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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통신] 동성애영화제 테디베어 시상식
2002-03-05

<물 위로 걷기>, 장편영화 대상과 관객이 뽑은 최고의 동성애 영화상 수상 지난 2월17일 이른 새벽녘, 포츠담 광장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극장에서 거행될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의 곰 트로피 수여자를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그 순간, 전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재즈 극장 템포드롬에서는 또 하나의 시상식이 그 절정을 이루고 있었으니…. ‘베를린영화제- 동성애영화 시상식’, 일명 테디베어상 시상식이 그것이었다.올해로 16회를 맞는 이 행사는 독일 동성애자 연맹이 주최하며, 베를린영화제와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행사 공식명칭에 ‘베를리날레’를 살짝 도용하고, 개최 시기 역시 영화제 마지막 일정에 맞물려 개최하는 심술을 부림으로써 몇시간 뒤 치뤄질 폐막식 행사의 김을 빼버리는 영화제의 악동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시상식 후 곧바로 요란한 댄스파티로 이어지는 이벤트적 성격 덕분에 베를린영화제 참석 인사들의 관심도 공식 폐막행사보다 이곳으로 더욱 쏠린다. 취임 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 역시 영화제 공식파티에는 예의상 잠시 얼굴만 비춘 후 곧장 (애인과 함께) 이곳으로 달려왔다. 올해 동성애영화 시상식에는 지난해까지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모리츠 드 하델른이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직접 트로피(베를린의 명물 승리의 여신상 모형)를 수여하는 등, 이 행사의 무게를 더하는 데 한몫 하며 쫓겨난 집행위원장의 한풀이를 하고 있었다.올해 테디베어상 장편영화 대상은 마카오 태생으로 현재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토니 아이레스 감독의 <물 위로 걷기>에 돌아갔다. 희망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죽음을 돕는 친지들, 그리고 상실의 비애와 자살을 방조 내지는 협력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심사위원 9명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다고. 300유로의 상금이 수여된 대상 수상작 <물 위로 걷기>는 관객이 뽑은 최고의 동성애영화상도 역시 받아 아이레스 감독은 양손에 승리의 여신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다큐멘터리 영화상은 동성애자가 된 남편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는 한 여인의 심적 불안을 그린 노르웨이 감독 에벤 베네스타트의 <내 가족에 대한 공포>에 돌아갔으며, 미국 감독 다니엘 스테드맨은 마치 고백성사를 하듯, 가족들 앞에서 커밍아웃하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셀레브레이션>으로 최고단편영화상을, 이란 출신 미트라 파라하니 감독은 이란 동성애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담담한 영상 필치로 그려낸 <그저 한 여자일 뿐>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올해 베를린영화제를 실속있게 치뤄냈다는 호평을 받음으로써 입지를 다진 신임 집행위원장 디이터 코슬릭도 폐막식 준비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잠시나마 동성애영화 시상식장을 찾아왔다. 코슬릭 위원장은 막 헤테로의 붉은 양탄자를 밟고 온 참이라며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라는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참석인사들의 폭소와 아우성을 자아내기도.베를린= 진화영 통신원<사진설명>영화 <내 가족에 대한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