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서브웨이]월드컵 기간 무사 돌파를 둘러싼 충무로 전략전술
2002-03-20

골키퍼 있다고 골 못 넣으랴

충무로가 오는 5월 말 거대한 태풍을 몰고올 세계적 초특급 블록버스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 10개관에서 ‘개봉’돼 17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연인원 420억명을 TV 앞에 붙잡아놓을 이 대형 프로젝트의 이름은 다름 아닌 2002 한·일월드컵. 경기장을 찾을 관객 170만명 외에도 실질적 ‘상영관’인 TV에 쏠릴 수천만개의 눈을 생각하면, 월드컵이 열리는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영화가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끊임없이 제작되고 수입되는 영화들을 관객 앞에 선보여야 하는 배급사 입장에선 심각한 고민 속에서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시네마서비스의 경우, 되도록 월드컵 시즌을 피해가자는 노선을 세워놓고 있다. 5월 말 <서프라이즈>, 6월 중에 <레지던트 이블>, 6월28일 <라이터를 켜라>를 개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시네마서비스는 ‘1등이 아니면 빠져나온다’는 원칙 아래, 개봉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하영 배급실장은 “평소 주말 서울 관객 수는 30만∼35만명 정도인데, 20만∼25만명 정도로 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관객동원 1등을 하는 영화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그 아래 순위 영화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개봉하려는 영화가 1등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전망이 나오면 과감하게 개봉을 미룰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반면 CJ엔터테인먼트는 월드컵이라는 악조건을 정면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5월 중순 <후아유>, 6월 초 <오아시스>, 6월 중순 <예스터데이>, 6월 말 <하얀방>을 배급한다는 빡빡한 배급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CJ는 월드컵으로 인한 관객감소 현상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팀의 경기나 빅게임이 열릴 때를 제외하면 큰 타격은 없을 거란 얘기다. 신상한 부장은 “진짜 문제는 월드컵이 아니라 영화가 관객을 잡아당길 수 있는 작품이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35편 이상의 영화를 배급해야 하는 CJ로서는 월드컵 시즌 한달을 피해가면 배급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5월 말쯤 필름있수다의 단편 프로젝트와 6월 중 <로드무비>를 배급하려는 청어람도 비슷한 입장이다. 특히 전주 등 일부 도시의 경우 선수단, 취재진 등을 기숙사에 수용하기 위해 일부 대학이 예년보다 한달여 일찍 방학에 돌입한다는 점을 유리하게 보고 있다. 최용배 대표는 “관객 수가 많으면 20% 정도 줄 텐데, 적당한 크기의 영화라면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편 대다수 충무로 관계자들은 겉으론 월드컵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이를 피해가려는 ‘이율배반’격의 전술을 짜놓은 모양새다. 월드컵이 열리는 5월 말에서 6월 말 사이 대형 프로젝트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이같은 현실의 반영이다. 6월 초부터 <진주만>을 비롯한 블록버스터가 개봉되면서 여름영화 시즌이 본격 개막된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는 뚜렷해보인다. 한 관계자는 “기존 영화관객 모두가 축구에 몰두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어떤 영화든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세인의 화제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 확실해 관객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월드컵을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는 경우도 존재한다. 5월3일 개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획영화 <스페릭스>나 5월17일 개봉하는 주성치 주연의 <소림족구>와 축구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민 머신>은 대표적인 경우. 5월 중순 <쇼타임>, 6월 <뱀파이어 퀸> <머더 바이 넘버스> 등을 개봉할 직배사인 워너의 경우,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공세적인 마케팅을 기획중이다. 남윤숙 차장은 “높은 TV시청률을 기록할 축구중계방송이나 좀더 관심을 모을 스포츠신문에 적극적인 광고를 펼쳐 주목도를 높이고, 해외 관광객을 겨냥한 아웃도어 광고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