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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 없으면 콧노래 나와요.
2001-07-16

영화제를 이루는 여러 풍경 가운데 하나, 송내역과 상영관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관객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 15일 <김약국의 딸들>을 보러 소향관으로 향하는 관객을 실은 셔틀버스 운전사 오승현(34)씨는 위험스레 앞으로 끼어 드는 승용차들이 못내 불안한 눈치다. 사람이 한적할 때는 물론이지만, 입석까지 빼곡히 찬 버스를 운전할라치면 그의 등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버스 정거장에 떡하니 차를 대놓는 몰염치한 사람을 만날 때나, 영화제 관객 수송차량인 걸 뻔히 알면서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과 부딪힐 때면, 차갑게 닫혀진 마음이 아쉽고 서운하다. 작년에 이어 다시 셔틀버스 핸들을 잡은 그는 지난 주말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 빈자리 하나 없이 버스 좌석을 채워 준 관객들이 고마워 콧노래가 다 나오더란다. 운행이 끝나는 자정 무렵 꼭 한번씩 부천영화제 홈페이지에 들러 게시판을 살피는 그는 관객들의 코멘트 하나하나가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89년에 면허증을 손에 넣은 그는 차 모양으로 생긴 것은 다 몰아봤다고 한다. 부천에 내려와 정착한 지 5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업 때문에 극장 한번 변변히 못 가는 형편인지라 VCD를 챙겨서 차안에서 틈틈이 보는 정도. 그의 핸들 옆에는 ‘트롯 메들리’ 대신 <공동경비구역 JSA> <빅타임> 등이 꽂혀있다. 작년엔 그나마 심야상영시간을 이용해 <링2>를 봤지만, 올핸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단다. 오승현씨에 대한 정보 한마디, 소향관 코스인 모험노선 E,F를 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심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