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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SF `대물` 쏟아진다
2002-01-11

한국영화는 지난 몇해 동안 장르적 실험을 계속해 왔다. <하피> <가위> <해변으로 가다> <찍히면 죽는다> 등 공포영화가 쏟아져 나온 2000년 여름이 한국적 공포영화를 실험하는 시기였다면, 지난해는 조폭을 소재로 한 코미디들이 트렌드를 이뤘다. 장르적 실험이냐, 아니면 단지 유행을 탄 기획일 뿐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한국영화는 에스에프(공상과학) 영화에 대한 도전의 해로 불릴 만하다. 제작비 60억~100억원의 에스에프 대작들이 4편 이상 쏟아져 나올 태세여서 올해는 한국의 `에스에프 영화의 원년'인 동시에, 이 영화들의 성패가 올해 한국영화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에스에프 영화란 그 범위가 워낙 넓어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가상의 현실을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일정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이야기들을 말한다. <우뢰매> <용가리> 등 그동안 이따금 에스에프 영화가 나오기는 했지만,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어 여러 편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월1일 개봉하는 를 필두로 <예스터데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내추럴 시티> <테슬라> <게토> 등이 올해 개봉되거나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 에스에프 영화들이다.

는 2009년 한반도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라는 가정 아래 조선인 형사가 테러집단을 수사하면서 민족의식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에스에프 액션이다. <예스터데이>는 2020년 통일된 한반도의 가상도시인 인터시티를 무대로 납치극과 연쇄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에스에프 액션 스릴러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로 관심을 모았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성냥팔이 소녀 구출 게임에 접속한 주인공이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며 사건에 휘말려 드는 에스에프 액션이고, <내추럴 시티>는 2080년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보그들이 폐기처분되는 걸 거부하고 인간과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에스에프 영화가 올해 한국영화의 주를 이루게 된 것은 영화계에 유입된 대규모 자본의 뒷받침과 <은행나무 침대> <구미호> <퇴마록> <화산고> 등 이전 영화들을 만들면서 쌓아온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 미니어처, 특수촬영 등 기술적인 부분의 수준 향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에스에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워낙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자본 회수가 힘들고, 해외시장을 겨냥하기에는 기술력에서 할리우드 수준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스에프 영화에 대한 도전은 한국영화 시장과 수준에 대한 영화인들의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하지만 수익성 면에서 이런 도전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회수하기에, 국내시장은 좁고 해외시장의 개척은 더딘 상태다. 흥행 실패작이 잇따를 경우 오히려 영화계를 위축시켜 에스에프 영화는 역시 무리라는 인식과 함께 대작의 제작을 기피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영화제작사 씨네월드의 이준익 대표는 “채산성을 생각하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에스에프 영화는 한국영화계가 뛰어올라야 할 고지이기 때문에 총알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에스에프 영화가 해외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인터내셔널한 장르로서의 장점을 살려 이야기 구조나 작품의 배경 또한 인터내셔널해야 하는데 국내 제작 에스에프 영화들이 대부분 한-일 관계나 한반도라는 배경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신복례 기자borae@hani.co.kr▶ 올해 개봉하는 SF영화 화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