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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영화로 찾는 대안
2002-04-12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26일~5월2일) 조직위원회(jiff.or.kr, 위원장 최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 271편에 이르는 올 영화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개막작으로는, 1973년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김대중 납치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사카모토 준지(44) 감독의 정치 스릴러 <케이티>가 선정됐다. 폐막작으로는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의 최우수상 수상작을 앵콜 상영한다. 중심 프로그램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엔 일본 후루마야 도모유키 감독의 <나쁜 녀석들> 등 17편이 초청됐다. 정치적 후진성의 극복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 아시아인들의 다양한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필리핀 내란 과정에서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사랑에 관한 영화인 마리 오하라 감독의 <악령>이 정치적 주제를 다룬 영화라면, 중국 리위 감독의 <물고기와 코끼리>는 중국 대륙에선 처음으로 레즈비언의 내면을 정면으로 스크린에 드러낸 작품이다. 홍콩 얀얀막 감독의 <형>은 홍콩의 한 젊은이가 연락이 끊긴 형을 찾아 티베트 부근 고원마을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중국 대륙의 얼굴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중국 리지시안 감독의 <왕수선의 여름>은 시골 마을에 들이닥친 영화 촬영팀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노출된 중국 오지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밖에 중국 사회의 밑바닥 인생 세 사람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왕차오 감독의 <안양의 고아>, 뺑소니 사고를 낸 여자 모델과 그를 몰래 사진에 담아온 사진사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입지에 선 인간 사이의 소통을 탐구한 중국 허지엔준 감독의 <나비의 미소> 등이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역시 경쟁 부문인 `디지털의 개입'에는 체코 블라디미르 미할렉의 <엔젤역 출구> 등 15편이 초청됐다. 성장기의 아픔을 겪는 10대들의 세계를 내밀하게 잡아낸 폴란드 로버트 글린스키 감독의 <안녕, 테레스카>, 두 남녀의 살인행각을 통해 세기말 일본의 사회상을 담은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도쿄 엑스 에로티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만든 <호텔> 등이 관심을 끈다. 비경쟁 부문인 `현재의 영화'에 상영되는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스트리아 울리히 사이들 감독의 <개 같은 나날>, 회고전으로 마련된 피에르 파졸리니의 작품들, 미국 독립영화의 대모 크리스천 버처 특별전에 상영될 작품 등도 관객들이 많이 몰릴 프로그램이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은 `한국 단편의 선택:비평가 주간'이다. 서동진 프로그래머는 “한해 600∼700편씩 생산되는 한국 단편영화가 비평가의 온당한 시선을 받도록 예우함으로써 단편영화 담론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이 부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제 쪽은 이를 위해 이명인·이상용·문학산·맹수진 등 네 비평가의 단편영화 비평을 모아 자료집으로 펴낼 계획이다. 올해는 `대안영화'를 표방해온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재평가해볼 중간점검의 시기. 이번 프로그램이 `전주'의 목소리를 얼마나 살려냈는지 성찰해볼 일이다. 예매는 10일부터 시작했다. 1588-1555.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