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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공포가 더 무서워!
2001-07-16

윤종찬 감독의 <소름>, 11일 열린 시사회에서 호평 받아

``정말 소름끼친다. 볼 때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볼 때 더 무섭다.`` 지난 7월11일 열린 <소름>의 첫 시사회를 본 한 영화인은 이렇게 말했다. 부천영화제 폐막작인 <소름>은 공포물이 줄줄이 쏟아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 여름 유일한 공포물로 관심을 끌었던 작품. 지난해에 나온 공포영화들이 한결같이 실망스럽다는 평을 받은 데 비해 <소름> 시사회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올해 한국영화의 수확으로 꼽힐 작품``이라고 말했고 김영진씨는 ``장르의 관습에 안주하지 않는 지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기억에 관한 삼부작`이라 불리는 단편 <플레이백> <메멘토> <풍경>으로 일찌감치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회자되던 윤종찬 감독의 데뷔작 <소름>은 `30년 전 죽은 여인의 한`에 기초한 작품이다. 그러나 귀신이나 유령이 나오지 않는 이 영화는 인연과 우연이 교차해 만드는 서늘한 순간을 통해 운명과 저주와 광기를 담아낸다.

겉보기엔 공포영화 같지만 장르적 관습에 얽매인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야기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아파트에 택시기사를 하는 한 청년이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청년이 이주한 집은 30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며 얼마 전 젊은 작가지망생이 불타 죽은 곳. 이곳에서 그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를 만나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꼬리를 문다. <소름>은 시종 뭔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공포를 담은 <소름>은 대단히 정직한 영화이기도 하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충격효과에 기대지 않고 내러티브와 캐릭터의 힘만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함을 경험하게 한다. 주연배우 김명민, 장진영의 연기도 박수를 받을 만한데 극의 후반부에서 광기를 보여주는 둘의 모습은 귀신들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지나치게 지적인 영화라는 견해도 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가 대단한 호응을 일으키지 못한 것처럼 장르적 관습에 대한 저항이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 영화사 씨네맥스(대표 황필선)의 창립작품인 <소름>은 8월4일 개봉한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