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윈드토커> 오우삼 감독 기자회견장에서
2002-07-04

내 영화의 영원한 테마는 '우정'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윈드토커>의 감독 오우삼(John Woo)이 영화 홍보차 6월 30일 내한, 7월 1일 오후 2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장은 자리를 가득 메운 100여명의 기자들로 붐볐으며, 쉴 새 없는 질문에서 오우삼 감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회견 내내 오우삼 감독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성실하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나바호 코드토커들에 대한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그들의 이야기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작가로부터 아이디어를 전해 들었다. 미 해병대가 2차 대전 당시 나바호족의 언어를 암호화해서 사용했는데, 그 암호는 한번도 깨진적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에 매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바호족 그들의 우정에도 큰 흥미를 느꼈다. 전쟁터에서 그들은 매우 용감하고 용맹했으며, 애국심도 투철했다. 이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홍콩에서 헐리웃으로 옮겨왔는데, 감독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작환경의 다른점은 무엇인가?

헐리웃이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헐리웃은 회의를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다. 회의만으로 6개월을 보내기도 하는데, 사실 익숙해지기 쉽지 않았다. 영화 한편에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이 참여하다보니 많은 얘기들이 오가게 되고, 때문에 긴 시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헐리웃 영화는 국제적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이고, 각 국가마다 선호도와 취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홍콩이 몇 번의 회의로 사안을 결정한다면, 헐리웃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영화가 상영될 각 나라의 정치적 구도와 어떻게 보면 우습다고 생각될 정도의 정치적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시간의 회의와 협의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헐리웃은 개방적이다. 여러 재능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데, 나에게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많은 존경을 표시해 주기도 한다. 사실<윈드토커>는 홍콩에선 만들기 어려운 영화다. 헐리웃은 상업성이 짙은 영화만을 제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진지하고 의미있는 영화에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암호병이라는 소재를 사용했고, 전쟁의 배경은 사이판이다. <윈드토커>에서는 <라이언 일병구하기>나 <씬 레드라인>같은 전쟁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양적 감성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사이판을 배경으로 한 사건을 택한 것은 동양출신 감독이란 점이 작용한 것인가?

<윈드토커>는 1944년 사이판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실제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사건에 대한 다큐를 보고, 이 전투가 역사상 최악의 전투였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였으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나서 다큐를 보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때문에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실제적인 화면으로 보여주고 싶었으며, '코드토커'의 존재와 의미를 알리고, '전쟁'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인식하기를 바랬다. 또한 전쟁 뒤 영원히 남는 것은 '우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주연배우인 니콜라스 케이지의 매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전작에서 함께 작업했던 톰 크루즈와의 차이점은?

니콜라스 케이지는 나에게 있어 주윤발을 연상케 한다. 존경할만한 훌륭한 배우이고, 촬영장 밖에서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그는 상당히 감성적이고 리얼하며, 또한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이다. 대본에 씌여있지 않은 부분까지도 연기로 보여주며,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하기도 한다. 촬영장에서는 예전에 주윤발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서로간의 신뢰가 쌓여있기 때문이었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톰 크루즈를 비교한다면, 니콜라스 케이지는 조용한 성품이고, 톰 크루즈는 니콜라스 케이지와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가진 배우이다. 톰 크루즈는 매우 열심히 일하며, 영화와 삶에 대해 무척이나 열정적이다. 게다가 친구들을 좋아하고 무슨일에든 최선을 다한다. <미션 임파서블2>에서는 스스로 스턴트 연기를 다 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두 배우 모두 나에게는 좋은 친구들이며, 니콜라스 케이지가 좀더 로맨틱한 면이 많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섹시하다.(웃음)

오우삼 감독님은 <영웅본색>과 <쳡혈쌍웅>, 그리고 헐리웃에서의 작품인<미션 임파서블2>등의 영화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때문에 <윈드토커>를 많이 기다려 왔다. 영화가 매우 스펙터클한데, 제작하기 어떠했는지 궁금하고, 최근 미국에서 <윈드토커>의 박스오피스 성적이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쟁영화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이 바뀐것인가? 이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미션 임파서블2>는 로맨틱하며 재미있는 내용의 영화였고, <윈드토커>는 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이다. 전쟁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전쟁'보다는 '우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실제사건이기 때문에 제작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며, 다큐멘터리처럼 작업하려 했다. 나의 전작들에서의 액션이 발레를 추는 듯한 화려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사실적인 액션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관객이 실제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 들도록 하고 싶었다. 관객들은 매우 감동적인 액션장면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질문 했듯이, 미국시장에선 흥행성적이 좋지 않다. 아마도 타이밍, 개봉시점이 문제인 것 같다. <윈드토커>는 해피하고 가족적인 영화를 찾는 여름 시즌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결과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난 이 영화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홍콩과 싱가폴, 말레이시아에서는 흥행성적이 좋고 유럽도 좋은 편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라 저변에 깔려있는 우정이 주제이며, 이것은 국제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동감할 수 있는 영화이다.)

