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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리포트] 故 마르크리트 뒤라스를 아십니까?
2002-02-05

<뒤라스와의 사랑>으로 부활한 파리 영화광의 영웅<연인>의 작가이자 <히로시마 내사랑>의 시나리오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고 <인디아 송>(India Song) 같은 영화로 이곳 시네필들에겐 모던한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사후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레미제라블>이나 <발자크> 같은 대규모 TV시리즈물을 만들어온 조제 다이안(Jose Dayan) 감독이 뒤라스의 말년의 사랑을 담은 <뒤라스와의 사랑>(Cet amour-la)을 첫 장편영화로 발표했기 때문이다.프랑스 개봉 전 이미 부산영화제에 초대되었던 이 영화는 뒤라스가 67살 때부터 96년 83살로 사망할 때까지 16년 동안 뒤라스 곁에 머물렀던, 뒤라스보다 40살 연하였던 양 앙드레아(Yann Andrea)가 99년 발표한 동명의 자서전을 각색한 것이다. 영화는 철학도로 20살에 뒤라스 소설에 매료돼 7년 동안 매일 뒤라스에게 애정의 편지를 보내다 마침내 앙드레아가 뒤라스가 살고 있던 바닷가 작은 도시 트로크빌로 찾아가는 데서 시작해 뒤라스가 사망하면서 끝난다. 나이와 신분을 떠나 무엇보다도 악명 높던 뒤라스의 권위적이고 사디스틱한 성격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춘기 소년 같은 앙드레아의 병약한 성격이 부딪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열정적인 남녀관계에서부터 여주인과 시종관계까지 종횡무진 변화하면서도 끝까지 지속된다. 작가를 만나기 전에 앙드레아를 매료시킨 것은 바로 뒤라스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글 쓰는 행위나 그림 그리는 행위는 흔히 영화적으로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는 글쓰는 행위를 평범한 일상의 하나로 담아냄으로써 뒤라스에게는 삶이 곧 글쓰기이자 영원한 창작과정이었다는 것을 더 잘 보여준다. 이 영화가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 더 화제를 모은 데는 작품 속에서 수많은 히로인을 창조해낸 뒤라스가 이 영화에선 스스로 히로인이 된 점과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쥴 앤 짐>의 잔 모로가 뒤라스 역을 연기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뒤라스와는 50년대 후반부터 절친한 사이였고 뒤라스가 감독한 <Nathalie Granger>에 출연하기도 했던 잔 모로는 뒤라스를 모방하기보다는 뒤라스에 잔 모로를 겹쳐놓음으로써 이 영화가 뒤라스의 개인 삶의 묘사가 아니라 좀더 보편적인 예술가의 초상이 되게 만들었다.파리=성지혜 통신원사진설명:영화배우 잔 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