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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좀 미친 구석이 있어요.
2001-07-16

"야, 배우인가봐" 캐나다에서 날아온 이 큰 키의 금발 미녀는 금새 눈에 띄었다. 잠시 관객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주인공은 배우가 아니라 <딥 리버>의 감독 린 스톱케윅. 데뷔작 <키스드>를 재작년 부천영화제에 미리 보낸 감독은 두 번째 영화 <딥 리버>를 통해 부천의 관객과 뒤늦게 조우했다. 인터뷰를 위해 캐나다 부터 동행한 남자친구를 눈짓으로 일단 밖으로 내보내고서는 “그는 이런 이야기를 싫어하거든요”하고 웃어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내놓은 두 편의 영화 속 여자들은 모두 컴플렉스를 가진 어두운 영혼들. “제 영화지만 다시 보려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요. 이건 <키스드>보다 더 어둡고 더 힘든 영화예요.” 상영에 앞서 가진 무대인사를 마치자마자 황급히 극장을 빠져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저 너무 평범하게 보이죠? 그런데 사실 난 좀 미친 구석이 있어요." 몬트리올 출신의 스톱케윅은 12살 때부터 수퍼 8mm를 들고 영화라는 매혹의 강에 빠져들었다. 이후 단편영화를 통해 그 이름을 알렸고 90년대 초반부터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색다른 이력을 쌓기도 했다. 특히 한 소녀의 첫 여행을 따르는 일종의 뮤지컬 코미디인 <발끈하다>같은 단편은 여성의 심리를 파고드는,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로라 카시쉬스케의 소설 <의혹의 강>의 첫 장을 읽는 순간 바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딥 리버>는 두 여자가 강을 중심으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과감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난 도전을 좋아해요. 가장 힘들고 어려운 도전은 바로 내부의 악령들과 싸우는 일이기 때문에 내 영화가 그렇게 어두운가봐요. ” 열린 미래를 이야기하던 스토케윅은 “씨네락콘서트를 놓칠수 없다”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백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