인터넷에서 '오우삼 감독이 더 이상 액션영화는 안 찍는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에 대한 답변과 그리고 앞으로의 영화 계획은 어떤지 궁금하다. 또한 한국인들은 오우삼 감독의 작품 중에선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등의 영화와 '주윤발'이라는 배우를 기억한다. 주윤발과의 계획은 없는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지만 액션을 포기할 계획은 없다. 헐리웃에서 일하게 되면서 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부분을 경험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을 해 보고 싶다. 차기작으로 계획중인 영화는, 우선 <맨 오브 데스티니>라는 영화인데, 19세기를 배경으로 중국인과 아일랜드인이 함께 철도공사를 하게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할 것이며,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슷한 영화가 될 것이다. 또한 가벼운 코미디도 계획하고 있는데, 두 명의 도둑이 한 여자를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웨스턴·갱스터 무비도 구상중인데, 이 영화는 갱이며 댄서인 주인공이 나오는 춤과 액션을 혼합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인간본성이나 희망등 여러 가지 주제를 영화화 하고 싶다. 그리고 주윤발과는 <맨 오브 데스티니>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오우삼 감독님은 스타일리스트로 불린다. <윈드토커>는 이전과 다르게 줌인아웃이 많이 쓰였는데, 이것은 어떤 스타일의 변화인지, 그리고 다음영화에선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 계획인지 궁금하다.

<윈드토커>는 롱테이크와 줌인아웃이 많이 쓰였다. 이는 다큐적 느낌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였고, 때문에 슬로우 모션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각각의 영화에 서로 다른 스타일을 적용하는데, <맨 오브 데스티니>에서는 더 드라마적인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을 사용할 것이며, 계획중인 뮤지컬 영화에서는내 나름의 뮤지컬 스타일을 보여줄 것이다.

최근 본 한국영화가 있는지와 그 영화에 대한 감상, 그리고 한국배우 중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는 없는지 궁금하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영화는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인기가 홍콩에서는 뜨겁고, 미국에서도 한국영화에 대한 컬트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신영화 중에선 기내에서 한편을 보았는데, 네명의 킬러와 한명의 형사가 나오는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보고 한국영화에의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으며, 한국영화의 무한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배우들도 국제적이라고 생각하며, 헐리웃에 한국감독을 초청해서 함께 작업을 해야겠다고도 생각한다. 또한 내 파트너와도 한국과 일본의 배우도 많이 기용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배우는 만나본 적은 없지만, 예전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 여배우를 만난적은 있다.

아시아 변방의 젊은 영화감독들은 오우삼처럼 성공하기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헐리웃 시스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

우선 좋은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그 영화에 감동을 받고 동조할 수 있어야한다. 헐리웃은 좋은 영화를 평가할 능력이 있으므로 좋은 영화를 만든다면 국제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독특한 개성이 필요하다. 헐리웃에서 할 수 없는 개성과 그 감독이 속한 나라의 고유문화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헐리웃에선 태도도 중요하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한데, 난 모든 스텝들과 서로 존중하며 지낸다. 겸손하고 유머 감각이 있어야 한다. 헐리웃 사업은 매우 복잡하고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중요한데, 그래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헐리웃에서 일하게 된다면 꼭 히트를 칠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안에도 자신만의 개성은 살아있어야 한다.

<윈드토커>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 & 한국인들에게 한마디

사실 모든 씬에 애정이 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씬이라면, 사이판 전투가 담긴 액션 장면인데, 역사적 사건을 재현했다는 것 외에도, 개인적으론 이렇게 큰 스케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만족한다. 장면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내용에도 만족한다. 그 외에는 화이트 호스와 크리스찬이 싸우다가 결국 니콜라스 케이지의 총에 죽는 장면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아이에게 약을 건네는 장면 & 니콜라스 케이지가 벤 야흐지에게 자신의 예전 이야기를 하는 무덤가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놀랐다. 큰 변화를 겪었구나 싶었고, 아름다웠다. 길거리의 얼굴에도 기쁨과 자긍심이 있어 보기 좋았다. 몇 년 사이, 한국영화가 국내외 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나도 기쁘다. 또한 월드컵의 성공에도 축하한다. 홍콩에서도 축구로 떠들썩했으며, 아시아인으로서 고마운 마음도 느낀다. 한국의 강한 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의 각 분야에 걸친 발전에 진심으로 기쁘고 축하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한국에 오면 항상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오우삼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 이어 팬들과의 만남, 특별시사회, 인터뷰 등의 일정을 마치고 7월 2일 출국했다.

인터넷 콘텐츠팀 cine21@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