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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런
2001-12-19

DVD메인/p찍었음

Chicken Run 2000년, 감독 닉 파크, 피터 로드 자막 영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DD 5.1 DTS-ES(6.1) 지역코드 1 출시 유니버설(지역 코드 3번 출시사 CJ엔터테인먼트)

자신이 좋아하는 한두 가지에는,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목숨걸고 옹호론을 펼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내게 있어 그런 존재 중 하나로 <월레스와 그로밋>의 ‘그로밋’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보통 사람 사이에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이 영국산 진흙 강아지를, 1년쯤 전에 지하철 광고판에서 보고는 놀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잠시나마 그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의 식견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바로 그 <월레스와 그로밋>의 닉 파크가 선보였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치킨 런>이 드디어 국내에 DVD로 출시되었다. 문제는 출시일에 맞춰 리뷰를 쓰려고 했으나, 샘플 DVD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 사정없이 흘러가는 마감시간의 공포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지역 코드 1번과 똑같이 나온다는 국내 출시담당자의 말을 믿고는 소장하고 있던 코드 1번 DVD를 다시 한번 꺼내보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던 순진무구함은 역시나 할리우드의 자본과 손잡으면서 많이 퇴색되었지만, <치킨 런>에 등장하는 닉 파크 특유의 그 낙천적인 진흙 캐릭터들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화질을 통해 사정없이 보여지는 닭다리 털의 징그러움과, DTS 6.1 사운드를 통해 들려오는 트위디 여사의 고기 만드는 기계소리의 소름끼침을 즐기는 일은 <치킨 런> DVD가 가져다주는 또다른 매력이다.

또한 재기발랄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작진들의 진면목이 살아 있는 서플먼트들도 매력적이다. 특히 엄청난 내용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2개의 숨겨진 달걀 아이콘을 찾아 서플먼트들을 이잡듯이 뒤지게 만드는 ‘Egg Hunt’ 코너의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원래는 몰래 숨겨져 있어야 할 ‘이스터 에그’를 아예 공개적인 형태의 코너로 만들어놓고, 찾아보라고 꼬드긴다는 점이 특색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홉개쯤까지는 별다른 무리없이 찾은 뒤, 그뒤부터는 조금씩 열을 받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마지막 열두개째 달걀을 찾기 위해서 몇십분을 뒤지고 또 뒤지게 된다. 이 밖에도 서플먼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두개의 제작 다큐멘터리는 처음 닉 파크의 작품을 접하는 사람에겐 경이로운 클레이메이션의 세계를, 이미 익숙한 사람에겐 스튜디오 이면의 진지하고 고된 세계를 맛보게 해준다.

여하튼 이 글이 지면을 통해 나갈 때쯤이면 발매되어 있을 코드 3번의 <치킨 런>이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코드 1번 DVD의 매력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맞게 잘 변형되어 출시될 것인가가 많은 <치킨 런> 팬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김소연/ DVD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