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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할 여자, <브로크백 마운틴>의 미셸 윌리엄스
최하나 2006-03-18

미셸 윌리엄스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도슨과 조이의 친구 젠은 어떨까? TV시리즈 <도슨의 청춘일기>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도슨(제임스 반 데릭)과 조이(케이티 홈즈)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했던 얄미운 전학생 젠 린들리를 기억할 것이다. <도슨…>의 종영 이후에도 TV 아이돌 딱지를 떼지 못하던 미셸 윌리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알마 역을 연기하게 되면서부터다. 두 카우보이의 사랑을 그린 <브로크백…>의 주인공은 물론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홀)이었지만, 남편 에니스의 비밀을 발견하면서 꿈꾸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아내 알마의 슬픔은 관객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도슨…>의 아이돌로 그녀를 기억했던 이들은 배우의 성장에 놀라움을 표했고, 그녀를 알지 못했던 이들은 미셸 윌리엄스라는 이름을 새롭게 발견했다.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와 오스카 후보에 지명되었고, 언론들은 앞다투어 그녀를 재조명했다.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10년. 연기자로서 그녀의 삶이 비로소 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미셸 윌리엄스는 상처로 얼룩진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학교를 떠나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았다. 15살에 LA로 떠나온 그녀는 <스텝 바이 스텝> 같은 TV시리즈의 단역으로 출발했지만, 1년 만에 <도슨의 청춘일기>에 고정 출연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려질 법도 하지만 윌리엄스의 삶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극중 숱한 남자들 사이를 오가며 난잡한 생활을 하는 젠에게는 언제나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16살 소녀는 모든 비난을 자신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늘 수치심과 자기비하에 사로잡혔다.” 우울증에 빠져드는 대신 윌리엄스는 출구를 찾아 나섰다. <스테이션 에이전트> <랜드 오브 플렌티> 등의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세간의 시선을 붙들진 못하더라도 배우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도슨…>의 그늘을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수많은 변신을 시도했음에도 그녀에게 돌아오는 시나리오의 대부분은 누드신을 강조한 것들 뿐이었다. “미셸 윌리엄스에게 걸맞은 역”이라는 편견의 벽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도슨…>을 단 한편도 보지 않았기에 윌리엄스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리안은 <스테이션 에이전트>에서 그녀가 연기한 에밀리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예상치 못한 임신을 통해 갑작스레 현실과 마주하게 된 그녀가 난쟁이 핀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미셸 윌리엄스는 별다른 대사 없이도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묵직하게 표현해냈고, 그것은 바로 리안이 찾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알마 그 자체였다. “미셸 윌리엄스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를 바라보는 이라면 누구나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무엇이….” 윌리엄스는 “본능적으로” 알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에니스와 잭의 관계를 알면서도 모든 고통을 안으로만 삭여내는 그녀이기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는 윌리엄스는 알마의 아픔을 극도의 절제 속에 담아냈다. 에니스와 잭이 격렬히 키스하는 것을 목격한 뒤 한마디 말 없이 가만히 문을 닫고 돌아서는 알마의 모습은 관객의 호흡을 멈추어놓는다.

<도슨의 청춘일기>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르기까지 미셸 윌리엄스는 10년이라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다. 긴 여정의 끝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했지만, 그녀에게서 과거의 굴레를 벗긴 것은 대중의 관심이나 평단의 인정이 아닌 연인 히스 레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마틸다였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와 낳은 뒤의 나는 오래된 나와 새로운 나와 같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윌리엄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시각까지 바꾸어놓았다. “인생은 언제나 최초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냥 손을 뻗어 그것을 붙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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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