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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스필버그의 <뮌헨>, 영화 소재 둘러싼 논쟁에 침묵으로 일관
옥혜령(LA 통신원) 2005-12-08

논쟁엔 영화로 답하겠다

영화가 직접 말하도록 하라? 해를 더해가며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아카데미상 홍보 전쟁의 와중에 올해 강력한 작품상 후보이자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뮌헨>(Munich)이 초유의 침묵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사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A 위클리>는 12월31일 개봉을 앞둔 <뮌헨>과 관련해 포스터와 예고편을 제외하고는 정킷, 심지어 감독의 공식 인터뷰 등 어떤 홍보 활동도 펴지 않을 것임을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기본 스토리 외에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는 이 영화가 제작 기간 내내 그리고 상영이 임박해서까지 초특급 보안을 펼치는 이유가 호기심 증폭을 위한 마케팅 전술이라든지, 오직 작품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식의 순수한 동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은 영화의 민감한 소재가 불러일으킨 그간의 논쟁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뮌헨>은 조지 조너스의 <복수>(Vengeance)를 원작으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발생했던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 사건을 이 사건의 주범인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을 수년에 걸쳐 추적, 암살한 이스라엘 비밀경찰, 모하드 단원의 이야기(에릭 바나 역)에 초점을 맞춰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 전쟁에 따른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언급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이스라엘 비밀경찰의 복수담이라는 설정은, 이미 논쟁의 불씨를 안고 화약고로 뛰어든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뮌헨>의 침묵 전술은 미국 영화사에서 끊임없이 악한으로 그려져온 이슬람인들의 스테레오 타입이 과연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표현됐을지, 유대인인 스필버그의 개인적인 배경이 양쪽의 입장을 공정하게 다루는 데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등의 논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영화 제작 내내 논쟁은 그치지 않았는데, 지난 9월에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단의 유일한 생존자인 무하메드 다우드(Muhammad Daoud)가 은신중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사건 당사자들의 의견을 자문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원작 소설 책의 친이스라엘 관점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는데, 한편으로는 역시 사건의 당사자인 전직 모하드 팀장 역시 같은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다고. 이와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 로케이션 촬영시에는 제작팀의 철저한 보안조치와 오만한 태도를 비난하는 현지인들의 보도가 인터넷 언론을 통해 널리 유포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언론은 “<뮌헨>이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되는 게, 부다페스트 역사상 가장 기념할 만한 일이 아닌가” 등의 제작진의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미국 국경 바깥은, 특히 유럽의 강대국이 아닌 경우 오직 마켓이거나 ‘배경’으로만 이해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생리가 함축적으로 드러난 갈등의 사례로 읽힌다.

이런 전후 사정을 바탕으로 <뮌헨> 팀은 개봉 이후, 당연히 예상되는 국제적인 항의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전직 외교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 대책팀까지 구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게이샤의 추억> 역시 주요 배역을 중국 배우들에게 할애한 것에 대해 미국 내 일본인들이 항의사태를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번 겨울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혹은 고려마저 없는 ‘타인종의 재현’이라는 할리우드의 오래된 고질병이 어떻게 변주되어 선보일지 흥미로울 따름이다. 과연 영화가 순수하게 영화적 스타일로 이 모든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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