 요새였던 리브스덴의 현재 주인이 누구인지 귀띔한다. 여기가 바로 25명의 미술감독과 4명의 조각가, 5명의 풍경 아티스트, 20명의 소품 담당, 300명에 이르는 건설팀이 지어올린 꼬마 마법사의 우주다. 한때 헬리콥터를 조립하던 공장은 이제 판타지라는 보이지 않는 날개를 만드는 공장이 됐다.

기자단이 세트를 방문한 7월12일에도 리브스덴의 스테이지에서는 남은 촬영에 쓰일 세트를 짓는 망치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96개 세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59개 세트의 건설과 드레싱을 지휘한 디자이너는 <간디> <위험한 관계>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3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집한 영국의 베테랑 스튜어트 크레이그. 투입된 석고의 양이나 스케치의 장수를 묻기 전에 동한 커다란 궁금증은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친밀하게 알고 있는 가상세계를 실물로 옮기는 작업은 얼마나 대단한 부담일까”였다. 그러나 크레이그는 호그와트의 건설이 완벽한 진공 위에 성채를 짓는 작업은 아니었다고 안심시킨다. 작업의 버팀목은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의 제1주문인 원작 우선의 법칙. 물론 원작에 충실하다고 해서 세밀한 오리지널 삽화가 편리하게 준비돼 있지는 않다. 영국판 <해리 포터>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은 표지가 전부고, 미국판에서도 아주 작은 삽화가 고작이다. 핵심은 <해리 포터>를 읽은 독자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상상도가 천차만별이 아니라는 점. “나는 사실 해리 포터의 세계가 극단적으로 다른 해석에 개방돼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실제로 어린이들은 1편의 프로덕션 디자인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크레이그는 설명한다.

한없이 자유분방할 법한 상상도가 특정한 상(像)으로 수렴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해리 포터>가 국적없는 판타지가 아니라 영국 혈통의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기숙학교라고 말했을 때 영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mental picture)가 곧 호그와트의 소묘가 되는 것이다. 워너브러더스가 캘리포니아나 호주가 아닌 영국을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결국 <해리 포터> 프로덕션 디자인팀은 노르만, 초기 고딕, 18세기 영국 조지아 양식의 비례 등 실제로 존재한 건축 양식의 규범 내에서 도면을 그렸다. 그리고 1편 촬영 돌입 7달 전에 몇 차례 회의를 통해 가려 뽑은 세부 디자인에 관한 질문서를 조앤 K. 롤링에게 보내 답변을 받았다. 얼핏 당도 100%의 환상으로 절여진 듯 보이는 <해리 포터> 세트의 컨셉에는, 낯익은 외관을 한 세계에 불현듯 마술이 흘러들어올 때 경이감이 더욱 커진다는 상식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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