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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신상옥 감독 - `유교적 도덕은 지켜야`
2001-11-15

올해의 `한국영화 회고전`에 신상옥 감독(75)의 작품 10편을 초청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오후 4시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남포동 대영시네마 2관에서 `시대의 욕망을 연출한 한국영화의 거인`이란 제목으로 신 감독 연출작품에 대한 토론회와 `감독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신 감독은 이날 부인 최은희씨와 함께 참석해 객석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모임의 사회를 맡은 이용관 중앙대 교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작 회고전을 열었어야 할 감독임에도 이제야 신 감독을 초청한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프랑스 영화평론가 피에르 르시엥, 한상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신 감독의 작품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신 감독은 50∼60년대를 회고하면서 “내가 비교적 좋은 조건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걸로들 알고 있는데, 사실은 ‘신정’ 때 하나 내걸고 ‘구정’ 때 다른 걸 내걸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 인물이 유교의 질곡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자신의 여성관은 유교에 많이 지배당하고 있으며 “유교적 모럴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떻게 그렇게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낼 수 있었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대해서는, “셰익스피어가 고리대금업과 도둑질을 해봤기 때문에 <베니스의 상인>을 쓸 수 있었느냐”고 반문한 뒤, “여성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영화에서 묘사된) 그 정도는 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은희씨는 또 신 감독의 작업방식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강간 당하는 장면이나 러브 신 등 감독의 아내로서 불편한 장면을 찍을 때도 신 감독은 ‘왜 그 정도밖에 못 하냐’며 민망할 정도로 강하게 푸시했다(밀어부쳤다)”고 회상했다.

41년 도쿄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신 감독은 44년 귀국한 뒤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 미술부 일을 맡으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52년 <악야>로 감독 데뷔했다. 78년 홍콩에서 실종된 뒤 북한에서 <소금> 등 7편의 작품을 만들었고, 86년 남한으로 탈출한 뒤에는 <마유미> <증발>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부산/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