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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40데이즈 40나이트
2002-05-14

시사실/40데이즈 40나이트

■ Story

웹 디자이너 매트(조시 하트넷)는 니콜에게 푹 빠져 지내다가 차였다. 니콜이 금융회사 중역인,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니콜을 좀처럼 잊지 못하는 매트는 이 여자, 저 여자와 자보지만 섹스가 잘 안 된다. 섹스 도중에 지붕에 금이 가고 지진이 일어나는 환영이 자신을 덮친다. 신부 지망생인 형을 찾아가 상담하다가, 가톨릭의 사순절에서 힌트를 얻어 40일간 금욕생활을 하기로 결심한다. 결심한 첫날 빨래방에서 우연히 에리카(섀닌 소사몬)를 만난다.

■ Review 한창 욕구가 왕성할 나이인 20대의 남자가 40일 동안 섹스를 하지 않기로 작정한다. 그 기간 동안 자위도 안 하겠다고 다짐한다. 섹스를 떠올리거나, 다른 여자와라도 섹스를 하면 자꾸 전 애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장 섹스가 잘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전 애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스스로 납득이 잘되지 않는다. “남자는 씨를 뿌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며 40일 금욕 계획을 말리는 친구에게 매트가 말한다. “섹스에 대한 생각을 일체 끊어버리면 니콜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가 분명해질지도 몰라.”

이게 영화의 한축이다. 사랑의 감정과 섹스 욕구 사이의 미묘한 함수관계를 집어보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축은 지극히 동물학적인 게임이다. 매트의 40일 금욕 계획이 룸메이트의 입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산지사방에 퍼진다. ‘성공할 거다’, ‘아니다’에서부터 10일째 되는 날 사정을 할 거다, 22일째에 할 거다 등등을 놓고 수많은 인간들이 돈을 건다.

먼저 앞의 축. 매트는 금욕 시작 첫날 에리카를 만난다. 에리카가 좋아지지만 육체적 접촉을 기피한다. 사연을 모르고 오해하던 에리카가 전말을 알게 된 뒤 말한다. “나에게 마음이 있다면, (금욕)계획을 지키고 나서 생각해봐.” 금욕을 실천하면서 섹스에 대한 생각이 줄던 매트가 이 말을 들은 뒤부터 발정하기 시작한다.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니콜이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따짐은 물론, 니콜이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간다. 이건 솔직하다고 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랑과 섹스의 길항관계에 대한 분석치고는 단순하다. “실연당했을 때는 다른 여자(혹은 남자) 찾는 게 약이야”라는, 세간의 금언 한마디에 다 포섭된다.

그러고보면 그 금언 자체가 동물학적이다. 앞의 축은 어느덧 두 번째 축 밑으로 흡수돼 사라지고, 영화는 금욕계획을 완수하려는 매트와, 매트를 방해하려는(매트의 실패에 돈을 건) 이들의 밀고당기기에 매진한다. 매트의 회사 여자동료들이 노골적으로 그를 유혹하고, 매트의 친구는 “남자 성기를 ‘딕’이니, ‘윌리’니 하는 사람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그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야”라며 성기의 뜻을 따르라고 꼬드긴다. 여기에 새 남자에게 차인 니콜까지 가세하는 억지스러운 연출도 등장하지만, 사랑과 섹스의 오차없는 일치를 꿈꾸는 젊은 이들에게 이 영화의 해피엔드가 크게 밉지는 않을 것 같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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