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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의 <똥개>
2003-01-03

뜨거운 가슴,정의는 살아있다?

‘똥개’는 족보가 없는 개다. 예전엔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개였고 특별히 영리하거나 멋있거나 예쁜 개가 아니다. 하지만 어딘지 정(情)이 가는 개, 똥개는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똥개>의 주인공은 똥개처럼 살아가는 젊은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는 모든 판단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친구다. 아무 데나 침뱉고 괜히 눈을 부라리는 양아치지만 남들이 허리를 굽히는 권력이나 권위에 주눅들지 않는 남자다. 곽경택 감독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 사람은 곽 감독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써서 보여줬고 <친구>를 끝내고 영화제 참석차 몬트리올에 갔다가 그 글을 읽은 곽 감독은 귀국하자마자 영화판권을 샀다. <챔피언>을 끝내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똥개>는 곽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휴먼코믹드라마”다. 누가 “똥개야”라고 부르면 주인공과 주인공이 기르는 똥개가 함께 뒤돌아보는 식의 코미디와 더불어 늘 손해보고 희생양이 되는 똥개의 삶에서 인간적 매력을 발견하는 드라마가 진행될 예정.

“돌아가신 분 이야기를 가급적 밝게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은 죽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고민했고 짓눌려 있었다. <챔피언>은 그런 면에서 시험을 치른 것 같은 느낌이고 이번엔 재미있게 웃으면서 찍고 싶다.” 곽 감독이 경쾌한 코미디에 마음이 쏠린 이유다. 실제로 그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면 하고 싶은 대로 한 게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그렇다. 자기가 정의라고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며 살았는데 나중에 보면 희생양이 돼 있다. 똑똑한 사람, 영리한 사람은 안 하는 짓을 하는데 그게 어쩌다 한번 대단한 용기로 보이기도 한다.” 곽 감독은 여기에 검찰수사를 받은 최근 경험까지 덧붙인다. “무엇이 정의냐, 불의냐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그걸 객관화한다는 게 법인데 법을 쓸 줄 아느냐와 못 쓰느냐는 정의냐 불의냐와는 다른 문제다. 똑똑한 사람들만 법을 쓸 줄 안다.” 검찰 소환을 받고 지명수배까지 당하면서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컸던 만큼 개인의 가치관과 법의 잣대가 어떻게 어긋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오직 가슴으로 행동하는 똥개의 삶에 자꾸 끌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곽 감독은 데뷔작 <억수탕>부터 꾸준히 선보인 코미디 감각을 이번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펼쳐 보일 생각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주인공은 울고 있는데 관객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역설적인 표현법이다. “극중 인물은 심각한데 관객은 웃는 영화, 그게 진짜 코미디다. 극중 인물은 웃는데 관객은 우는 영화, 그게 슬픈 영화인 것처럼.” 똥개의 행동이 정말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난 것이지만 상황의 희극성으로 말미암아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테크닉면에서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동물연기다. 똥개가 출연해 표정연기를 선보이는 작품이기 때문. 액션장면도 전작들과 다른 스타일을 고민 중이다. 관객이 <똥개>를 보고나서 “와, 골때린다. 그쟈”라는 반응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2003년 2월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남동청 namdong@hani.co.kr 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청춘의 아이콘, 양아치 변신선언

90년대 방황하는 청춘의 대명사가 된 정우성을 별볼일 없는 양아치, 똥개로 변신시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곽 감독은 정우성의 연기에 이번 영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눈빛의 정우성이 아니라 선하고 따뜻한 눈빛의 정우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독과 배우는 <챔피언> 개봉 직후부터 꾸준한 만남을 가졌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똥개> 이야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여러 번 만나면서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정우성이 살이 찐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곽 감독은 이제 정우성이 살을 불리지 않더라도 똥개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정우성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가했다. 곽 감독은 시나리오에 정우성의 몇몇 아이디어를 반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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