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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통신] 48년작 <조그마한 마을의 봄>, 티안주왕주왕이 리메이크
2002-02-25

되살아나는 중국영화사의 걸작페이무(費穆) 감독의 1948년작 <조그마한 마을의 봄>(小城之春)은 당시 중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괴롭고 답답한 심정을 잘 표현해낸 걸출한 작품으로 평가됐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자본주의 계급의 병폐적인 심리를 부각해 해방전쟁인민운동의 시대정신을 퇴색시켰다는 비판 때문에 결국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없었다. 감독 또한 이 작품을 계기로 홍콩으로 쫓겨났고, 2년 뒤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세상 뒤로 숨겨진 이 영화는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상영되어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으며, 중국영화사에서 얼마 있지 않은 걸작품으로 인정받았다.조그마한 시골 마을.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남편은 어린 여동생, 노쇠한 하인과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들의 저택과 정원은 대부분 일본군에 폭격당했다. 병약한 남편은 삶에 의욕을 잃은 듯 늘 우울하게 지내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위해 매일 정성껏 음식과 약을 건네지만, 그들 사이엔 부부로서의 책임감 이상의 정(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기발랄한 여동생이 집안의 유일한 활력.어느날 젊은 의사가 그들을 찾아온다. 의사는 남편과 오래 전 이별한 친구이며, 아내의 옛 연인이다. 여동생은 의사를 좋아하게 되지만, 의사와 아내는 옛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 여동생의 생일날, 아내와 의사의 감정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남편은 그들을 보내주기 위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응급조치 뒤 살아난 남편. 한 차례 감정의 풍파를 겪고 난 뒤, 아내는 남편과의 새로운 생활을 결심한다. 의사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어느 봄날 아침, 아내와 남편은 폐허가 된 성곽 위에서 의사의 먼 여행길을 묵묵히 배웅해준다. 흑백 스크린,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그 영혼 깊은 곳을 흐르는 삶에 대한 냉소가 언뜻언뜻 비치는 아내, 그런 아내의 냉소에 메마르듯 힘을 잃어가는 남편, 여동생, 그들 사이로 찾아온 의사, 4명의 인물이 이끄는 단순한 줄거리. 그러나 카메라는 인물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우연일까?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 및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지만 <푸른 연>(藍風箏) 이후 메가폰을 잡지 못했던 5세대 감독 티엔주왕주왕이 <조그마한 마을의 봄>을 리메이크하여 2002년 중국 관객과 만날 인연을 만들었다. 원작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 <와호장룡>에서 시나리오 및 각색을 맡았던 아청, 의상디자인을 맡았던 예진티엔, <화양연화>에서 촬영을 맡았던 리핑빈 등 영화계에서 실력있는 스탭들이 티엔 감독과 함께했다. 1948년과 달리 새롭게 제작된 <조그마한 마을의 봄>은 문제없이 심의를 통과했고, 2002년 여름, 드디어 중국 관객과 만나게 됐다.베이징=하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