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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
2002-01-11

2002년 1월 1일, 충무로 만화경

매서운 바람보단 웅크려 있던 한기가 더 오싹하다. 끓기 시작한 커피메이커의 수증기도, 틀어놓은 지 꽤 된 것 같은 온풍기도 별반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새해 첫날 오후부터 홀로 회사에 나와 이것저것 둘러보는 하성근 이사의 얼굴은 왕성한 원기, 혈색 가득이다. 금연을 다시 시도한 지 채 하루가 안 됐으니 그 때문은 아니고. 7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은 운동 덕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마음고생 심했던 신사해를 뒤로 젖혔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약 180억원을 10편의 영화에 투자했지만, 개봉한 6편 중 충족감을 안겨준 건 <번지점프를 하다> 한편. <무사>의 경우, 본전은 찾았지만 품었던 기대가 컸던 터라 남는 아쉬움을 지우기도 수월치 않았고, <눈물> <소름> <베사메무쵸>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관객의 외면을 묵묵히 견뎌야 했던 영화들에 투자심사를 맡았던 이로서의 부담감도 심심치 않았을 것이다.

“돈 벌려고만 투자하는 건 아니지만 그전까지는 운 좋은 놈이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잘 나가다 최악의 해를 맞았으니… 뭐 허허 좋다고 다닐 수만은 없었겠지요.” 두달 전 모회사인 KTB네트워크로부터 분가, KTB엔터테인먼트라는 새 명찰을 큼지막하게 대문에 내건 화사한 이층집으로 옮긴 것도 주저없이 휴일 회사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 “넥타이 매고 금융가로 출근할 땐 하다못해 야근할 때도 수위 아저씨 눈치를 봐야 했는데 그런 게 없어 좋고, 이젠 영화사들이 몰린 압구정으로 옮긴 탓에 좀더 많은 영화인들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는 그다.

더 배우려면 더 어울려야 한다는 신조에 한결 자유롭고 가벼워진 회사 크기만큼 하성근 이사가 내보인 올해 KTB엔터테인먼트의 영화투자 부문 구상은 좀더 공격적이다. 몇편 하겠다고 못박는 대신 유동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적어도 올해는 다양한 장르영화 15편에 쏟아부을 투자액이 200억원이 넘는다. 또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시작으로 상반기 라인업에 <울랄라 씨스터즈> <해적, 디스코왕 되다> <R U Ready> >H> 등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고, 하반기에 강제규필름이 제작하는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2002년부턴 배급사를 정해서 주도적으로 간다는 복안이다.

현재 배급에 뜻을 두고 있는 투자사, 제작사들과 논의를 진행, 조만간 발표한 뒤 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다. 내일이면, 하루에도 20명씩 찾는 방문객들과 다시 마주 앉아야 한다는 그는 그전에 몸을 풀 요량으로 전날 심야에 극장을 찾았다 매진 사례로 보지 못한 <반지의 제왕>을 만나겠다고 서둘러 눈길에 나섰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 [11:00]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

▶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