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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은 오래 지속된다
2001-06-04

국내리포트/통화중

한국영화의 관객동원력이 최근 몇년간 상승세를 타고 있다지만, 스크린쿼터를 채우려는 극장들의 ‘꼼수’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16개관이라는 동양 최대의 스크린 수를 자랑하는 메가박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11일.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이사장 문성근)에 의해 적발된 메가박스의 허위공연 신고와 이에 대한 해당구청의 조치 내용이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메가박스가 영화를 상영중이던 스크린은 13개관. 제보를 받은 쿼터연대쪽은 이중 3개관이 한국영화를 상영한다고 공연신고를 해놓고서 휴관중이라는 위법 사실을 적발했다. 공연 신고서에는 한국영화 <친구>(3관, 11관)와 <선물>(8관)을 상영중이라고 써냈던 것. 명백한 공연법 위반임을 극장쪽에 지적한 쿼터연대는 곧이어 해당구청인 강남구청에 이 사실을 통보했지만 한달이 넘은 지난 5월21일 돌아온 조치내용은 고작 ‘경고’였다. 이유는 극장쪽이 오후 5시30분 이후 두 차례 유료상영을 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애초 상영계획이 없다가 공연법 저촉을 우려하여 2회 상영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의심만으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메가박스의 이번 사례는 첨단시설과 투명경영을 앞세우는 멀티플렉스도 쿼터감시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영업이 잘 안 되는 지방 소극장도 아닌데 이런 허위공연신고를 하는 걸 보면 멀티플렉스의 휘황찬란한 이미지가 구겨지지 않을 수 없다. 적발한 내용을 무시하는 듯한 담당 관청의 태도도 문제다. 문화연대는 강남구청의 경고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서신을 문화부와 영진위 앞으로 보내 항의했다. “다른 시, 구청에서 이런 사례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는데 강남구청만 ‘관련법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 문화연대는 이 서신에서 강남구청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감사를 요청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힘없는 소극장은 과태료를 무는데 멀티플렉스는 경고조치란 말만 듣는다면, 억울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