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테러, 할리우드에도 직격탄
2001-09-19

극장 일부 휴관, 에미상 시상식과 테러영화 개봉도 연기

지난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워싱턴 펜타곤에 가해진 테러의 여파로 미국 연예산업과 할리우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사회 모든 부문과 마찬가지로, 테러를 접한 할리우드의 첫 번째 반응은 완전한 마비. 11일 하룻동안 스튜디오와 방송사의 프로덕션이 전면 중단됐으며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의 테마파크도 문을 닫았다.

AMC, 로즈, 리갈,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등 극장 체인도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조의를 표하며 뉴욕지역 극장 등 일부 상영관의 문을 닫았고 이중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는 전국의 상영관 운영을 중단하고 무역센터 인근의 유니온 스퀘어 극장을 피난처로 제공했다. 방문자들이 친지 생사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이룬 토론토국제영화제도 당일 상영과 이벤트를 중지, 연기했고 일부 게스트들은 미국-캐나다 국경 폐쇄로 발이 묶이기도 했다. 9월16일 로 중계될 예정이었던 에미상 시상식과 라틴 그래미상도 무기한 연기됐다.

11일 하룻동안 업무를 중단한 채 사무실 TV로 충격적 이미지를 지켜본 할리우드 스튜디오 간부들은 12일부터 사태를 고려한 제작 영화의 재편집과 개봉 스케줄 조정에 돌입했다. 우선 재고 대상이 된 것은 테러리즘을 포함한 폭력을 묘사한 액션스릴러들과 비극의 현장인 뉴욕을 무대로 삼은 영화들. 디즈니는 핵폭탄이 여객기로 운반되는 우스개를 포함한 코미디 <빅 트러블>의 9월21일 개봉을 연기했고, 워너는 LA빌딩을 폭파한 콜롬비아 테러리스트에 가족을 잃은 소방대원의 복수극 <콜레트롤 데미지>의 10월5일 개봉을 무기 연기하고 웹사이트를 포함한 매체광고를 취소했다.

한편 워너는 영국 극장가에서 건물 폭파위협을 그린 영화 <스워드 피쉬>의 간판을 전부 내렸다. 파라마운트 클래식 역시 9월21일 개봉을 준비했던 에드워드 번즈의 로맨틱코미디 <뉴욕의 보도>의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다.

이 밖에 일정을 재고할 만한 영화로 현지 언론은 벤 스틸러가 암살음모를 파헤치는 모델로 분하는 <주랜더>, 맨해튼의 동화적 판타지 <세렌디피티>, 군사감옥 반란을 그린 <마지막 성> 등을 꼽고 있다.

제작중인 영화 가운데 귀추가 주목되는 프로젝트는 내년 여름 개봉예정의 톰 클랜시 원작 블록버스터 <공포의 총합>. 슈퍼볼 테러 이후 3차대전을 촉발할 핵 반격의 기로에 선 미국을 그린 이 영화에 대해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현재로선 일정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은 TV도 마찬가지다. 는 사건 직후 <피스메이커> 방영을 취소했으며 폭스TV도 <인디펜던스 데이> 방영을 <나인 먼쓰>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대체했다. 17일부터 시작되는 가을 시즌 새 드라마 중 <에이전시> <가명>도 여객기, 백화점을 폭파하는 테러행위를 에피소드로 담고 있어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피해자는 뉴욕 영화인들. 뉴욕 로케이션 촬영을 포함한 프로덕션들은 곤경에 처했고 9월로 예정된 인디펜던트 필름 프로젝트 행사는 예년만한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근심에 빠졌다. 뉴욕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중이던 회사 이미지가 뉴욕시와 깊이 결부돼 있는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타인은 “동료 뉴요커들과 더불어” 비극을 극복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격앙 속에 정상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뉴욕의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는 이란영화 회고전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아미르 작품전을 계속할 것이며 9월28일의 뉴욕영화제 개막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테러가 미국영화계에 경제적, 물리적 효과는 물론 정신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 <버라이어티>는 뉴욕의 이미지가 큰 변화를 겪은 만큼 우디 앨런의 신경증적 영화나 마틴 스코시즈의 갱스터들이 시대착오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썼다.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은 수많은 영화의 원경을 장식한 뉴욕의 스카이라인만이 아닌 듯싶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