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단편걸작선의 애니메이션 들여다보기
2001-07-13

올해의 부천에 없는 것은 장편 애니메이션. 올해의 부천에 넘쳐나는 것은 흥미로운 단편 애니메이션들이다. 13일 관객과 만나는 세 꾸러미의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출품작 가운데에서도 돋보이는 멤버인 작은 애니메이션들을 일람해 본다.

-편집자

14편의 애니메이션 단편들 중에서 7편이 점토, 인형, 오브제 등 이용한 3D 애니메이션, 나머지 4편이 2D 애니메이션, 3편이 3D 컴퓨터그래픽(CG)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형식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는 셀렉션. 2D의 경우도 관습적인 만화영화의 드로잉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양식의 작품들이 눈에 띤다. 반면에 3D CG의 경우는 기존의 단편들이 주로 보여주었던 새로운 표현 기법에 대한 도전보다는 짤막하면서도 인상적인 에피소드에 초점이 기울어져 있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내용면에서 두드러진 하나의 경향은, 몹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단편적 상황과 주관적 경험의 강조이다. 주로 <눈이 아름다운 남자> <달팽이> <모기> <험버트> 등와 같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그러한 상황과 경험은, 물론 각기 다른 의도 하에서 독특하게 취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표피적인 수준에 그쳐 버리고 있다. 이에 비해 오히려 <인 디비두>는 다양한 사물의 리얼리티를 시간 속에서 해체해 가는 지극히 관념적인 성격의 작품이다.

이처럼 단편적 상황 및 주관적 경험을 관념적 현실에 적극 매개하려는 작품으로서는, <종착지>처럼 우화의 틀을 빌린 선명한 비판적 원근법으로 인생과 현실의 조건을 관객 누구나가 쉽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링 오브 파이어>처럼 교훈적인 듯하면서 섹슈얼리티에 있어 다소 애매모호한 관점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한편, 아예 장르영화의 성격을 지향하는 <불의 발굽>과 <하라라>는 서로 양극을 이루는 분위기의 작품. 반젤리스의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한 <불의 전차>와 루돌푸 사슴코를 어설프게 패로디한 <불의 발굽>,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와 호러영화를 섞어놓은 듯한 <하라라>는 시각적으로 서술적으로 숙련된 구성을 보여주지만, 각각 인물묘사의 전형성과 시대착오적인 오리엔탈리즘에 얽매여 있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4편의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 셀렉션 중에서 유일한 미국, 유럽 이외 지역의 작품들이기도 하기에 여러모로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쿠리 요지와 크로넨버그와 팀 버튼의 감성을 동시에 떠올리는 <금붕어 묘지>는,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바이오테크놀러지와 바이오산업이 초래할 수 있는 엽기적인 최후를 시적 상상력과의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서 펼쳐낸다. 이와 유사하게 <샴>도 모든 것을 두 배로 늘려주는 농구대의 설정을 통해 복제의 문제를 잉여가치에 상호관련지으면서 그 나르시즘적인 욕망을 인간 신체의 기형화로서 형상화해낸다. 한편, <미래소년 코난>의 기간트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전투기의 어처구니없는 추락을 통해 고도의 자동화된 환경 속에서 인간 주체는 얼마나 수동적인가를 잔잔하게 비웃어대는 <오토>, 이와 달리 현실의 부조리한 상황들을 한 개인의 분열증적인 내면과 경계 없이 초현실주의적으로 그려내는 <정글>은, 애니메이션의 형식 속에서 각각의 설정 자체가 의도한 극적 효과가 충분히 조율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김준양/ 애니메이션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