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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영화 수입추천제
2004-06-09

외국 영화 수입추천을 규정한 구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16조에 대해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영화 수입추천제 존폐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음비게법의 수입추천 규정은 외국 음반만 남겨놓고 2001년 폐지됐으나 외국 영화에 대해서는 2002년 1월 개정 영화진흥법 6조에 신설됐다.

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수입추천 없이 국내 미개봉 외화 DVD 600점을 우편으로 발송받은 뒤 인터넷으로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지만 개봉 영화에 대한 수입추천제 역시 영화계 일각에서 폐지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헌재가 대법원의 제청을 인용할 경우 관련 법령의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등급보류' 조항이 남아 있는 비디오물 심의에서는 수입추천제가 폐지된 반면 음반과 개봉 영화에 대해서는 수입추천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중 최근 들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영화 수입추천제.

영상물등급위(위원장 김수용)는 수입추천 심의에서 불합격된 영화 편수는 2000년 23편, 2001년 16편, 2002년 4편, 2003년 4편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지금까지 3편에 이른다. 이처럼 불합격 영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올해부터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따라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아닌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 이상의 일본 영화 수입이 가능해진데다 지난달 14일 대구에서 제한상영관 두 곳이 문을 열었기 때문.

올해 수입추천 불가 1호작인 <도쿄 데카당스>는 일본 대중문화 수입개방 조치에 따라 국내 개봉을 추진한 영화이며, <칼리큘라>와 <지옥의 체험>은 제한상영관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 <도쿄 데카당스>와 <칼리큘라>는 정식으로 재심의를 신청해 뒤늦게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예전에는 필름을 잘라내거나 화면을 뿌옇게 처리해 다시 수입추천을 신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영등위 개혁포럼과 영화시민연대 등의 단체는 "엄연히 등급분류 절차가 있음에도 영등위가 모호한 규정을 무기로 수입 자체를 막거나 자진 삭제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수입추천제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도 "수입추천제도는 명백하게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외국영화가 역차별을 받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영화라 하더라도 포르노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입추천제가 폐지된다면 시민단체의 비난은 물론 고소ㆍ고발사태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디오물 등급분류 규정에는 `등급보류' 조항이 남아 있지만 영화 등급분류 규정에는 제한상영가를 포함해 모든 신청영화에 대해 등급을 부여하도록 돼 있다.

강진구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겸임교수(영등위 수입추천소위 위원)는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수입업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상상을 초월하는 영화를 대할 수 있다"면서 "사회의 조직과 제도는 최악의 영화가 가져올지 모르는 충격과 혼돈으로부터 인간과 사회, 그리고 전통의 문화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97년 10월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ㆍ음반 사전 심의가 검열에 해당한다는 위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2001년 8월에는 영화 등급보류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정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