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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앨런 <비취 전갈의 저주> 홍보
2001-09-11

우디 앨런이 뉴욕이 아닌 곳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했다면 그건 `사건'이다. 영화 속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뉴욕을 떠난 그를 떠올리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선 `사건'이 벌어졌다. 우디 앨런의 라이브 재즈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의 최초의 미서부 순회공연은 최신영화 <비취 전갈의 저주>(원제 The Curse of the Jade Scorpio)를 홍보하기 위한 것. 편집을 끝내면 곧바로 다음 영화 촬영에 들어가 완성된 영화는 다시 보지도 않고, 생각도 안 한다는 그가 자신의 영화 홍보에 나선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기자회견을 가졌는가 하면, 런던에서는 극장에서 관객들과 대화도 할 생각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올해 만 65세) 좀 너그러워진 것일까.

우디 앨런의 이번 영화는 드림웍스가 공동제작, 배급을 맡은 첫 스튜디오 작품. 우디 앨런까지 홍보활동에 나서게 만드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파워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구석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신작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비록 양딸이긴 했지만 근친상간이 남긴 도덕성 훼손은 여전히 우디 앨런에게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에 기고한 한 평론가는 “<비취 전갈의 저주>를 보는 관객들은 심기가 불편해짐을 느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스캔들 이후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는 맘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우디 앨런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의 우디 앨런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 우디 앨런의 어디에 그런 비도덕성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신작이 이 평론가의 심기를 특히 건드린 부분은 우디 앨런이 영화 속에서 30살 연하의 헬렌 헌트와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우디 앨런은 자전적인 영화로 명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는데 바로 그 트레이드 마크가 이번엔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 평론가가 지적한 영화 외적인 비판을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비취 전갈의 저주>는 우디 앨런의 골수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특유의 시니컬하고 지적인 유머가 넘치는 대사가 던지는 맛이 예전같지 못하다. 미로처럼 꼬이고 꼬이는 플롯의 묘미도 떨어진다. 다만 <카이로의 장미> <브로드웨이를 쏴라> <라디오 데이즈> 등 우디 앨런이 좋아하는 1940년대로 돌아가 그 시대의 분위기를 잘 살린 점은 돋보인다.

1940년 뉴욕을 무대로 한 <비취 전갈의 저주>는 최면술에 관한 영화. 우디 앨런은 보험회사의 사건 탐정이다. 본능에 의존하는 명탐정인 그는 회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임무를 맡은 전문가 헬렌 헌트가 입사하면서 인생 최대의 적을 만난다. 서로를 참지 못하는 두 사람은 그러나 한 나이트클럽에서 비취 전갈을 지닌 최면술사에게 최면상태를 경험한 후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사랑은 최면이라는 걸….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