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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부산 국제영화제/멜로영화(3)
2002-11-08

그녀에게,그에게,사랑에게

황혼의 여행 Journey of the Gray Men

▶ 아시아영화의 창/ 이란·일본/ 아미르 사합 라자비안/ 101분

▶ 11월21일 오전 11시 대영6, 11월20일 오후 5시 메가박스9

옛 사랑의 그림자를 따라서 이란의 세 노인은 채 매듭을 짓지 못한 젊은 날의 사랑을 찾기 위해 먼 여행길에 오른다. 노인들은 그들만큼 나이를 먹은 자동차를 타고 추억이 서린 곳을 향한다. 하지만 세상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 아이들은 노인네를 조롱하고 경찰은 그들의 여행 목적을 의심한다. 가까스로 닿은 그곳에서 주인공 에스판디아르는 여전히 수줍은 모습의 옛 사랑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도망친다. 그토록 그리던 옛 님과의 재회를 포기한 이유를 묻는 두명의 동료에게 에스판디아르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사랑이 두개의 짦은 기억으로 포장될 수 있도록….” <황혼의 여행>은 다큐와 극영화의 중간쯤에 서 있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면 감독이 나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감독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떠올렸고, 아버지를 직접 출연시키고자 했으나 건강이 안 좋아 아마추어 배우들을 기용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감독이 실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옛 사랑에 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지만, 꼬깃꼬깃 접은 옛 사랑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료마의 처, 그녀의 두번째 남편과 정부> Ryoma’s Wife

▶ 아시아영화의 창/ 일본/ 이치가와 준/ 2002년/ 115분

▶ 11월16일 오후 1시30분 부산극장1관 , 11월19일 오후 2시 부산극장1관

료마의 아내로 살것인가, 여자로 살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메이지유신을 성공으로 이끈 사카모토 료마가 서른세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십여년이 흐르고 추모식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료마의 아내 오료가 시장의 점쟁이와 결혼해 거지꼴로 살아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이미 오료는 두번째 남편도 모자라 료마를 닮은 남자 토라조와 바람이 난 상태. “료마의 아내로 살기 싫어한다면 죽여.”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료마의 아내를 신성한 존재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오료로부터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려고 한다. 이후 한 여자와 세 남자의 기묘한 애정관계, 료마를 쏙 빼닮은 토라조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영화 전체의 긴장을 쥐락펴락한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미타니 코기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주인공 오료 역의 스즈키 교카 역시 <웰컴…>에서 주부작가로 등장했던 그 배우.

<질투는 나의 힘> Jealousy Is My Middle Name

▶ 새로운 물결/ 한국/ 박찬옥/ 2002년/ 123분

▶ 11월15일 오후 8시 대영시네마3관, 11월18일 오후 4시30분 부산극장1관, 11월21일 오후 8시 메가박스8관

질투는 동화(同化)의 1단계 혹은 선망의 동의어. 대학원생 원상은 궁금하다. 저 남자의 매력은 무엇인가. 무엇이 여자들을 저이에게 빠져들게 만드나. 애인을 늙어빠진 출판사 편집장 한윤식에게 빼앗긴 원상은 그런 미묘한 호기심과 질투심을 안고 그의 출판사에 취직하고 그곳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성연을 만나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성연 역시 며칠 만에 한윤식과 여관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한편 한윤식은 젊지만 별 야망도 꿈도 없어보이는 원상이 싫지가 않고 그를 항상 주변에 두려한다. 이상한 일은 원상 역시 한윤식의 이런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을 거친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인 <질투는 나의 힘>은 우리가 흔히 ‘질투’라고 뭉뚱그려 일컫는 감정에 정교하게 메스를 가져다대는 영화다. 느린 호흡 속에 특별할 것 없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날카로운 상처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마을의 봄> Springtime in a Small Town

▶ 아시아영화의 창/ 중국/ 티엔 주앙주앙/ 2002년/ 116분

▶ 11월15일 오후 8시 메가박스7관, 11월16일 오전 11시 대영시네마1관

꽃 피는 작은 마을엔 봄이 왔건만, 연인 돌아온 부인 마음엔 근심만 가득하네. 전쟁의 페허더미 속에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그러나 도시에서 온 친구와 부인은 어린시절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던 사이. 병약해 약을 달고 살아가는 남편에게 최소한의 의무만을 지키며 시체처럼 살아가던 아내에게 다시 찾아온 옛 연인은 가슴 설레는 봄비와 같다. 그의 등장으로 겨울 같던 집안에 오랜만에 활력이 돌지만 우정과 사랑 사이에 갈등하는 친구는 끝내 친구의 아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동생의 생일날, 흥청망청 취한 아내와 친구는 자신들의 감정을 남편에게 들키고 그들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남편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페이무 감독의 1948년작 <작은 마을의 봄>(小城之春)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중국 5세대 감독인 티엔 주앙주앙이 자국에서 상영금지조치 당한 <푸른 연>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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