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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희한한 영화 사이트들 [2]
김나형 권민성 2006-03-08
영화는 예술? 영화는 과학! _영화 속의 엉터리 과학

황당한 특수효과 안만듦만 못한지고 과학쟁이 죄다모여 한목소리 외쳐대니 영화는 예술이 아닌 과학인가 하노라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ISMP(INSULTINGLY STUPID MOVIE PHYSICS)는 영화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옳은지 판단해서 자체 등급을 매기는 곳. GP(최고 등급)부터 PGP(귀엽게 봐줄 만함), PGP-13(13살 이하의 어린이는 부모의 지도가 필요함), RP(역겨움), XP(외계에서나 받아들일 만함), NR(측정 불가) 등 총 6개 등급으로 나뉜다. 1997년에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총알, 자동차, 레이저 등 영화 속 현상들을 직접 실험과 수학 공식, 과학 이론 등을 적용해 머리 아프게 풀어내는 데 도가 튼 사이트다.

☞ <영화 속의 엉터리 과학> 바로 가기

http://www.intuitor.com/moviephysics

이 사이트에서 비과학적인 영화는 찬밥 신세다. ‘특수효과는 기대하지 말고 보라’는 <킹콩>(PGP-13 등급)의 리뷰는 양호한 편.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XP 등급)의 오프닝신은 멍청한 우주 배틀 고전으로, <투모로우>(RP 등급)는 ‘최악의 엉터리 과학영화’의 경쟁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지구의 자전이 멈춘 데 따른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지구 중심으로 향한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의 <코어>(XP 등급)의 멍청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무 처절해서 더이상 쓰기 힘들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된 존 로저스와 션 베일리의 리뷰는 “주인공들은 이 엄청난 문제를 간단하게 풀려 한다. 창문조차 없는 지하철 같은 유인(!) 우주선을 지구 중심에 보내 핵폭탄을 터트리겠다는 것인데, 대체 어떤 영웅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인가”라며 “이것은 재난영화가 아니라 재난 자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매트릭스3 레볼루션>도 “로봇의 비주얼은 인상적이었으나 전투용이 목적이라면 완전히 멍청한 디자인을 갖췄다.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조종사는 전쟁터의 소음 속에서 마구 소리쳐야 할 것이다”는 악평을 들으며 최악인 NR 등급을 받았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영화 습관백서 _무비 클리셰 리스트

클리셰 어떠냐고 이 몸에게 묻자시면 리얼하게 재미없는 상상력의 재탕일세 셰익스피어 못되온들 따라쟁이 될 말이냐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를 주제별로 모은 사이트. 비행기, 외계인, 나무, 전쟁 등 모두 73개의 주제가 알파벳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누구나 원한다면 간단한 입력기로 클리셰 항목을 추가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1998년에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주간 사이트 ‘A’등급에 랭크됐으며 2000년에는 <USA 투데이>의 주간 핫사이트에 선정되는 등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무비 클리셰 리스트> 바로 가기

http://www.moviecliches.com

“여보세요, 네, 오케이, 맞아요, 고마워요, 안녕.” (‘통화는 간단히’라서?) 또 전화는 벨이 3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하고 전화 건 사람은 한마디 자기 소개나 “끊을게요”란 말도 없이 끊어버린다. 전화가 갑자기 끊기면 주인공은 극도로 흥분해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외친다(물론 저쪽에선 ‘뚜뚜뚜’라고 답할 뿐이다). 무비 클리셰는 이런 진부한 상황에 주목한다. 가령 ‘외계인은 늘 영어를 쓴다’, ‘안경 낀 사람이 추운 바깥에서 안에 들어와도 안경엔 습기가 차지 않는다’, ‘폭탄의 선은 모두 다른 색깔이라서 주인공은 쉽게 선을 자를 수 있다’ 등 대체로 영화 제작자 편의에 맞춘 장면들이 지적 대상. ‘대결신에서는 배우들의 그림자끼리 싸우는 장면이 꼭 등장한다’는 고전 클리셰부터 ‘어떤 잠금 장치도 신용카드나 종이 클립 혹은 청진기 등으로 열 수 있다’처럼 대충 봐줬던 클리셰마저도 이 사이트는 그냥 넘기지 않는다. ‘쇼핑하고 돌아온 사람의 종이백에는 바게트가 꽂혀 있다’거나 ‘파리의 어떤 아파트에서도 에펠탑이 보인다’ 등 프랑스와 관련된 단골 클리셰들에 피식 웃었다면, ‘아무도 섹스 뒤에 크리넥스 티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란 문장에 이르러선 박장대소하게 될 것이다.

씨네21엔 20자평, 인터넷엔 4자평 _네 단어로 리뷰쓰기

간단명료 20자평 씨네에만 있으런가 네 단어로 결말보니 어이 화끈 아니한가 맹렬히 리뷰쓰고 랭킹올릴까 하노라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사이트 이름인 FWFR는 Four Word Film Review의 약자다. 말 그대로 네 단어 이하 영 단어로 영화를 평한다는 것. 20자평의 영어권 버전이지만 평론가가 아닌 일반인의 놀이라는 점이 다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메인 페이지에 최근 작성된 리뷰들이 무작위로 올라와 있다. 왼쪽에는 영국, 미국 박스오피스 순위별로 각각 10개의 영화가 랭크되어 있어 클릭해 들어가면 리뷰를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올라온 리뷰는 17만개 이상, 그 대상이 된 영화는 1만4500여개에 이른다.

☞ <네 단어로 리뷰쓰기> 바로 가기

http://www.fwfr.com

‘해전 치르는 레골라스’(Legolas In Sea Battle)는 무슨 영화를 일컫는 걸까? 그럼 ‘디즈니-픽사=닭짓’(Disney-Pixar=Chicken shit)은? 전자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후자는 <치킨 리틀>에 대한 FWFR이다. 함축성과 재치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FWFR은 20자평과 다를 게 없다. 그리고 거기에 유사한 발음을 이용한 유희가 더해진다.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케이-팩스>를 ‘2001년 스페이시 오디세이’(A 2001 Spacey Odyssey)라고 한다거나, <취권>을- 건즈 앤 로지즈의 <Live & Let Die>를 패러디하여- ‘챈 버전 <리버 랫 다이> 간아 죽어라’(Chan’s <Liver Let Die>)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가 활발히 움직이는 진짜 이유는 바로 랭킹. FWFR에는 초보(goer)부터 신(deity)까지 10개의 계급이 있는데, 리뷰를 많이 올릴수록 계급이 상승한다. 1위에 올라 있는 thefoxboy는 현재까지 5991개의 리뷰를 올리며, 며칠 전까지 1위였던 noncentz(5934개 리뷰)를 추월했다. 말하자면 FWFR에 빠져 있는 이들의 심리는 평론가의 심리보다 카트라이더 폐인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