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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통신]독일이 낳은 디바, 그 전설을 다시 한번
2001-11-01

12월27일 마를렌 디트리히 탄생 100주년 맞아, 베를린 키네마틱에서 특별전 개최

베를린은 지금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열애중이다. <푸른 천사> <모로코> 등의 전설적 디바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12월27일을 앞두고, 각종 전시와 공연, 회고전과 DVD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1901년 베를린 쉐네베르크에서 태어난 디트리히는 독일 영화의 황금기를 구가한 우파(UFA) 스튜디오를 벗어나 할리우드의 스타덤에 올랐고, 1992년 파리에서 영면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모친 옆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다.

디트리히의 추억은 베를린 포츠담 광장에 자리한 베를린영화박물관의 특별전 ‘포에버 영-마를레네 디트리히의 100번째 생일’ 먼저 살아났다. 지난 10월 초부터 3개월에 걸쳐 열리는 이 특별전에서는 디트리히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의상 등의 유품들과 영화의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디트리히는 때때로 자신을 찾아온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UFA 시절, 뚱뚱하기로 유명했던 그녀가 할리우드의 디바로 변신하기까지 각고의 노력으로 살을 뺀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전시품을 통해서. 아름다운 다리를 자랑하던 <모로코>에서 입었던 핫팬츠가 그것이다. 또한 디트리히는 로버트 레드퍼드가 표지인물로 실린 프랑스 영화잡지에 ‘나의 이상형은 변함없는 그대’라고 친필로 적어놓기도 했다.

전시되는 유품은 베를린 키네마텍이 8년전 유가족들로부터 구입한 디트리히 수장품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생전에 무엇이든 버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디트리히의 컬렉션은 엄청나다. 손가방 70여개, 신발 150켤레, 그리고 1만6500점에 달하는 사진들과 4만5천장의 편지들 외에 25만점에 달하는 각종 기록들이 있다.

컬렉션의 책임자인 베르너 주덴도르프는 자신이 가끔 <시민 케인>의 기자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재너두 성에 남은 수천점의 유물을 뒤지며 이미 고인이 된 찰스 포스터 케인의 인생을 역추적해가는 기자 말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디트리히라는 인간보다는 신화로서의 디트리히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난도 따르고 있다. 시민 케인의 인생을 여는 열쇠가 되었던 ‘로즈버드’의 수수께끼를 주덴도르프는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는 서류 속에 더 묻혀야 할 것 같다.

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