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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 인터뷰 `힘들지 않았냐고? 임신은 장애가 아니다.`
2002-04-15

무심한,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듯한 표정의 소녀. 타락의 도시를 헤매던 트래비스에게 구원의 열망을 품게 했던, <택시 드라이버>(1976)의 10대 창녀 아이리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디 포스터에게는 그 시절의 또렷한 윤곽선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예일대학을 나오고, 게이(?????)라는 소문에 시달리고, 영화감독과 제작자로도 활약하고, 결코 아버지를 밝히지 않은 남자아이 둘을 낳은 후에도 조디 포스터는 여전히 당당하고, 총명하고 또 아름답다. 오전에만 십여번의 인터뷰를 헤치고 나온, 약간은 지친 모습으로 맨발에 운동화, 에비앙 물통을 들고 나타난 조디 포스터는 딱 부러지게, 관절 꺾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분명하게 답했다.<패닉 룸>이 2주씩이나 1위를 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어떤 점을 관객이 좋아했다고 생각하나.- 대단히 기쁘다. 영화가 좋으니까, 라고 생각한다. 대단히 잘 짜여진 영화에, 관객들이 잘 반응했다. <패닉 룸>은 여자가 가족을 지키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성의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고, 남성의 입장에서는 액션이 있으니까 어느 쪽에서도 볼거리가 있다. 9·11 테러의 영향도 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안전을 느끼고 싶어하고, 편안한 공간을 바란다. 특히 집에 있을 때에는.영화 속의 당신은 꽤 터프하다. 액션영화를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가정을 지키려는 엄마의 행동, 가족을 살리기 위해 싸우는 것일 뿐이다. 시나리오가 아주 좋지 않은 한 액션영화에는 관심없다.<한니발>을 거절한 이유는?- 변해버린 클라리스에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양들의 침묵>은 타인을 구하는 것이 정체성이자 운명인 인물의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한니발>은 ‘식인종’의 시점이다. 세상 모두가 타락하고, 식인종이 영웅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영화 촬영중에 임신을 하고 있었는데, 힘들지는 않았는가.- 힘들었다. 5분, 10분만 시간이 나도 잠을 잤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임신은 장애가 아니다. 일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만 불어나는 몸을 커버하기 위해서 스케줄을 조정했다.처음에는 탱크 탑을 입고 나오던데, 어떻게 커버했는지….- 가슴이 점차 커지니까(웃음), 후반에 경찰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헐렁한 스웨터를 입는다.어떤 장면은 107번이나 찍었다고 하던데.- 딸을 위한 약봉지를 문이 닫히는 패닉 룸 안으로 집어던지는 장면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이었다. 스피드, 빛, 초점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했다. 핀처 감독은 정말 대단한 완벽주의자다. 내가 만난 가장 훌륭한 테크니션이며, 자신이 찍고자 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지루하고 짜증나도 되풀이할 수 있었다.인간에게 패닉 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패닉 룸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나쁘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미리 막는 것이 가장 좋다. 처음에 메그는 패닉 룸을 보고서 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업자의 말을 듣고, 그냥 사버린다. 그리고 폭력에 휘말린다.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 폭력은 미리 막아야 한다. 그게 메시지다.해피엔딩이 어설프다는 느낌을 주던데.- 멜랑꼴리한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메그와 사라의 관계에서 뭔가 교훈을 얻게 된다. 메그는 이혼을 하면서 자기 신뢰를 상실한 상태였는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제작자, 감독, 배우 중에서 어떤 일을 가장 좋아하는가.- 정말 아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비즈니스의 많은 일 그러니까 제작, 감독, 배우 다 좋아한다. 다 중요하고. 그러나 내가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심정이다. 전체적인 음악을 사랑하고, 그 안의 모든 악기 하나하나를 사랑한다. 영화에 푹 빠질 수 있는 영화, 타인을 도와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자연인 조디 포스터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 그리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누구나 거기로 가기 위해서 평생을 싸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어해서는 안 된다. 자기가 원하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한다.▶ 미리 보는 <패닉 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