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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촬영현장 <재밌는 영화>
2002-01-30

증말 웃겨드린다니깐요

S#073 총격전 몽타주

전주시청 앞 8차선 대로. 이틀째 <재밌는 영화>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 오전부터 울려대는 공포탄 소리에 첫날엔 기겁한 눈치더니… 시민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로 양쪽 인도에 기다랗게 또한 이중, 삼중으로 두툼하게 서 있다. 다들 눈앞에서 뭔가 빨리 일어나길 바라는 눈치다. 감독의 단호한 ‘액션’ 지시에 한편에선 비밀특수요원 황보(임원희)와 갑두(서태화) 패거리가, 또 한편에선 무라카미(김수로) 일당이 번갈아 방아쇠를 당겨댄다. 귀청을 찢을 듯한 연발 공포탄만이 난무하는 도로 위에 ‘컷’이라는 외침과 함께 화약 냄새와 군중의 웅성거림이 뒤섞여 진동한다. 그때 갑자기 끼어드는 조금은 음침한 목소리 하나.

행인522 이거 제목이 뭐래요?

제작부3 (귀찮은 듯) 재밌는 영화요.

행인522 (기분이 상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침을 삼키고서) 아니. 재밌는 건지 아닌지는 나중에 극장 가서 봐야 아는 거고…. 아, 그러니까 젊은이, 제목을 알려줘야 보러 가도 갈 것 아니요? 안 그렇소, 시방.

<재밌는 영화>는 패러디 영화다. 제목까지 <무서운 영화>를 따랐다. 그렇다고 코미디 장르의 영화만을 모아 반죽한 것은 아니다. 재료는 다름 아닌 한국영화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반대하는 무라카미 일당이 바다 건너 테러를 위해 한국에 침투하고, 이를 알아챈 비밀특수요원 황보와 갑두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맞선다는 이야기. 줄거리는 이처럼 간단하다. 하지만 다소 헐거운 스토리에 별별 재료와 양념들이 채워진다. 무라카미 일당 넷은 자갈치 시장을 달리던 <친구>의 넷의 발걸음을 따르기도 하고, 때론 폼잡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40계단 살인 시퀀스를 흉내내기도 한다. 그리고 전주 시내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3일은 물러설 수 없는 <쉬리>의 도심 총격전을 모사하기 위한 날이다.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투캅스3> 등 김상진 감독 아래서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거친 신예 장규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좋은영화와 시선이 공동제작한다. 순제작비 33억원. 현재 85% 촬영을 마쳤으며, 4월5일 개봉을 앞두고 맹렬히 진군중이다. 글 이영진·사진 오계옥

1)“아, 감독님. 블록버스터 감독님이 가오잡으셔야죠.” 폭발장면이 두렵다는 장 감독에게 김수로, 한마디 남기고서 불길 속으로!

2)도심 총격전을 마친 뒤 스탭과 배우들이 장 감독을 둘러싼 뒤 모니터 화면으로 복기중이다. 현장에서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게 감독에 대한 주위의 평가.

3)길 건너에 있는 무라카미 일당을 향해 총을 쏘는 갑수와 황보. 서태화와 임원희는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뒤풀이에서도 열심이다.

4)양복 빼입고, 머리 넘기고, 총 들었지만, 김수로의 신발은 여전히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 무명 시절부터 그를 꾸준히 후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의 표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