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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기획사의 노예?
2004-06-18

공정위, 전속계약서 관행에 `철퇴'

인기와 부를 동시에 누린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연예인들이 소속 기획사로부터는 거의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내용은 물론이고 사생활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 <쉬리>, <밀애> 등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김윤진(31)씨가 전 소속기획사인 파워엠엔터테인먼트와 체결한 계약서의 내용은 '현대판 노예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계약서는 김씨가 기획사와 항상 연락이 가능해야 함은 물론 자신의 위치를 계속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해 사실상 사생활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다. 또 김씨는 기획사가 주관하거나 주최하는 행사에는 돈을 한푼도 받지 않고 출연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계약서상 의무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금의 3배를 물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파워엠엔터테인먼트 전속계약서가 불공정하다며 60일 이내에 수정 또는 삭제토록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연예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이 계약서의 내용은 사생활 침해가 지나친데다 기획사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정도로 모호하다고 판단,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파워엠측과 계약을 맺은 김윤진씨가 직접 약관심사를 청구함에 따라 이뤄졌다. 파워엠은 한때 영화배우 정준호씨의 소속사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박탐희, 이승우씨 등 6명의 인기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공정위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연예인 전속계약서는 대부분 기획사에게는 권리 위주로, 연예인에게는 의무 위주로 규정돼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약금이 계약금의 10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특히 신인 연예인들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아 기획사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성장산업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기획사와 연예인간 계약의 공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슷한 청구가 잇따를 경우 연예인 전속계약서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예기획사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등록된 것만 283개에 달하며 비회원사까지 합치면 5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