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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거리` 주인공이 몰려온다
2002-04-18

영화 속 주인공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주로 스타급 배우 한 명 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작품들을 보면 주연급 배우가 서넛 이상은 기본으로 등장한다. 딱히 주인공이 `누구`라고 한 명을 찍기가 어렵다. 4인조 여성 댄스그룹의 활약상을 다룬 <울랄라 씨스터즈>(박제현 감독)는 이미숙과 탤런트 출신 김원희.김민.김현수 등 중견부터 신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을 했다. 막가파 여사장과 터프걸, 음치, 사오정 등 각기 개성 강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내달 개봉 예정인 <네 발가락>(계윤식 감독)은 이창훈과 허준호.박준규.이원종을 기용해 갱스터 4인방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일단 뛰어>(조의석)는 송승헌과 권상우, 김영준이 합류해 수억원 대의 돈을 둘러싸고 시내 한복판에서 악동들과 신참형사가 벌이는 좌충우돌 추격전을 다뤘다. 그런가하면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과 이정진,양동근은 80년대 달동네를 무대로 싸움꾼 삼총사가 디스코경연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해적,디스코왕되다>(김동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국내 최초의 본격 판타지 어드벤처 무비를 표방한 <아 유 레디?>(윤상호)는 <공공의 적>에서 `철중'(설경구)의 후배로 얼굴을 내밀었던 유강재와 <친구>의 헤로인 김보경, 만능배우 안석환, 이종수, 천정명 등을 공동 주연으로 기용했다. 최근 개봉한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장규성)도 CF스타 김정은과 김수로.서태화.임원희 등 주인공을 4인방으로 꾸렸는가 하면, 지난해 흥행작인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는 신현준.원빈.정재영.신하균 등 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모았다. 이처럼 최근 영화마다 앞다퉈 주연들을 `떼거리'로 출연시키는 것은 "○○보러 극장 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배우 그 차체만으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스타성 강한 배우가 드물다는 판단에서다. 관객 흡인력이 있었던 충무로의 `투톱' 중 한 명인 한석규는 그간 2년 넘게 두문불출해 팬들과 영화 관계자들을 애타게 했다. 그는 최근「이중간첩」으로 활동 재개를 앞두고 있다. 심은하 역시 돌연 연예계 은퇴를 발표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영화계 만년 고질병인 캐스팅난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홍보사 올댓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캐스팅난을 겪다 보니 인지도 있는 TV탤런트를 스크린에 주로 기용하는데, 이들은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기때문에 위험 부담을 줄이기위한 고육지책으로 여러 명을 한꺼번에 주연으로 기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안방극장 스타인 김희선과 송승헌, 이승연 등이 그간 스크린에서는 맥을 못 췄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주인공이 여러 명일 경우, 다양한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산만한 전개로 이들의 개성이 오히려 빛을 바랠 위험도 있다. 최진실.이미숙.김석훈.설경구.김윤진 등 스타가 한꺼번에 등장했던「단적비연수」가 그 사례가 될 것 같다.(서울/연합뉴스)