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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들 흥행성공,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군침 삼킨다
2003-01-07

작은 영화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할리우드가 2002년 기록적인 흥행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작은 영화들의 선전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나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작은 영화 발굴 및 지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인 닐슨 EDI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2년 미국 극장의 입장권 수입은 93억달러를 넘었다. 2001년 81억달러에 비해 13.8% 증가했다. 흥행을 주도한 것은 물론 <스파이더맨>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스타워즈 2>와 같은 블록버스터들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유달리 할리우드영화의 정형을 깨는 작은 영화들이 틈새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1천만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가 10편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을 놓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002년을 “틈새버스터의 해”라고 비유했다.

지난해 작은 영화들 중 가장 빛나는 보석은 <나의 그리스식 결혼식>(My Big Fat Greek Wedding). 그리스 출신 연극배우 니아 포르토칼로스의 1인극을 본 톰 행크스의 부인이 남편을 설득해 제작한 이 영화는, 평범한 외모의 포르토칼로스를 일약 스타 여배우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 개봉 이후 지금까지 계속 상영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리스식 삶과 그리스 사위만을 고집하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여주인공이 앵글로색슨계 남자를 사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따스한 코미디다. 5백만 달러의 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모두 2억2천만달러를 벌어들여 투자 대비 최고수익을 기록했다.

멕시코영화 <이 투 마마>를 비롯해, <스토커> <프리다> <펀치 드렁크 러브> <보울링 포 콜럼바인> <몬순 웨딩> 등도 성공적인 틈새버스터로 꼽힌다. 수입영화 혹은 독립영화사들이 제작한 영화를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사들여 마케팅 및 배급을 한 작품들로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닐슨 EDI는 이 영화들을 ‘전문 영화’(specialty movie)라고 정의했다. 개봉 첫 3주 동안 전국 500개 이하의 극장에서 상영됐고 4~6주 기간에는 1500개 이하의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일컫는다. 이들이 2002년 차지한 시장 점유율은 모두 7%로 1년 전에 비해 3%포인트 성장했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이유는 블록버스터들의 경우 이제 더는 큰 수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려봐야 치솟는 제작비와 마케팅비용, 스타와 감독·프로듀서들에게 흥행을 일정 지분 지급하는 현행 관행까지 있어 스튜디오로 돌아오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이 틈새영화들이 선전하는 배경에는 관객들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여전히 10대 소년들이 가장 큰 시장이긴 하지만 갈수록 성인관객층이 두꺼워져 90년부터 2000년까지 50살에서 59살의 베이비붐 세대 관객들이 전체의 5%에서 10%로 늘어난 대신 16살에서 27살의 관객은 20%에서 1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다양성 확보란 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