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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어디에도 없는 판타지를 찾아
2001-07-20

<>의 히라야마 히데유키 감독

“허진호 감독의 가 가진 고요함이 너무 좋아서 내 영화 속에도 담아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히라야마 히데유키 감독의 <>에서 판타지는 수줍게 숨죽이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젊은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진 육신과 분리되어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에 갇히는 영화 <>의 인물과 공간은 극히 현실적이다. 초현실적 환상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그림자 하나 얼씬않는 도쿄의 거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리고 정적. 특수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이 많아 여름방학을 겨냥한 <학교괴담>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던 히라야마 히데유키 감독은 “그러다가 점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일상 속에 특수효과를 넣는 작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회상한다.

영화사가 제안한 <>의 시나리오가 감독의 마음을 당긴 대목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두 남녀가 레스토랑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와 데이트하는 장면. 24시간 후면 사라질 판화를 열심히 찍는 주인공 마키의 행동에는 “비록 사라질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일을 매일 반복하면 언젠가 작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있다고. 주인공이 끝없이 되돌아가는 2시15분이라는 시각에는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저녁 시간이었다면 밤 촬영이 많아 제작비가 엄청났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히라야마 감독. 처음 에로틱한 러브 신을 찍어본 신작 <웃는 개구리>에서도 예산이 쪼들려 집안으로 촬영 공간을 제한했다며 덤덤히 미소짓는다. 온화한 현실주의자 히라야마 감독이 언젠가 연출하고 싶은 영화는 200~300년 전 일본의 과거로 돌아가는 시대극. 물론 그의 눈이 머물 곳은 사무라이의 칼싸움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먹고 자고 사랑하고 부대끼는 삶의 풍경이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